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특별한데, 내가 그걸 읽을 뿐이야. 갑자기 쏟아진 장맛비에 작은 카페 처마에 비를 피하다 문뜩 축 처진 어깨를 한 나를 향하며 그녀가 했던 한마디. 나의 존재와 나의 쓰임을 위로해주며 함께 비를 맞아주는 그녀 덕분에 쓰인 글.
너의 글에 해석이 더해진다면, 그건 단순히 답에 대한 연장 글이 아니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물 상자 같아. 글을 쓰는 사람을 친구로 두면, 그 글의 탄생을 엿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해주던 이. 그래서 써진 글과 글에 대한 또 다른 답. 서로 깊게 공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어 적은 욕심 가득한 글.
멀리 떨어진 단어들을 묶어내는 그 솜씨에 반했어. 끝말잇기처럼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이 나름의 규칙을 가진 것 같은 마법을 가진 글이라며, 감탄 어린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던 그. 그래서 날것의 순간으로 남은 글.
너의 글은 눈길이 머무르고 싶은 문장들이야. 머뭇거리는 자신의 눈동자가 마치 글에 고백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던 사람. 떠나가고 싶지 않아, 머무는 법을 의연히 적어 내려간 글.
당신의 글은 새벽에 내리는 비 같기도 하고, 카페에 앉아서 보는 거리의 풍경 같기도 하고. 저녁 달이 따뜻해지는 느낌이거나, 저물어가는 땅이 차가워지는 느낌이기도 해요.
책속에서
이 글은 저를 바라보는 거울과도 같아요.
여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에 따라, 저는 그렇게 수없이 변하고 변할 거예요.
그게 이 글의 매력이자, 저라는 사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이 책을 읽는 것도, 소중히 여겨주는 것도, 외면하는 것도 그 모든 선택에도 저는 늘 함께하겠습니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매달 우편함에 다른 숫자로 나의 지난 한 달을 말해주는 영수증처럼
인생은 그렇지 않아서, 앞으로 쓰일 ‘알 수 없는’ 미래보다 숨죽여 울었을 과거의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언제 쓰임이 과했고, 부족했는지 알 길이 없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