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물건은 무엇일까?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감각, 독특한 아이템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디자이너들 그들이 꼽은 단 하나의 물건을 통해 바라본 취향 이야기!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물건을 선택한다. 랩톱, 휴대폰, 노트, 연필, 물컵, 지금 입고 있는 옷까지 당장 살펴봐도 수십 가지의 물건들이 내 삶을 채우고 있다. 내가 이 물건들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일까. 산업화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수많은 물건 사이에서 어떻게 나에게로 와 ‘내 것’이 되었을까. 그리고 이 물건들은 과연 나의 취향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아니, 과연 취향이란 존재하는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질문들 사이에서 출발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취향을 담은 물건들에 관한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의 습관이 기억되는 바로 ‘그’ 물건에 취향과 안목,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가 숨어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슈즈 디자이너, 건축가,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11인이 가장 사랑한 물건들 디자이너, 건축가, 포토그래퍼 등 이른바 우리가 아티스트의 범주로 분류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이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과 사고방식을 가졌을 것이라 기대한다. 남다른 심미안을 가졌고, 특별하지 않은 대상을 통해서도 창조적인 발견을 해낼 수 있는 이들이라 믿기 때문이며, 실제 그들의 창조적 사고가 세상을 바꾼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그들이 사랑하고, 몰두하고, 선택한 물건들 역시도 우리의 그것과는 달리 좀 더 특별하지 않을까? 같은 필요에 의해서 고른 물건들이나 화장실용 휴지 같은 소모품조차도 그들의 것에는 남다른 안목과 이야기가 숨어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 사이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저자는 디자이너들이 개념을 시각화된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안목을 지닌 집단이며, 디자인이라는 영역 자체가 ‘사람들이 물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하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을 엿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취향’이라는 매우 추상적이며 상대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그들의 ‘물건’에 집중하기로 한다. 물건을 보면 그것을 쓰는 사람이 보이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태도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 디자이너 11명이 가장 사랑하는 물건으로 꼽은 물건들이 있다. 자신을 꼭 닮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랩톱을 가진 그래픽 디자이너, 자신의 디자인 이상향을 오롯이 담은 열쇠고리를 늘 곁에 두고 꺼내보는 안경 디자이너, 빈티지 모자에서 디자인 가치를 찾아내는 슈즈 디자이너, 만년필과 노트에서 생각을 탄생시키기는 포토그래퍼, 본질과 생명력, 그리고 관계라는 가치를 물건에 투영하는 디자이너들까지 가장 사랑하는 물건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참으로 제각각이다. 그러나 그 물건들에는 한결같이 그들만의 취향과 습관의 결이 묻어나고, 삶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투영되어 있으며, 그들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무엇이 되어주고 있었다. 디자이너들이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일관된 태도와 벼려진 취향을 갖기까지는 많은 경험과 사유가 층층이 쌓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일상에서, 작업현장에서 어떻게 연결시키는지도 주목해보자. 디자이너들의 물건들 속에 숨어 있는 취향을 읽으며, 내 안의 취향도 발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저자들이 수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나 정리한 ‘디자이너들의 취향사전’이 디자이너들의 취향선을 조금 더 쉽게 읽는 데 맥을 짚어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나의 취향선이 보인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무엇입니까? 내 안의 취향을 발견하는 법! 우리는 현재 많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물건들도 예외가 아니다. 필요에 따라, 기호에 따라 매일 수많은 물건을 선택하고 소비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너무 많은 선택지가 존재하면서 현대인들에게는 선택하는 것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트렌드’나 ‘스타일’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소비편향과 몰취향을 낳으면서 오히려 우리는 선택권을 잃어버리고 있을 수도 있다. 결국 이는 취향 역시도 함께 잃어버리고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사전은 ‘취향’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으로 매우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드러내는 무엇이기도 하며, 남들과 구별 짓는 개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창조적 사고의 씨앗이 되어주는 한편, 사회의 다양성이 유지되는 문제와도 닿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취향은 학원에서 돈을 주고 배우거나 단시간 안에 습득할 수 있는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무엇이 좋은 취향이고, 나쁜 취향인지 예단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므로 현재 자신의 취향이 드러나는 지점을 잘 살피고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에서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사랑하는 물건을 물었듯,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보자. 또 자신이 늘 가까이 두고 사용하는 물건들에 집중해보자. 그것을 한데 모아 들여다보면 자신의 취향선이 보일 것이다. 또 스스로 다가가고자 하는 삶의 이상과 닿아 있고 일상에서 일관된 태도로 드러날 수 있도록 자신의 취향을 벼리는 데에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P. 37~39] “돌이켜보면, 랩톱을 도색했던 것처럼 어떤 것이든 본래의 상태에 변화를 주는 행위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일례로 기본적인 형태의 블레이저에 징을 사다가 칼라와 주머니 가장자리에 촘촘하게 박아서 펑크스타일의 재킷으로 리폼을 한다거나, 앞서 얘기한 것처럼 주기적으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거나 하는 식으로요. 결국, 어떤 식으로든 제 취향이 드러나더라고요.” 매번 다른 스타일을 창출하고자 하는 박영하의 기저와 기본 베이스에 도색이라는 행위로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애플 랩톱은 확실히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P. 238~239] 그가 선택한 두 번째 물건은 푸른색 커버로 양장 제본 된 《THE POET》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이다. 이 역시 100년 전 출간된 것으로 이지원이 이베이에서 400달러 정도에 구매한 책이다. 원래는 금속활자(이베이에서 금속활자를 찾는 디자이너라니!)를 찾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고. 이 책이 그에게 특별한 이유는 디자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 윌리엄 에디슨 드위긴스가 직접 장식 및 조판을 했기 때문이다. (중략) 이지원은 이렇듯 누적된 것들, 역사 속에서 가치를 품고 지금까지 유지된 것들에 대해 애정을 가진다. 그의 연구 분야인 타이포그래피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의 삶과 시대 안에서 기능한 디자인 요소라는 점에서 그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