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비롯하여 유독 사건사고가 많은 한 해이다. 에세이집을 교정하며 보니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사고, 정부의 무책임한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사고-사과-망각, 사고-사과-망각이 반복되어온 지루한 리듬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대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1년에 『여자의 가슴에 부는 바람』, 2002년에 『나는 이런 남자가 좋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의 에세이집이다. 두 번째 에세이집 발간 후 십년 이상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신문이나 잡지, 한 인터넷매체에 발표했던 책 이야기, 한때는 자주 만나 영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던 씨네씨 모임에서 나누던 영화 이야기, 부경대학교 문우회의 『에스프리』에 발표했던 글들, 무용이나 연극 등의 공연장을 찾았던 단상들……. 인문학자로 살아오며 습관처럼 순간순간을 글로써 표현해왔던 것 같다. 기록해두지 않았더라면 망각되어버렸을 그때그때 느꼈던 단상들이 내 삶의 역사처럼 아로새겨진 글들이다. 글은 망각을 보완하며 삶을 기록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삶의 자취를 기록함으로써 흔적을 남기려 한다. 한 사회나 국가도 기록을 통해 일어난 사건이나 흥망성쇠를 기록한다. 그것이 역사이다. 인류사회가 역사를 기록하고, 개인이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의 흔적을 남기려는 것은 결국 지난날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 자기정체성을 찾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