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물의 별 찻잔 속의 거미 음탕한 행성 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작대기 가시 쐐기풀 말벌의 꽁지 내 삶은 당신의 꿈에 달려 있으니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깃털 이상하게도 어떤 곳으로 솔개 까마귀 늑대 곰
막간
둘 부정한 사업 축하의 날 시간의 소식
막간
셋 걸어 다니는 유령들 그녀의 사랑이 없다면 저에게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 당신의 도시에서 이것이 마법이라면 음악이여 그녀를 깨워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이용현황보기
시간의 틈 : 윌리엄 셰익스피어 겨울 이야기 다시 쓰기 : 지넷 윈터슨 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2184289
823 -16-323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2184290
823 -16-323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2016년 매혹적인 출판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들의 시대를 초월한 다시 쓰기
‘그는 어떤 한 시대의 작가가 아니라 모든 시대의 작가이다.’ _ 벤 존슨
2016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4세기 동안 셰익스피어는 전 세계적으로 공연되고, 읽히고, 사랑받아 왔다. 그의 작품들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었으며, 세상은 여전히 그에게 사로잡혀 있다. 2016년 기념의 해를 맞이하여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여러 이벤트들이 기획.진행되었고, 그중에서도 영국의 호가스 출판사는 놀라운 장기 출판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호가스는 1917년에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가 설립했는데 당대의 가장 좋은 새로운 책들만 출판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1946년 이후 이름만 남아 있던 호가스는 2012년 그 전통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런던과 뉴욕에 설립되었다. 그리고 2013년에 호가스에서는 ‘21세기 관객을 위해 셰익스피어 희곡을 재구상’하는 작가들의 1차 명단을 발표했다. 그들의 작업은 희곡을 무대에서 지면으로 옮기는 것, 원작의 ‘정신에 충실’한 소설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원작을 넘어 그들이 원하는 어디든지 여행할 수 있는 소설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현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자신만의 문학관으로 재해석하여 다시 쓰는 기획이다. ‘21세기의 가장 획기적인 다시 쓰기 프로젝트’(《가디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2015~2016년부터 25개국 16개 언어로 출간되며, 한국에서는 현대문학을 통해 2016년 6월부터 순차적으로 만날 수 있다. 현재 참여하는 작가 외에도 많은 이들이 호가스와 조율 중이고 이 시리즈는 향후 오랫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지넷 윈터슨|겨울 이야기 The Winter’s Tale|시간의 틈 하워드 제이컵슨|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샤일록은 내 이름 앤 타일러|말괄량이 길들이기 The Taming of the Shrew 마거릿 애트우드|템페스트 The Tempest 트레이시 슈발리에|오셀로 Othello 요 네스뵈|맥베스 Macbeth 길리언 플린|햄릿 Hamlet
‘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
지넷 윈터슨이 다시 쓰는 『겨울 이야기』, 용서와 가능한 미래 세계를 잇는 시간에 관한 명상 『시간의 틈』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셰익스피어 시리즈
뉴보헤미아. 미국. 슈퍼문이 내려오고 폭풍이 도시를 뒤흔든 그날 밤, 한 흑인 남자가 베이비박스에서 백인 아기를 발견한다. 그는 별처럼 가벼운 아기를 꺼내어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한다. 런던. 영국. 세계 금융 위기 후의 도시를 살아가는 리오 카이저는 돈을 버는 법은 알지만, 가장 친한 친구와 아내를 향한 질투를 다스리는 법은 알지 못한다. 태어난 아이는 그의 자식인가? 17년 후. 소년과 소녀가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른다.
2016년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이 그의 희곡들을 현대 소설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첫 번째 주자는 휫브레드상 수상작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Oranges Are Not the Only Fruit』(1985)로 잘 알려진 지넷 윈터슨이다. 그녀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겨울 이야기The Winter’s Tale』(1610년 집필 완성, 1611년 초연)를 선택했는데, 이는 『겨울 이야기』가 동시대 작가 로버트 그린의 『판도스토―시간의 승리Pandosto: The Triumph of Time』(1588)를 다시 쓴 이야기라는 점에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이어지며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누구나 품고 가야 할, 자신의 삶을 이끄는 불가사의한 텍스트가 있는 법이다. 나에게는 『겨울 이야기』가 그렇고, 오랜 세월 매번 다른 모습으로 『겨울 이야기』를 써 온 셈이다”라고 술회하는 윈터슨에게 바로 그 『겨울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다시 쓴 『시간의 틈The Gap of Time』(2015)은 작가 개인으로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만하다.
