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연보: p. 512-513 내용: 레디메이드 인생 -- 치숙 -- 두 순정 -- 쑥국새 -- 소망-- 패배자(敗北者)의 무덤 -- 순공(巡公) 있는 일요일 -- 당랑(螳螂)의 전설 -- 해후(邂逅) -- 맹 순사 -- 미스터 방 -- 논 이야기 -- 처자2 -- 낙조 -- 민족의 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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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걸어가다 문득 돌아서서 이곳을 바라보는 사람_ 김이윤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두 순정 쑥국새 소망 패배자의 무덤 순공 있는 일요일 당랑의 전설 해후 맹 순사 미스터 방 논 이야기 처자 2 낙조 민족의 죄인
“쉽지 않은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 채만식이 건네는 확대경을 들여다보자.” _ 소설가 김이윤
반어, 비유, 역설로 흔들리는 청춘과 무기력한 지식인의 모습을 유쾌한 웃음과 카타르시스로 승화시킨 천재작가 채만식의 대표작 김이윤 작가의 채만식 작품을 즐겁게 소개하는 쉬운 해설글 수록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누구나 제목 정도는 알고 있으나 대개는 읽지 않은, 위대한 한국문학을 즐겁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즐겁고 친절한 전집’을 위해 총서 각 권에는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작가들이 “내 생애 첫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쓴 각 작품에 대한 인상기, 혹은 기성작가를 추억하며 쓴 오마주 작품을 어려운 해설 대신 수록하였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현재 단행본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발굴해 묶어 국내 한국문학 총서 중 최다 작품을 수록하였다. 한국문학을 권하다《레디메이드 인생》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김이윤 작가가 쓴 ‘작가 채만식의 일생과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해설’이 담겨 있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문학작품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길잡이가 된다. 채만식 대표작품집《레디메이드 인생》은 ‘풍자’라는 미학적 장치를 통해 무기력한 지식인의 자의식을 날카롭게 투시한 작가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대표작을 모았다. 요즘과 다르지 않게 취직이 몹시 어렵던 그 시절, 많이 배운 것에 회의하던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를 그린 채만식의 가장 유명한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부터, 식민시대 일본에 빌붙지 못하는 어리석은 아저씨를 비웃는 청년의 이야기 <치숙>, 또 희곡과 시나리오 쓰기에도 능했던 채만식의 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당랑의 전설>, 자신의 최고 오점인 친일 활동을 사죄하기 위해서 쓴 <민족의 죄인>까지 철저하게 작품으로 말하기를 실천한 채만식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엿볼 수 있다.
[출간 의의 및 특징]
채만식 대표작품집《레디메이드 인생》은 채만식의 시대별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 중단편 작품만을 모았다. 채만식은 1902년에 태어나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기 두 주 전에 사망했기에 그의 삶과 문학의 무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와 풍자, 패러디 기법으로 현실 비판적 작품을 쓴 대표적인 작가인 채만식은 이 시기 농민의 궁핍, 지식인의 고뇌, 도시 하층민의 몰락 등을 주제로 다루며 사회적 상황을 비판했다. 또한 풍자적 기법에 능수능란한 작가로 평가됨과 아울러 ‘근대 리얼리즘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묘사, 대상의 핵심을 찌르는 문장은 그를 우리나라 리얼리즘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게 했다. 애플북스의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그동안 전체 원고가 아닌 편집본으로 출간되었거나 잡지에만 소개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 없는 작품들까지 최대한 모아서 총서로 묶었다. 특별히 이 책에 실린 15편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정도로 손꼽히는 소설들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한 권으로 묶인 적이 없었기에 이번 애플북스의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의미가 크다.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으로도 함께 제작되어 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도서관은 물론 기업 자료실에도 꼭 필요한 책이다.
[내용 소개]
채만식의 단편 소설 중 가장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레디메이드 인생>에서 주인공 P는 많이 배웠지만 할 일을 찾을 수 없는 식민지 지식인의 삶을 ‘레디메이드 인생’이라 비관한다. 말 그대로 이미 만들어져 있으나 팔리지 않는, 임자 없는 기성품 인생이란 뜻이다. 채만식 또한 동반자작가로 분류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기본적으로 마르크스주의적 세계관에 입각해 현실을 바라보는 자세와 함께 이상은 높으나 현실의 벽 앞에 고뇌하는 주인공의 내면 상태가 잘 드러나 있다. 결말 장면에서 P는 자신의 아들 창선을 인쇄소에 데려가 어렸을 때부터 일을 시켜 직공으로 키워달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라고 내뱉는다. 서울로 동경으로 유학까지 갔다 왔지만 잘난 놈의 막덕(마르크스주의를 믿는 사람)이 되어 가지고 온갖 고초만 겪더니 결국 감옥에서 병까지 얻어 나온 고모부를 비웃는 한 청년의 독백을 담은 <치숙>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채만식의 대표작이다. 시종일관 판소리 사설 같은 문체를 사용했으며 풍자 문체를 사용해 역설적인 상황을 교묘하게 드러내고 있다. 일본인들에 빌붙지 못하는 고모부와는 달리 자신은 일본인 주인에게 잘 보이고 일본 여자와 결혼해서 잘살아보려는 청년. “아저씨는 아직두 세상물정을 모르시요. 시방이 어느 세상인데 그러시우?” 하는 청년의 말과 돈이 최고의 가치인 혼란스러운 풍경이 현대에도 새롭지 않다. 역시 교과서에 실려 있는, 식민지 상황에서 가진 땅을 모두 잃고 해방이 되자 그 땅을 찾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한 농민의 모습을 안쓰럽게 그린 <논 이야기>, 일제 말기 자기 분열을 넘어 니힐리즘으로 나아가는 지식인이 죽음을 그린 <패배자의 무덤>, 해방 후 재빨리 우리나라에 진출한 미군에 붙어 거짓 위세를 떠는 한 청년의 이야기 <미스터 방>, 민족의 죄인이 된 작가가 다음 세대에 속죄하는 정성으로 자식들을 잘 교육시키고 지도해서 남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되도록 하자는 자기 고백적 소설인 <민족의 죄인> 등을 통해 철저하게 ‘작품으로 말하기’를 실천한 채만식은 당대의 시대 상황을 작품에 반영하며 비판하는 사실주의 작품들을 창작하였다. 특히 지식인과 농민, 도시 하층민의 몰락과 광복 후의 혼란상 등을 실감나게 묘사한 리얼리즘의 대가이다.
