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의 <스나크 사냥>에서 제목을 따온 미야베 미유키의 1992년 작. “사회적 상식이나 도덕에 반하고 혹은 법의 적용을 왜곡해 합법성을 획득하는 이기주의자들에게 합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까”를 고민하던 작가는 단 하룻밤 사이에 산탄총 한 자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추적하며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한다.
루이스 캐럴의 1876년 작 <스나크 사냥(The Hunting of the Snark)>에는 ‘스나크’라는 불가사의한 괴물이 등장하는데, 이 괴물을 잡은 사람은 바로 그 순간 사라져 버린다. 미야베 미유키가 빌려온 ‘스나크 사냥’이란 제목은, 살의가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산탄총의 우의인 것이다.
유복한 집안의 딸인 게이코는 산탄총을 들고 옛 연인인 신스케의 결혼식을 찾아간다. 스스로를 우수한 톱클래스의 인간, ‘타인은 도움 안 되는 쓰레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신스케에게 경제적, 육체적으로 이용당하고 버림받은 것이다. 게이코는 복수를 위해 결혼식장으로 슬쩍 섞여 들어간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상황에서 총을 들어 올려 목표를 조준하는데…….
책속에서
[P.48~49] 세키누마 게이코가 있었기에 오빠는 지금 저렇게 금박을 입힌 병풍을 치고 결혼 축하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를 속이고, 이용해 먹고, 가장 힘들 때 그녀의 도움으로 살았기 때문에. 그런데 오빠는 그녀를 완전히 버렸다. 대기권을 빠져나간 로켓이 필요 없어진 연료 탱크를 떼어 버리듯이. “내겐 결혼도 인생의 계단을 오르기 위한 단계의 한 칸이야. 의미 없는 결혼을 할 수는 없잖아.” 이렇게 말하며 시치미를 떼던 오빠의 얼굴은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신스케가 “게이코하고는 헤어졌어”라고 했을 때 노리코는 난생처음 살의에 가까운 분노를 느꼈다.
[P. 84] 그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게이코에게 한 짓 가운데 어떤 짓이 가장 잔인했는지를. 고쿠부에게, 가즈에에게 배신당한 일은 이제 아무려나, 상관없었다. 게이코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그따위 인간들 이외에는 불러 모으지 못한다는 사실, 자신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여기게 만든 사실이 가장 잔인했다. 앞으로 살아가며 만나게 될 사람들을, 또 사랑하게 될지도 모를 사람을 게이코는 이제 단순하게 볼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고쿠부 같은 남자가 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인간밖에 고르지 못하는 여자니까. 그래서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