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길자 시인의 작품은 어느 것이나 순수함과 가슴 뭉클한 인애정신이 배어있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한 정서가 때로는 청순가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작품에서 인간적인 면을 보이고 있는 사실 또한 시인만이 가진 특성이라 하겠다. 인간적인 면이란 활기 넘치고 어기찬 위력의 남성다운 모습이 아니라 애달프고 여리며 슬픈 여인의 가엾고 애잔한 모습의 찔레꽃과 같은 형상이다. 진길자 시인의 작품은 청순한 소녀의 가슴으로 친 한 폭의 수묵화처럼 정적이고 안온한 미감을 안겨준다. 소재로 취택한 시어들은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진솔하게 반영하여 사고의 깊이를 가늠케 하며 시적 대상을 이미지화하는 솜씨 또한 탁월하게 느껴진다.
책속에서
[평설 부분]
서정抒情의 거울에 비친 점경點景 金 光 洙 (시조시인)
1. 프롤로그
시조 창작에 심혈을 쏟아온 진길자 시인이 그 동안 생산한 작품들을 묶어 세 번째 시조집을 내어 놓는다. 사람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깊은 사유와 성찰로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형상화한다는 것은 여간 값지고 고상한 일이 아니다. 시조는 오랜 전통과 고유한 형식을 지닌 한국문학의 비조鼻祖요, 우리 민족의 숨결과 혼이 깃들어 있는 민족 정서의 보고寶庫이다. 이러한 시조를 아끼고 사랑하며 3장6구의 형태적 특질을 빛내고 있는 진길자 시인이 열정으로 구축한 시세계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관조적인 태도로 대상을 바라보고 깊이 통찰하여 자연과 인간의 원초적인 동질성을 찾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그와 같은 태도야말로 참으로 훌륭한 위업偉業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값지고 진정한 의식을 반영한 시조집 <렌즈에 비친 세상> 상재에 축하의 갈채를 보낸다. 인생을 살만치 살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을 바탕에 깔고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고 있는 진길자 시인이 시로 형상화한 마음조각들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시조만이 지닌 독특한 형태와 율격에 내재된 한국적 정서를 새삼 느끼게 된다.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혼란스러운 세정의 영향으로 가치관이 변하고 시류에 편승한 의식의 오류가 시조의 가치를 폄하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이 땅에 서구의 자유시가 유입되기까지 시조는 민족시가로서 우리의 문학사를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문학형태이며 그 중요한 맥락은 끊이지 않고 발전적으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시조집에 수록된 작품은 120여 편이다. 작품의 갈피마다 시인의 감성과 고뇌의 흔적이 묻어 있으며 행간에는 시인이 나타내고자 한 시적 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한 편의 작품을 낳기 위하여 얼마나 공력을 쌓았는가를 짐작케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 작품들은 단순히 시상을 문자화한 것이 아니라 시인의 열정과 노력이 결합하여 빚어낸 결과물이다. 진길자 시인은 사진예술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국내는 물론 수많은 외국의 풍물이며 귀한 진경을 찍어 영구히 남기고자 한다. 소재는 주로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자연과 사물, 일상적인 감정을 취하고 있는데 서경을 묘사하거나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감정을 형상화하거나 어느 것 하나라도 가벼이 간과할 수 없는 우월한 감동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작품들이 내포하고 있는 이면의 구조물은 매우 소박하고 진솔하며, 인간의 깊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보편적인 심상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떠한 시적 대상을 형상화하더라도 작품마다 시인이 지향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 등에 대한 관념을 적지 아니하게 투영하고 있으며 시적 대상에 대한 느낌 또한 진솔하게 나타내고 있다. 작품을 생산하는 창작주체가 자기 나름의 인생관이나 자연관을 작품에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시인이 접한 시적 대상에 부여한 사물의 의미는 시인이 구상하는 시세계에 걸맞게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요체는 참으로 인간적인 심성을 반영한 작품들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