책속에서
[P.54-55] “왜? 내 자식이라고 공장에 못 보내란 법 있답디까?” “아-니, 정말 그래요?” “정말 아니고?” “괜히 실없는 소리! …… 자제라고 해야 들여줄 테니까 그러시지?” “아니, 그건 그렇잖애요. 내 자식놈야요.” “그럼 왜 공부를 시키잖구?” “인쇄소 일 배우는 것도 공부지.” “그건 그렇지만 학교에 보내야지.” “학교에 보낼 처지도 못 되고 또 보낸댔자 사람 구실도 못할 테니까…….” “거참 모를 일이오…… 우리 같은 놈은 이 짓을 해가면서도 자식을 공부시키느라고 애를 쓰는데 되려 공부시킬 줄 아는 양반이 보통학교도 아니 마친 자제를 공장엘 보내요?” “내가 학교 공부를 해본 나머지 그게 못쓰겠으니까 자식은 딴 공부를 시키겠다는 것이지요.” “글쎄 정 그러시다면 내가 내 자식 진배없이 잘 데리고 있으면서 일이나 착실히 가르쳐드리리다마는…… 원 너무 어린데 애차랍잖애요?” “애차라운 거야 애비 된 내가 더하지오만 그것이 제게는 약이니까…….” (중략) 이튿날 아침 일찍 창선이를 데리고 ××인쇄소에 가서 A에게 맡기고 안 내키는 발길을 돌이켜 나오는 P는 혼자 중얼거렸다.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리었구나.” - 레디메이드 인생
[P. 59-60]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키,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덕이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머, 말도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내 원! 신세 간데없지요. 자, 십 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라는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지요. 이 신세를 해가지굴랑은 굴속 같은 오두막집 단칸 셋방 구석에서 사시장철 밤이나 낮이나 눈 따악 감고 드러누웠군요. 재산이 어디 집 터전인들 있을 턱이 있나요. 서발막대3 내저어야 짚 검불 하나 걸리는 것 없는 철빈인데. 우리 아주머니가, 그래도 그 아주머니가, 어질고 얌전해서 그 알량한 남편 양반 받드느라 삯바느질이야 남의 집 품빨래야 화장품 장사야, 그 칙살스러운 벌이를 해다가 겨우겨우 목구멍에 풀칠을 하지요. 어디루 대나 그 양반은 죽는 게 두루 좋은 일인데 죽지도 아니해요. 우리 아주머니가 불쌍해요. 아, 진작 한 나이라도 젊어서 팔자를 고치는 게 아니라, 무슨 놈의 우난 후분을 바라고 있다가 끝끝내 고생을 하는지. - 치숙
[P. 364-365] “일인의 재산이 우리 조선 나라 재산이 되는 거야 당연한 일이죠.” “당연?” “그렇죠.” “흥, 가만 둬두면 저절루 백성의 것이 될 걸 나라 명색은 가만히 앉었다 어디서 툭 튀어나와가지구, 걸 뺏어서 팔아먹어? 그따위 행사가 어딨다든가?” “한 생원은 그 논이랑 멧갓이랑 길천이한테 돈을 받구 파섰으니깐 임자로 말하면 길천이지 한 생원인가요?” “암만 팔았어두, 길천이가 내놓구 쫓겨 갔은깐, 도루 내 것이 돼야 옳지, 무슨 말야. 걸, 무슨 탁에 나라가 뺏을 영으루 들어?” “한 생원한테 뺏는 게 아니라, 길천이한테 뺏는 거랍니다.” “흥, 둘러다 대긴 잘들 허이. 공동묘지 가보게나. 핑계 없는 무덤 있던가? 저, 병신년에 원(군수)놈 김가가 우리 논 열두 마지기 뺏을 제두 핑곈 다 있었드라네.” “좌우간, 아직 그렇게 지레 염렬 하실 게 아니라, 기대리구 있느라면 나라에서 다 억울치 않두룩 처단을 하겠죠.” “일없네. 난 오늘버틈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네. 제길 삼십육 년두 나라 없이 살아왔을려드냐. 아—
니 글쎄, 나라가 있으면 백성한테 무얼 좀 고마운 노릇을 해주어야, 백성두 나라를 믿구, 나라에다 마음을 붙이구 살지. 독립이 됐다면서 고작 그래, 백성이 차지할 땅 뺏어서 팔아먹는 게 나라 명색야?” 그러고는 털고 일어서면서 혼잣말로 “독립됐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했지.” - 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