셰익스피어의 후기 희곡 『겨울 이야기』는 오해와 질투, 분노, 파멸 끝에 긴 공백, 즉 시간의 틈을 사이에 두고 등장인물들이 용서와 화해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는 시칠리아에 머물고 있는 보헤미아의 왕 폴릭세네스와 자신의 아내 헤르미오네의 관계를 의심한다. 그는 질투에 눈멀어 죽마고우인 폴릭세네스를 독살하려 하고, 폴릭세네스가 달아나자 왕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는 감옥에 가둔다. 그리고 갓 태어난 공주 페르디타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시칠리아 밖으로 추방한다. 소동의 와중에 시칠리아의 왕자 마밀리우스의 죽음이 전해지고 왕비는 충격에 쓰러져 죽고 만다. 한편 버려진 아기는 보헤미아의 해안에서 가난한 목동과 그의 멍청한 시골뜨기 아들에게 발견되어 그들의 손에 키워진다. 16년 후 아기는 아름답게 자라나 정체를 감춘 보헤미아의 왕자 플로리젤과 사랑에 빠진다. 폴릭세네스가 나타나 이들 어린 연인을 위협하고, 일련의 특별한 사건을 통해 아버지 레온테스와 딸 페르디타, 그리고 결국에는 죽었던 어머니 헤르미오네까지 다시 만나게 된다. 『겨울 이야기』에는 희곡에서는 흔치 않게 16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등장하며, 어둡고 비통한 격정과 목가적인 희극이 공존한다. 윈터슨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 무대의 소설로 옮기면서 원작의 서사와 의미에 충실하되 살을 덧붙여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빚어냈다.
『시간의 틈』은 현대의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그리고 미국 뉴올리언스가 연상되는 가상의 도시 뉴보헤미아를 무대로 전개되는데, 이미지[像]들은 『겨울 이야기』와 쌍둥이 혹은 거울처럼 존재한다. ‘하나-막간-둘-막간-셋’이라는 구성으로 복잡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의 틈』에서 각 장의 제목은 모두 『겨울 이야기』에서 따온 구절이며, 윈터슨은 원작의 플롯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의 이름 각색까지 구석구석 셰익스피어적인 디테일을 세심하게 되살렸다.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Leontes는 돈과 지위를 이용하여 세계를 자신이 가는 길에 굴복시키려고 하는 오만한 헤지펀드 매니저 리오 카이저Leo Kaiser가 된다. 물론 이 헤지펀드 회사의 이름은 시칠리아이다. 헤르미오네Hermione는 ‘미소를 짓고 있었고 행복했으며 만삭’인 샹송 가수 미미(허마이어니 들라네Hermione Delannet)로 변신한다. 보헤미아의 왕 폴릭세네스Polixenes는 돈키호테형 보헤미안인 컴퓨터 게임 개발자 지노Xeno이며, 양성애자라는 그의 성적 취향은 그들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데 있어 보다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요컨대 원작에서는 단순히 죽마고우로 표현되었던 리오와 지노가 개작에서는 학창 시절에 동성애 관계였다는 설정을 추가함으로써 돌연한 레온테스/리오의 질투가 힘을 얻는 식이다. 원작에서 왕비의 무고를 주장하며 끝까지 왕에게 반발했던 파울리나Paulina는 리오의 동료이자 유능하며 정 많은 유대인 폴린Pauline으로, 파울리나의 남편이자 추방된 공주와 동행한 신하 안티고누스Antigonus는 리오의 딸을 지노에게 데려다주는 정원사 안토니 곤살레스Anthony Gonzales(토니)가 된다. 폴린과 토니는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목동Shepherd과 시골뜨기Clown(셰익스피어 시대에 clown은 ‘광대’가 아니라 ‘시골뜨기’라는 의미이다) 아들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오순절교회 신도 ㅤㅅㅖㅂShep과 쾌활한 아들 클로Clo로 등장하는데, 이들은 흑인이다. 『겨울 이야기』를 행복한 결말로 이끄는 뜻밖의 매개자인 사기꾼 아우톨리쿠스Autolycus는 이제 오톨리커스로Autolycus, 의심스러운 유명 인사의 뒷이야기를 떠벌리며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페르디타Perdita/퍼디타Perdita, 플로리젤Florizel/젤Zel, 카밀로Camillo/캐머런Cameron, 마밀리우스Mamilius/마일로Milo 등 원작과 개작의 등장인물들을 비교하는 읽기는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처럼 배경과 등장인물들은 현대적이지만 소설은 그 자체로 희곡과 플롯 대 플롯으로 연관된다. 지노는 리오가 질투에 미쳐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달아난다. 리오는 미미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매도한다. 폴린은 그들 세 사람의 사이를 중재하려고 애쓴다. 미미는 딸 퍼디타를 출산하지만 리오는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토니를 시켜 딸을 지노에게 데려다주게 한다. 그리고 토니가 강도에게 쫓기다 퍼디타를 베이비박스에 넣고 폭력적으로 살해당하는 장면이나 솁과 클로가 버려진 퍼디타를 발견하는 장면 등 더욱 박진감 있고 극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윈터슨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지문地文 안티고누스가 ‘곰에게 쫓겨 퇴장’을 놓치지 않는데, 『시간의 틈』에서 토니는 베어 브리지Bear Bridge 밑에서 죽음을 맞는다.
