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고문과 처형의 정치학: 전근대의 지속 제국의 정의正義와 전쟁의 폭력미학 298 학살과 야만의 미술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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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을 그리다 : 잔인한 구원과 미술의 기억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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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미술을 통해 읽는 죄와 벌, 정치권력이 의도한 복종의 미학을 파헤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쟁점적인 작품들을 유형별로 비교하고 그것을 통해 당대의 정치권력이 의도한 복종의 미학과 그 대중적 전파의 동기를 탐구한다. 근대의 형벌관과 이를 둘러싼 미술적 사고가 지니는 모종의 정치적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목하는 것이다. 이 책은 고통을 묘사하는 화가의 의도가 궁극적으로 ‘보는 이’를 지향하며 훗날을 살아갈 불특정 다수의 시지각을 겨눈다는 점에서, 미술이 자기검열과 규범적 절제를 자극한 대표적 사회교육 매체이자 정치교육의 텍스트로 기능해 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술의 정치학을 위하여 과거를 돌아볼 때 형벌의 주된 목적은 범죄 감소가 아니라 사회질서 재건과 회복을 겨냥한 극적 효과의 증진과 민중을 향한 정치교육에 있었다. 이 책에서는 형벌이 ‘보여 주는’ 정치였고, 회화에 나타난 형벌 모습은 경고와 단속 효과를 동시유발하려는 정치(통치)적 판단의 결과라고 파악한다. 저자인 박종성 교수(서원대학교)는 “예술, 특히 미술이 권력을 위해 복무해야만 했던 정치적 예속성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고 주장한다. “표현 이후의 문제는 바라보는 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미술은 그래서 역사이고 문학이며 철학일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육신의 고통을 형벌로 보여 주는 화가들의 의도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데 이 책은 주목한다.
우선 근대 형벌에 관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사회과학적 분석과 변화를 분과 학문별로 견주어 본다. 이어서 르네상스기 유럽 화가인 다빈치(Da Vinci), 카라바조(Caravaggio), 크라나흐(Cranach), 그뤼네발트(Grunewald), 르뇨(Regnault)에 이어 보테로(Botero)를 대상으로 책형(?刑), 교형(絞刑), 참형(斬刑), 화형(火刑), 편형(鞭刑)과 사적(私的) 형벌 등 전근대 형벌의 대표적 유형을 쟁점적인 회화 작품과 함께 치밀하게 견준다. 마지막으로 근대와 포스트모던의 탈을 쓰고 중세의 속내를 감추는 미국의 ‘야만’을 살핀다.
이 책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형벌은 안으로 권력 내부의 반발과 도전을 제어하고 밖으로 민중의 자발적 복종을 동원하려는 주도면밀한 정치적 기획의 결과물이었다. 따라서 공포의 정치심리를 효과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서 유용했던 미술은 오늘을 되돌아볼 시각 텍스트로 훌륭하게 작동하기에 미술의 정치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책속에서
[P.213] 군중의 두려움을 배가시키고자 한 당국의 노력은 처절했다. 정치권력을 강하게 의식하는 자들도 초라했지만 이들을 다잡아 영구히 복속시키려 온갖 장치들을 고안하려는 제도 권력의 궁리란 것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효수의 국가별 편차를 헤아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그처럼 단순해져 갔던 제도의 정치적 장악력과 막후의 동기였다.
[P. 243~244] 들라로슈의 처형 장면 묘사는 예외적 깔끔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과장과 역사왜곡으로 현실성을 크게 벗어났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보다 16세기 프로테스탄트 순교사와 그 열전에 주력한 들라로슈였고 보면 동시대 인물들을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한 건 크나큰 오류다. 1) 레이디 제인은 마구간처럼 보이는 어두운 실내에서 처형당하지 않고 타워 힐 건물 밖, 즉 ‘타워 그린’으로 이름 붙여진 특정 장소에서 참수되었고, 2) 고래 뼈로 만든 우아한 코르셋을 착용하거나 화사한 화이트 새틴 드레스를 입고 처형 당일을 맞이할 수 없었으며, 3) 그녀의 머리칼은 참형을 앞두고 틀어 올렸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즉 그림처럼 탐스런 금발을 어깨 한쪽으로 흘러내리게 한다는 건 형벌 현장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라로슈의 ‘표현의 정치학’은 대중적 인기를 먼저 의식하고 미술적 환호와 끈적한 멜로물을 지향하려 든다.
[P. 260] 민중의 정치적 일탈과 저항을 정면에서 억압하는 최고 · 최대의 방편이 당국의 형벌 메뉴의 개발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양 형벌이 책형과 교형 혹은 참형이란 기본 유형에 얽매이지 않고 수많은 변용과 응용을 가져온 까닭도 통치 차원의 민감한 기획과 맞닿아 있었다. 따라서 누군가는 정교한 고문의 물리적·외과적 효과와 사회·심리적 충격을 계산하고 있었고 그 결과 민중 부문이 어떻게 반응할는지 측량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정치적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