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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5
나는 할멈이 아니오 11
여우 누이와 세 오빠 41
산속 거인 81
지네 처녀와 보낸 삼 년 113
호랑이가 들려준 이야기 153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 179
은진미륵도 배꼽 잡을 일 209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241
새털옷 신랑 273

작가노트: 옛이야기란 무엇인가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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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 구광본 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2430496 811.33 -18-600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2430497 811.33 -18-600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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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단지 다시 한다면 때늦은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담아내었다면?
한참이나 앞서가는 놀라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전 5권은 우리 옛이야기를 둘러앉아 말로 하던 원래 모습과 그 정신을 살려 복원한다. 전통시대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를 사건 전개의 개연성과 구체성을 강화하며 현대적으로 계승한다. 옛이야기를 소설화하는 이 같은 작업의 저변에는 전통시대 이야기의 힘과 공동체의 정신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고자 하는 일이다.

소설이 발흥하여 융성하는 사이 옛이야기와 그 판이 쇠퇴한 것은 문화사의 거대한 흐름이다. 입말투(구어체)로 구연할 수 있는 형식을 창출하며, 때로는 옛이야기가 구연되는 상황과 옛이야기가 실제 삶 가운데 살아 있던 당시의 세상을 함께 재현하는 이 작업은 그렇다면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이자 들을 수 있는 텍스트이기도 한, 즉 일종의 구연 대본을 지향하는 듯한 이 작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문자문화의 등장과 함께 쇠퇴한 구술문화를 되살리면서, 오래된 이야기와 그 이야기판의 놀라운 힘을 동시에 되찾아오는 일이다.

태곳적 세상의 모습을 그린 신화적 옛이야기의 1권부터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 2권, 민중의 좌절하지 않는 낙관적 삶과 기상천외의 발상을 담은 3권, 지하 세상 괴물 퇴치 모험담인 4권(경장편), 그리고 아기장수의 비극과 민중의 염원을 새긴 5권(경장편)까지. 작가는 모든 세대에게 충분히 의미 깊고 흥미로우리라 기대한다. 무명의 이야기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찾아 담아낸 삶의 깊은 지혜와도 가슴 벅차게 만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우리 옛이야기의 복원과 계승.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이를 통해 문자문화로서의 문학을 넘어선 새로운 문학을 예감하게 한다. 다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를 단지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담아, 한참이나 앞서가는 이야기라는 주장을 이제 찬찬히 검토할 때다.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예전 사랑방이나 정자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전하던 단순 소박한 옛이야기들을 입말투(구어체) 현대소설로 재창조하였다. 고독한 존재인 작가가 또 다른 고독한 존재인 미지의 독자를 향하여 자판을 두드려 보내는 모스부호 같은 소설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야기 듣는 사람이 함께 소통하는 이야기판까지 꾸며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는 우리 옛이야기 소설화 작업인 전 5권의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통상적인 소설의 경계를 넘어선 이 작품들은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던 이야기는 물론 잊고 있던 이야기판까지 되살리고 있다. 작가는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들을 모은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에서 독자들이 우리 옛이야기의 풍요로움과 함께 이야기판의 열린 구조와 역동성을 흥겨우면서도 감동적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들였다.

무시무시하거나 기이한 이야기인 「나는 할멈이 아니오」 ?여우 누이와 세 오빠? ?산속 거인? ?지네 처녀와 보낸 삼 년? ?호랑이가 들려준 이야기?와 유쾌하거나 통쾌한 이야기인 ?호랑이는 모를 이야기? ?은진미륵도 배꼽 잡을 일?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새털옷 신랑」은 어릴 때 오금 저리며 들었던 옛이야기들에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졸이게 한다. 독자는 우리 옛이야기의 풍요로움에 놀라고, 이야기를 복원하고 확장하는 작가의 의지와 솜씨에 또 놀란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 개설!

구술로 전해지던 옛이야기의 전통을 복원하고, 함께 소통하는 이야기판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출간에 즈음하여 네이버의 오디오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 채널(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76)을 개설하였다. 문자문화와 구술문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이야기판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이다.