윈터슨은 부모 세대가 아닌 자식 세대 쪽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기는데 이는 『겨울 이야기』가 ‘용서와 가능한 미래의 세계들에 대한 희곡이며, 용서와 미래가 양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희곡’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간의 틈』은 무엇보다도 부모를 잃고 업둥이로 자란 퍼디타가 잃어버린 과거와 가족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어른들 사이에서 일어난 모든 문제는 18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잃어버린 작은 아이’ 퍼디타를 되찾으면서 해결된다. 잃어버린 아이가 똑똑하고 당당한 소녀로 자라는 이 긴 시간 동안 리오와 지노, 미미는 과거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지만 퍼디타가 등장하는 순간 과거와 현재, 미래는 제자리를 찾는다. 『겨울 이야기』에서 시간은 모든 시도를 한다. 레온테스는 헤르미오네가 가진 아이가 자신의 핏줄이 아니라고 의심하지만 시간은 그가 틀렸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의 가족이 치유되기 위해서는 1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원작에서는 시간이 직접 등장하여 시간의 속성을 설명하고 공백에 양해를 구한다면 개작에서는 지노가 만든 컴퓨터 게임 <시간의 틈>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리오와 지노가 과거를 곱씹듯 꾸준히 접속하는 이 게임은 멈춰진 과거, 복잡하게 얽힌 과거와 미래,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현재에 대한 은유이다. 이렇듯 윈터슨은 상실과 후회, 사랑과 슬픔, 시간의 속성이라는 『겨울 이야기』의 주제를 때로는 저속하고 때로는 시적인 언어로 깔끔하게 담아낸다. 그녀의 첫 소설에서부터 돋보였던 경구처럼 간결하고 정확한 표현과 절대 넘치지 않는 영리한 유머는 400년 전에 쓰인 셰익스피어 희곡 다시 읽기에 더없이 어울린다.
한편, 지넷 윈터슨은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에 대해 속편을 쓸 것인지 질문을 받았을 때 “속편은 작가에게 아이디어가 없을 때나 쓰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떨어지면 나는 쓰기를 그만둘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녀의 아이디어는 속편보다는 ‘개작’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덮는다는 의미에서, 다시 쓴다는 의미에서 ‘개작cover story’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의 틈』은 『겨울 이야기』의 개작이다.
