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질풍노도기의 시 / 11 1. 제젠하임의 노래들 / 11 2. 릴리 시편 / 24 3. 예술가를 소재로 한 시 / 30 Ⅱ. 고전주의 시기의 시 / 43 1. 리다 시편 / 44 2. 인생, 세계, 자연을 소재로 한 시 / 51 3. 2행시 / 110 4. 서동 시집 / 119
Ⅰ. 질풍노도기의 시 1. 제젠하임의 노래들 괴테는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생 시절에 근교의 작은 마을인 제젠하임(Sesenheim)에 거주하는 프리데리케 브리온을 알게 되어 열애에 빠지게 된다. 그녀에게 바친 연시들을 묶어서 ‘제젠하임의 노래들(Sesenheimer Lieder)’로 출간했다. 이 시기가 괴테에게는 질풍노도기였다. 괴테는 젊은 날의 사랑을 다음과 같이 예찬한다.
아, 그리운 그대여, 작은 천사여! 꿈결에서만이라도 제발 나타나 다오! 꿈결에서 나 무척 괴롭고 그대를 지키려고 유령들과 겨룰지라도, 숨을 헐떡거리며 잠에서 깨어난다고 해도. 아, 그리운 그대여, 힘든 꿈속에서도 너무나 소중한 그대여!
Ach, wie sehn' ich mich nach dir, Kleiner Engel! Nur im Traum, Nur im Traum erscheine mir! Ob ich da gleich viel erleide, Bang um dich mit Geistern streite, Und erwachend atme kaum. Ach, wie sehn' ich mich nach dir, Ach, wie teuer bist du mir Selbst in einem schweren Traum.
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인지 몰라도 그대 얼굴을 단 한번만 쳐다보아도 그대 눈을 단 한 번 만 들여다보아도 내 마음 속 모든 고통 녹아내리네.
Ob ich dich liebe, weiss ich nicht, Seh' ich nur einmal dein Gesicht, Seh' dir ins Auge nur einmal, Frei wird mein Herz von aller Qual.
오월의 축제
자연은 내게 그 얼마나 눈부시게 빛나는가! 햇살도 찬란히 빛나고, 들판엔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
수많은 나무들에선 꽃들이 움터 나오고 숲 속에선 온갖 소리들이 울려 퍼져 나온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기쁨이 터져 나온다. 오, 세상이여, 햇빛이여, 오, 행복이여, 의욕이여,
저 산 위에서 아침햇살로 빛나는 구름처럼 아름다운 사랑, 오, 사랑이여.
싱싱한 들판엔 그대의 축복 가득하고 이 세상은 꽃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구나!
오, 사랑하는 그대여! 난 그대를 그 얼마나 사랑하는가! 그대 눈동자 정말 빛나고 그대도 날 정말 사랑하는구나!
우리들의 사랑처럼 종달새도 노래와 바람 타고 날고 아침 꽃들의 맑은 향기가 이 세상에 가득하구나.
난 뜨거운 피로 그대를 사랑하노라. 그대는 내게 젊음과 기쁨과 용기를 주어
새롭게 노래 부르고 새롭게 춤추게 하는구나! 그대가 날 사랑하는 것처럼 그대가 오래오래 행복하길 바라노라!
Maifest
Wie herrlich leuchtet Mir die Natur! Wie gl?nzt die Sonne! Wie lacht die Flur!
Es dringen Bl?ten Aus jedem Zweig Und tausend Stimmen Aus dem Gestr?uch
Und Freud' und Wonne Aus jeder Brust. O Erd', o Sonne, O Gl?ck, o Lust,
O Lieb', o Liebe, So golden sch?n Wie Morgenwolken Auf jenen H?hn,
Du segnest herrlich Das frische Feld ― Im Bl?tendampfe Die volle Welt!
O M?dchen, M?dchen, Wie lieb' ich dich! Wie blinkt dein Auge, Wie liebst du mich!
So liebt die Lerche Gesang und Luft, Und Morgenblumen Den Himmelsduft,
Wie ich dich liebe Mit warmem Blut, Die du mir Jugend Und Freud' und Mut
Zu neuen Liedern Und T?nzen gibst. Sei ewig gl?cklich, Wie du mich liebst.
제1연: 자연은 시적 자아에게 눈부시게 빛나고 들판도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웃어주듯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제2연: 찬란한 봄날, 수많은 꽃들이 움터 나오고 숲 속에선 봄의 아우라에서 우러나오는 화음들이 여기저기 울려 퍼진다. 제3연: 사람들의 마음에서 기쁨이 샘솟아 지구와 태양을 예찬하고, 행복과 의욕을 느낀다. 제4연: 이제 이 세상의 사랑도 하늘에 걸려 있는 빛나는 구름과 같다. 제5연: 이제 들판은 싱그러워져 사랑의 축복이 가득하고, 세상이 온통 꽃물 들여진 것 같다. 제6연: 이런 순간에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을 느끼는 연인의 눈동자는 눈빛처럼 빛난다, 그 눈빛은 메아리처럼 그의 눈동자에 반사된다. 제7연: 연인들의 사랑처럼 종달새도 노래 부르며 맑은 공중을 날고, 하늘향기 맡으며 아침 꽃들은 피어난다. 제8-9연: 연인의 혈관 속엔 뜨거운 사랑이 흐르고, 사랑은 젊음과 기쁨과 용기를 북돋워 새로운 삶의 노래와 신나는 춤을 추게 한다. 연인의 한없는 행복을 바란다.
첫말반복 Anapher: 연속되는 시행들의 처음에서 단어나 단어 군을 반복하는 기법. Wie, Aus, O, Und.
괴테가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생일 때 사랑한 여자 친구 프리데리케 브리온에게 보낸 연시로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질풍노도 문체가 돋보인다. 그녀는 슈트라스부르크 근교 전원마을 제젠하임에 살고 있던 목사의 딸로, 괴테에게는 정말로 이 시골 하늘에 떠있는 가장 아름다운 별, 그야말로 별에서 온 그대였고, 우아하고 티 없이 맑은 모습이었다. 이 시에서 두 사람이 서로 행복한 사랑을 나눴던 교감을 자연과 인간의 서로 스며듦으로 묘사하고 있다. 자연이 황홀하게 빛나고, 겨울을 이겨내고 꽃들이 움터 나오고, 들판도 미소 짓고 있다. 눈이 부시게 찬란한 봄날에 사람들의 마음엔 기쁨이 가득하다. 행복과 의욕이 꿈틀거리고, 사랑이 차오른다. 사랑이 온 세상에 가득하여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사랑의 힘은 새롭고 싱싱한 삶을 살아내게 한다. 인간이 자연과 하나가 되면 ‘인자한 모습’이 되고, 자연이 인간을 품어주면 ‘자인 Sein: 존재’ 그 자체가 된다. 인간은 물질과 문명, 과학기술의 급변, 일상과 현실 속에서 본연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져 갈 수 있는데, 자연친화적이 됨으로써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고, 고주파(고통과 고생은 주기적으로 몰려오는 파도이다)같은 인생에서 자연이 인간을 모성적인 따스함과 부드러움으로 안아준다면 인간은 태생적인 존재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펄떡이는 물고기 같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 같은 문체로 질풍노도의 감성을 섬세하게 터치하고 있다. 이성이 아닌 감성이야말로 새로운 삶의 중심축이라는 것을,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삶의 권리를 이 시는 부각시킨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의 떨림과 울림이 절실한 오늘날 괴테의 이 시는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