'다시 만나는 옛이야기'는 구연동화나 기존 소설의 단순 낭독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야기판을 펼친다. 오디오 퍼포먼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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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15] 오늘 날이 어떻습니까? 맑습니까 흐립니까? 비는 오지 않으니 장터가 이리 시끌시끌하겠지요. 나는 여러분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눈먼 할멈이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나는 할멈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할멈이 아니오. 나는 여러분이 듣고 있는 이 목소리의 주인일 뿐이오.
나는 소금 장수입니다. 할멈의 몸을 빌려 내 일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지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겠지요.
어차피 이 이야기가 다 끝나야 무슨 소리인지 분명하게 잡힐 터. 그냥 계속하겠습니다. 소금 장수 이야기, 내가 겪은 무시무시한 일을…….
하루는 내가 소금가마를 지고 길을 가다 어느 고개 아래에 이르렀다고 했지요. 이럴 때는 누구든 쉬었다가 가게 됩니다. 그쯤에서 한숨 돌리지 않고는 지게 지고 고개를 넘을 수 없는 일입지요. 그날은 중간에 한 번쯤 쉴 수도 있었는데 고개 아래까지 내처 가보자 하고 부지런히 걸어왔던 터라 지게를 진 어깨와 등이 몹시 욱신거렸습니다. 무릎이 아픈 것도 물론이었지요. 길가 아름드리에 지게를 받쳐 세워놓고 바위에 얼마간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근 개울에 가서 물도 마시고 얼굴도 씻고 해서는 다리를 뻗쳐보자고 풀밭에 누웠더랬지요. 그러고 또 얼마간 있다가 무심코 옆을 보니까 무슨 뼈다귀 같은 게 있지 뭐겠습니까. 짐승의 뼈가 아니라 사람 것 같았습니다.
-<나는 할멈이 아니오>
[P. 50~51] 셋째는 집안의 괴변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는 다짐을 하며 이슥한 밤에 방에서 나가 먼저 외양간을 둘러봤지. 그리고 숨어 지켜보기 시작했어.
단단히 마음먹고 나섰지만 졸음이 몰려왔지. 다리를 꼬집어 가며 졸음과 싸우던 셋째는 어디선가 방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를 들었어. 누군가 마당으로 나왔는데, 달빛이 푸르스름하니 흐릿하긴 했지만 누이동생임을 알아볼 만은 했어.
누이동생이 마당 가운데서 홀딱, 홀딱, 홀딱 재주를 세 번 넘지 뭐야. 그리고는 여우로 변해 있는 거야. 셋째는 비명을 막느라 제 손으로 입을 힘껏 가렸지. 누이동생이 여우였다니! 집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한 무더기 꽃을 피워 올리는 듯하던, 그 귀엽고 예쁘던 누이동생이 요물이었다니! 치마저고리를 입고 서 있었지만 그것은 여우였어. 누이이고 여우인 그것이 부엌으로 들어가. 그리고 나오는데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네. 셋째는 제 심장 고동치는 소리를 낮추려고 애를 쓸 뿐 달리 뭘 어찌할 수가 없었지.
어느새 여우이자 누이인 그것은 외양간으로 들어가고 있었어.
날이 밝고 소가 죽어 쓰러진 것을 아버지와 함께 보고 나서도 셋째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어. 졸았느냐는 아버지의 다그침에 놀란 듯 아니라 하고는 고개를 저었지.
제가 지켜본 바를 털어놓은 것은 이틀이나 지나서였어. 재주를 넘어 여우가 된 누이가 소 꽁무니에 손을 쑥 넣어서는 소가 음매 하며 잠시 움찔하는 사이에 뭔가를 끄집어내 한입에 날름 먹어 버린 일, 다시 재주를 홀딱, 홀딱, 홀딱 세 번 넘더니 도로 사람이 된 누이가 제 방으로 들어간 일.
아버지는 어이없다는 듯 셋째 아들을 쳐다보았어. 아버지 얼굴이 차차 일그러지며 노기가 들어차더니 고함이 들려왔지.
“하나뿐인 누이를 시샘해도 유분수지! 어디, 거짓말을!”
화가 난 아버지는 그따위 소리를 계속하려거든 썩 집을 나가라고까지 소리쳤어.
-<여우 누이와 세 오빠>
[P. 150~151] 지네 색시 만나 저는 살아났습니다. 돈궤까지 얻었습니다. 제가 짊어지고 온 건 돈궤입니다만, 실은 그건 작은 겁니다. 글공부 그만두고, 장사라도 배워보자는 마음 품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을 떠났지요. 곧 거지꼴이 됐습니다. 그쪽으로는 더 재주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처럼 죽을 마음 품은 사람들을 지네 색시가 준 돈으로 살리면서 장사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사실은 마을로 돌아와 되새겨보니 그렇더라는 겁니다. 돈궤보다 더 큰 뭐가 있다는 건 바로 그 말씀입니다. 저 장터 마을에는 왜 큰 곳집이 있고 사람이 모이는지 정도는 알게 됐습니다. 우리 마을이 정말 한갓진 곳이어서 한갓진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됐습니다. 마을을 장터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지금보다 더 훈기가 도는 곳으로 만들 생각은 있습니다. 네네, 술도 좋군요. 잠시 훈기 돌게 하기엔 좋지요. 맞습니다. 먼저 우리 마을 사람들, 특히 어르신들 모이는 곳으로 여기를 손보겠습니다.
앞으로 해보려는 일 말씀이시지요? 무슨 일이 될지 기다려주십시오. 두꺼비 사당과 지네 비석이 다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돈궤에 억만금이 들어 있어서 하려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집 한 식구 평생 살기엔 분명 넉넉하나 흥청망청 써버리자면 두어 달 만에 다 바닥날 돈일 뿐입니다.
나무에서 내려가 먹었던 떡이 저를 살렸습니다. 장터 주막에서 나눈 국밥이 누구를 살렸습니다.
-<지네 처녀와 보낸 삼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