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21] 직장에서 그가 대단한 일이나 했던가? 물론 돈을 불리려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적잖은 봉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을 위해 기여한다는 느낌은 단 한순간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은행이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어디에 돈을 투자하는지 알고 있었던 탓이다. 어쨌거나 지속가능한 사업, 사회적 사업은 아니었다. 대개는 무기나 제약 그 밖의 의심스러운 사업들이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
자신이 검은돈 놀이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어떻게 직업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더욱이 권력욕에 눈먼 상사로부터 착취까지 당하다 보니 니클라스에게는 이런 상황이 역겹기만 했다. 그러니 해고된 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운명의 전환점에 맞닥뜨리기는 했지만, 당황하기보다 이를 기회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P. 50] “은퇴라고? 내가 은퇴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곤잘레스 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하고는 몸을 세우고 허리를 쭉 펴더니 다시금 구멍을 파기 위해 몸을 숙였다.
“내가 은퇴하면 이걸 다 누가 돌본단 말인가?”
“땅을 팔고 시내의 공동주택에서 편하게 살 수도 있잖아요.”
곤잘레스 씨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왜 내 땅을 팔아치우나? 시내의 편한 공동주택이라고? 내 오두막도 편안하다네. 겨울이 되면 벽이 조금 축축해지기는 하는데 그건 수리하면 되는 거고, 그 밖에는 모든 게 더할 나위 없네. 일을 그만두고 시내로 이사하라니……..”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이 작은 미로 같은 밭을 버리고 시내로 이사하면 어찌 되겠는가.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처럼 배가 터지도록 하루 세 끼를 먹으며 여생을 소파 위에서 빈둥거리며 보내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