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용감하지 않다
생존을 위한 눈치 싸움황제펭귄의 번식지 앞에도 언제나 표범물범이 대기 중이다. 덩치가 큰 황제펭귄도 표범물범에게 대항할 정도는 아니
다. 이곳에서도 아델리펭귄 번식지와 마찬가지로 눈치 보기가 이어진다. 다른 펭귄이 뛰어들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뛰어들지 않겠다고 작정한 황제펭귄들이 앞선 펭귄을 몸으로 밀며 기다린다. 도저히 뛰어들 마음이 없는 무리에서는 뒤에 서 있던 펭귄들이 다른 무리로 이동했다. 먼저 뛰어들어 줄 펭귄을 찾아 펭귄들의 눈치 싸움이 계속된다. 지나가던 아델리펭귄 한 마리가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때다 싶은 황제펭귄들이 뒤따라 모두 바다로 뛰어들었다.
목숨이 걸린 일에 자존심은 사치다. 누군들 포식자가 기다리는 바다에 먼저 뛰어들고 싶을까. 용감하지 않다고 했지만 매일 자신과 새끼들을 위해 바다에서 목숨을 거는 펭귄이 용감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먼저 뛰어들어 줄 퍼스트 펭귄을 기다리지만, 결국 언제나 반드시 한 마리는 선두에 서서 바다로 나갔다. 펭귄들은 두려움보다 생존을 위한 싸움을 매 순간 겪어 내고 있다. 나는 얼마나 펭귄들만큼 용기를 내며 살고 있나,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펭귄들은 매일 목숨을 걸고 바다에 나간다
다리를 다친 펭귄을 보았다다리가 부러졌지만 힘겹게 둥지에 돌아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던 펭귄은, 다음 날 죽어 도둑갈매기의 먹이가 되었다. 필연적으로 새끼들도 살아남지 못했다. 번식 중인 펭귄의 죽음은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다. 펭귄의 번식 성공률은 둥지당 한 마리 정도다. 아델리펭귄은 두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두 마리의 새끼 중 절반은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다. 번식지에서의 육아는 시작일 뿐이다. 번식을 마치고 바다로 나가면 훨씬 더 많은 고난이 닥쳐올 예정이다.
극히 일부만 내년에도 살아남아 몇 년 후 다시 번식지로 돌아올 것이다. 안타깝고 때로는 잔인하지만 이것이 남극의 법칙이자 자연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