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7] 정신분석 전문가들은 도스토옙스키가 그의 작품에서 표현한 뇌전증과 살인의 관계에 주목하였고, 작가의 내면에 잠재된 심리에 대한 여러 가설을 세웠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형제들》에서는 간질과 살인의 상관관계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 에서 뇌전증 발작과 환희, 격분상태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것은 도스토옙스키 자신도 실제로 측두엽 뇌전증 환자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측두엽 뇌전증이란 무엇일까? 뇌전증의 일종인 측두엽 뇌전증은 의식의 상실이나 경련을 동반하지 않는다. 환자는 발작이 일어나면 청 각, 시각, 후각 및 촉각에 이상을 느끼며 잠시 동안 망연자실 상태가 되거나 입을 씰룩거리며 움직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발작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특색 있는 증상을 보이는 게슈 빈트증후군Geschwind syndrome이라는 증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즉 종교 나 도덕성에 과잉으로 집착하며, 성에 대해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 중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글을 쓰려는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가는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라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 중 ‘병적 발작에 대한 문학적 표현으로 의료계에 기여한 도스토옙스키’
[P. 44~45]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6)의 작품 <희망 II>(1907~1908)를 보자. 이 그림에는 임신한 임부가 눈을 지그시 감고 입덧의 고통을 참는 듯한 표정을 볼 수 있다. 또 그림의 아랫부분에는 세 여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임부가 겪는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정신적 고통, 환멸 그리고 인내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화가의 특징 적인 방식으로 표현된 여러 모양의 문양과 색들은 몸의 변화와 더불어 일어나는 정신적 변화의 다양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마미 브레인Mommy brain’이라는 의학적 사실과 결부시켜 볼 수 있다. 여성들이 임신을 하게 되면 기억력 감퇴나 정신적 고통, 환멸 등을 느끼게 된다. 이를 마미 브레인이라고 하는데, 이 그림은 그러한 증상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뇌 과학의 발달로 임부들의 특징인 ‘마미 브레인’의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Leiden University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뇌의 구조에서 조직적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로 인해 기억력 감퇴나 고통, 환멸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 중 ‘성장하는 여성의 변화, 신비한 마미 브레인’
[P. 162] 다윗은 밧세바를 손에 넣기 위해 이성을 잃고 그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전투를 빙자해 죽게 한 것은 ‘미필적 고의’가 내포된 것이며, 이것은 인류사상 처음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윗 왕의 이러한 행동은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아름다움만을 탐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진정한 사랑이라고 볼 수 없다. 다윗은 정욕과 사랑을 착각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은 가치 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아름다움에 혈안이 되면 어리석은 행동도 서슴지 않게 하게 된다. 그 이면의 심리를 분석한 평론가에 의하면 마치 고급 보석이나 명품을 손에 넣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했다.
다윗과 밧세바의 사건을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에도 만연해 있는 외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범죄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 폐단이 만연되어 있음이 우려되고 있다. 아름다움만을 추구함으로써 정욕과 사 랑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 중 ‘다윗과 밧세바 사건 3. 역사상 최초의 ’미필적 고의‘ 살인을 범한 다윗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