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36]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무도 없는 복도에 주수인의 목소리가 울린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선 최진태 앞으로 조금 전의 맹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주수인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제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코치님이 어떻게 아냐고요.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해요? 코치님이 어떻게 아는데요?”
“넌 네가 뭐라도 되는 거 같지?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런 유형의 선수들을 최진태는 잘 알고 있었다. 박 감독과 함께 독립구단에 있을 때 프로에서 내려온 선수들 대부분이 과거 자신의 화려했던 모습에 취해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실력을 키우기에 앞서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은 걸 원망했다. 최진태가 보기에 주수인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천재 야구소녀란 타이틀은 어디까지나 유소년에서나 통하는 말이란 걸 이 아이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P. 61]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을까. 피로감에 주수인은 이제 서 있을 기력도 없었다. ‘삐’ 소리와 함께 스피건에 마지막으로 찍혀 있는 숫자를 보고 주수인은 그 자리에 천천히 주저앉아 버린다.
131km.
19살 소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와 마주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속도가 올라가지 않을 거란 걸 온몸으로 느낀다. 발목을 감싸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풀어헤치자 그제야 악물고 있던 소녀의 입술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