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메일이 왔습니다》의 세 주인공들에겐 각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이태리 작가의 메일 주소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다. 딱히 답변이 올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그날부터 쏟아지는 이태리 작가의 메일들. 그녀는 어딘가 이상한 성격을 가졌지만 세 사람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그녀에게 자꾸만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어쩐지 이태리 작가로 인해 자신 안의 무언가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이태리 작가의 무엇이 세 사람을 달라지게 한 것일까?
“언니는 살을 빼는 걸 넘어 세상에서 사라지길 원하는 것 같아요.” 「거울에 비친 진짜 나는」 중에서
“제가 어떤 진실, 그러니까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중에서
“우리 학교에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점과 점을 이으면」 중에서
단절된 점으로 흩어져 있던 내가 연결된 선으로 모여 우리가 되는 순간
유쾌한 어조에 담긴 예리한 시선으로 트렌디한 청소년 문학의 시작을 알린 이선주 작가의 최신작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가장 뼈아프게 공감할 만한 주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로 인한 고민(거울에 비친 진짜 나는), 지나친 경쟁과 비교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상실감이나 열등감(지킬 박사와 하이드), 모두가 쉬쉬하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교내 성추행 문제(점과 점을 이으면) 등 어린 시절 그저 가볍게 지나갈 문제로 치부될 수만은 없는 ‘진짜 고민’들에 귀를 기울인다. 인생의 무게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기에, 우리 모두의 고민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이 작품의 작중 인물들이 저마다의 인생의 무게를 이태리 작가를 통해 성찰할 수 있었듯이, 청소년 독자들 역시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가진 고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극복해 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기회가 나를 변화시키고, 내 가족을 변화시키고, 내가 속한 사회를 변화시킬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책속에서
[P.37] 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만해. 지금도 충분히 말랐어. 응?” “45킬로그램 될 때까진 절대 안 돼!” “지금처럼 안 먹고 토하겠다고?” 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45킬로그램이 되기 전에 병원부터 실려 갈 것 같다. 나는 언니의 손을 잡아끌고 현관으로 가 현관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 똑바로 서게 했다. 거울에는 마른 언니와 더 마른 내가 서 있었다.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언니는 눈이 퀭하고 정수리가 휑하니 비어 있다는 것이다. “언니, 봐 봐.” 언니가 자신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말랐지?” 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언니를 바라봤다. 언니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돼지 같아.”
〈거울에 비친 진짜 나는〉
[P. 93] 우리 학교 전교 1등은 김태우인데, 얘는 정말 쉬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공부하는 독종이다. 현우는 일찌감치 자신은 김태우처럼 공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포기한 상태였다. 즉, 자신이 모든 과목에 만점이 아닌 건 만점 받을 만큼 노력을 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판기에 900원을 넣고 포카리스웨트를 누르면 포카리스웨트가 나오고, 800원을 넣고 칠성사이다를 누르면 칠성사이다가 나오는 것처럼 아주 명확한 세계! 그것이 성적의 세계였다. 그런데! 윤성훈은 아무 노력도 없이 올백을 거저 맞는다. “너 공부 안 했다면서 이건 어떻게 알았어?” 하고 물으면 “이거 수업 시간에 역사 쌤이 말해 줬잖아.” 하고 만다. “그걸 기억한다고?” 윤성훈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오히려 반문한다. “넌 기억 못 해?” 못 해! 못 한다고! 이 재수 없는 새끼야!
〈지킬 박사와 하이드〉
[P. 148] 은영은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임용 고시에 합격해 올해 처음 부임한 스물일곱 살의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같은 여자니까. 은영은 태어나서 가장 큰 용기를 냈다. 두려움과 수치심을 꾹 누르고 담임 선생님께 말했을 때, 담임은 큰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니?” 은영이 입술을 깨물자 “나 학교 다닐 때도 너 같은 애들 있었어. 공간이 좁아서 살짝 부딪쳤는데 그걸 너무 크게 받아들이는 거지. 그래서 무슨 일 있었어?”라고 되물었다. 무슨 일이라니? 의식적으로 가슴을 건드린 것 외에 더 큰일은 무엇일까? 설마 성폭행……을 말하는 걸까? 은영은 다시 생각했다. 아, 내가 너무 예민하구나. 역시 그랬구나. 은영은 부끄러웠다. 그런 일을 당한 것도, 그걸 담임에게 말한 것도. 다시는 누구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말아야지. 은영은 이 일이 생각날 때마다 그런 다짐을 했다. 그리고 얼마 전, 과학 선생님이 교무실로 은영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