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10] 가게가 워낙 낡고 오래돼서 주인도 백발이 성성한 노인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주 젊은 주인이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한 얼굴로 상냥하게 나를 맞았다. 이제부터 가게 소개를 늘어놓겠구나 싶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그는 나를 향해 미소를 한번 지어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하던 일을 계속했다.
주인이 앉아 있는 계산대에는 아름다운 노을 사진 한 장과 노트북 컴퓨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게 안에 가지런히 정리된 선반에는 물건들이 깔끔하게 분류되어 있었다. 의류부터 문구, 주방 용품, 전자 제품, 심지어 돋보기안경과 식료품까지 갖가지 물건이 빼곡했다. 하지만 그 물건들 어디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혹시 물물 교환 방식이라서 가게 이름이 ‘환환상점’인 건가?
_<환환상점에 가다> 중에서
[P. 54] “개가 그렇게 똑똑해요? 마음을 읽을 줄도 알고요?”
난 궁금한 나머지 고개를 돌렸다. 이름이 스타라는 그 안내견을 드디어 정면으로 바라봤다.
“응. 마음을 읽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시각 장애인의 눈이 될 수 있겠니?”
내가 어릴 때 울면서 보챌 때마다 어른들이 주변에 있는 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뚝 그치지 않으면 강아지한테 물어가라고 한다.” 그래서 난 개가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스타를 제대로 쳐다본 후부터는 녀석이 아주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 시각 장애인을 돕는 개야. 마음을 읽는 개라고.
“아주 착해 보이네요. 얼굴만 아니면, 등이나 엉덩이는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정말이니? 잘됐다. 그럼 녀석이 널 등지고 엎드리게 할게.”
뒤이어 아주머니는 마치 아이에게 얘기하듯 스타에게 말했다.
“네가 엎드린 채로 안 쳐다보면 이 누나도 무섭지 않을 것 같대. 자, 내 발밑으로 와서 엎드려 있으렴.”
_<스타의 빛나는 눈동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