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갑다고 달려와 미친 듯이 뽀뽀하는 환자도, 피 뽑는다고 안겨서 똥을 싸는 환자도, 뭘 한 것도 없는데 병원에 오자마자 그냥 할퀴고 보는 환자도, 내 진료실 컴퓨터에 시원하게 오줌을 분출하는 환자도, 자기를 왜 입원시켰냐며 하루 종일 고래고래 짖어대는 늙은 환자도, 자기를 안아달라고 줄기차게 쫓아다니는 스토커 환자도, 의사라면 흔히 겪을 수 없는 일이니까. 어찌 보면 그건 ‘수의사니까’ 누릴 수 있는 행복.
- 프롤로그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행복’ 중에서
[P. 13] 오랜 시간 뽀삐를 안고, 뽀삐에게 얘기하고, 이대로 편히 보내면 어떨까 하고 고민하던 노부부는 행여나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안락사는 거부하셨다. 대신, 밤사이에 너무 힘들어하거나 정 가망이 없으면 편안히 해달라고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몇 시간 뒤 한 차례의 응급 상황이 있었고, 달려오신 노부부는 밤사이 뽀삐가 떠날 것이라 짐작하셨다. 뽀삐에게 애쓰지 말고 가라며 눈물 섞인 인사를 하고, 할아버지는 뽀삐의 얼굴을 쓰다듬고 얼굴을 부비며 정말 좋은 아이였다며, “너도 우리도 참 좋았잖니? 이젠 편안히 가렴. ”하며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그날 2009년 7월 14일 새벽 뽀삐는 작은 별이 되었고, 뽀삐가 떠난 새벽 세 시경 나는 가족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에 오신 할아버지는 그 전날 뽀삐 꿈을 꿨다고 했다. 꿈속에서 뽀삐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마당에 앉아 있었단다. 그리고 꿈에서 깬 뒤 바로 뽀삐가 떠났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동물은 영혼이 없다더니, 그게 아닌가 봐요”라는 말과 함께 차오르던 눈물을 떨구셨다.
- ‘바보 똥개 뽀삐’ (p.1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