내가 개작을 쓴 것은 30년이 넘도록 나에게는 이 희곡이 개인적인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없다면 내가 살아갈 수 없는, 글로 쓴 세상(말)wor(l)d의 일부였다는 뜻이다. 여기서 ‘없다면’이라는 것은, ‘결핍’이라는 뜻이 아니라 ‘무언가의 바깥에서 산다’는 예전의 뜻이다. 그러므로 이 문장은 ‘그것의 바깥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라고 고쳐 써야 한다. 이것은 업둥이에 대한 희곡이다. 그리고 나는 업둥이다. 이것은 용서와 가능한 미래의 세계들에 대한 희곡이며, 용서와 미래가 양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희곡이다. 시간은 되돌릴 수 있다. _ 394~395쪽, 「음악이여 그녀를 깨워라」
지넷 윈터슨이 다시 쓴 『겨울 이야기』―『시간의 틈』은 원전의 울림을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시간 자체가 플레이어인 컴퓨터 게임에 빗대어 현대적 서사를 보여 준다. 이 소설은 마음의 상처와 치유의 이야기이자, 복수와 용서의 이야기이고, 이들 세계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책속에서
[P.32~33] 그리고 강이 있다. 예전에 미래가 그랬던 것처럼 드넓은 강. 그리고 음악이 있다, 항상 어딘가에서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노인이 밴조를 연주한다. 어쩌면 금전등록기 옆에서 어떤 여자가 흔드는 마라카스 한 쌍. 어쩌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바이올린. 어쩌면 잊고 싶게 만드는 곡. 어쨌든 기억이란 과거와의 고통스러운 말다툼이 아닌가? 나는 7년마다 우리의 몸이 스스로 새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모든 세포를. 뼈조차도 산호처럼 스스로 재건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하는 것을 기억하는가? 그 모든 흉터와 모욕이 무슨 소용인가? 좋은 시절이 가 버렸다면 그것을 기억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사랑해. 보고 싶어. 당신은 죽었어. “솁! 솁?” 목사님이다. 네, 감사합니다, 전 괜찮아요. 네, 어젯밤은 정말 대단했죠. 인간의 수백만 가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목사님은 그렇다고 믿을까? 아니, 믿지 않는다. 목사님은 지구온난화를 믿는다. 하나님은 우리를 벌할 필요가 없다. 우리 스스로 벌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용서가 필요하다. 인간은 용서가 무엇인지 모른다. 용서는 호랑이와 같은 단어다. 자료 영상도 있고 입증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야생에서 가까이 보거나 그 모습 그대로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_ 「물의 별」
[P. 35~36] 내가 기억에 대해서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내 아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없다. 아내의 여권은 말소되었다. 아내의 계좌는 폐쇄되었다. 아내의 옷은 다른 누군가가 입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내로 가득하다. 아내가 살아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내 마음이 아내로 가득하다면 사람들은 망상이라며 나를 가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애도하는 사람이다. 나는 슬픔이 여기에 없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뜻임을 깨닫는다. 당신 어디 있어? 오토바이 엔진의 굉음. 라디오를 켜고 차창을 내린 자동차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 짖는 개. 짐을 내리는 배달 트럭. 보도에서 말다툼을 하는 두 여자. 휴대전화로 통화 중인 모든 사람들. 상자 옆에서 소리치는 남자. 전부 없애야 합니다. 나는 그것도 좋다. 다 가져가라. 자동차, 사람, 팔 상품들. 내 발밑의 흙으로, 머리 위의 하늘로 전부 되돌려라. 소리를 꺼라. 그림을 지워라. 이제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루가 끝나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당신이 보일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둘 다 그랬던 것처럼, 일을 끝내고 죽을 만큼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당신이? 고개를 들면 처음에는 멀리서, 그다음에는 가까이에서 서로가 보일까? 인간의 형태를 되찾은 당신의 에너지. 원자의 모습을 한 당신의 사랑. _ 「물의 별」
[P. 107~108] “어떤 이론이 있어.” 지노가 말했다. “기독교가 처음 생겼을 때 영지주의파가 기독교에 맞서려고 시작한 이론이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만든 건 항상 자리를 비우는 신이 아니라 추락자, 루시퍼 같은 인물이라는 거지. 일종의 흑천사야. 우리는 죄를 짓거나 지위를 잃은 게 아니야, 우리 잘못이 아니었지.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어. 우리가 무얼 하든 그건 결국 추락이야. 걷는 것조차 일종의 잘 통제된 추락이지. 하지만 실패와는 달라. 우리가 이걸 안다면―영지靈智, 그러니까 안다는 거야―고통을 견디는 게 더 쉬울 거야.” “사랑의 고통 말이야?” “그것 말고 뭐가 있어? 사랑. 사랑의 결핍. 사랑의 상실. 나는 지위와 권력이―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그렇고―별개의 동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우리가 서 있는 곳, 혹은 추락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사랑이야.” “한 사람에게 결코 구속되지 않는 남자치고는 낭만적이네.” “난 그 생각이 좋아.” 지노가 말했다. “하지만 달에서 산다는 생각도 좋지. 슬프게도 38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물이 없지만.” _「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