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01. 하늘이 무너질까 두려워 벌벌 떨다 02. 비스킷과 초콜릿 03. 갑을 04. 스스로 재능 없음을 인정해야 할 때가 있다 05. 나는 무슨 사람이지 06. 다 안다 07. 아무도 안 믿소 08. 해장국 09. 모순 10. 명언 11. 유전자 12. 동물의 왕국 13. 깜빡했다 14. 차라는 것 15. 교동도 기 16. 대퍼딜 17. 정성이라는 것 18. 쿨한 인연 19. 비인기 종목 20. 입원한 아들 21. 손목시계 22. 천명을 알다 23. 묘한 울림 24. 얄미운 놈 25. 독하다 26. 내가 천박해지는 이유 27. 노안 28. 거짓말 29. 그림 30. 묘지명 31.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다 32. 세한도 33.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은 사람 34. 담담함 35. 집밥 36. 도시인 37. 말 많은 동네 38. 빠? 39. 감옥 탈출기 40. 빨강 머리 앤 41. 큰 나무 42. 경외감 43. 매화 44. 지무재 45. 숭수재 46. 지혜의 고통 47. 고수 48. 내가 졌소이다 49. 기호학 50. 운명 51. 다람쥐 52. 놀라운 말 53. 시간의 힘 54. 혼수품 55. 최초 실패감을 선물한 영감 56. 모더니즘 57. 달이 억만 강을 비추는구나 58. 세계 통일의 꿈 59. 간단한 사실 60. 본능까지 치료하는 기술 61. 나쁜 것은 배우기 쉽다 62. 피아노 협주곡 황제 63. 꽃 선물을 받다 64. 청자병 이야기 65. 운치 있는 모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집엔 토종벌이 몇 통 있었다. 추운 겨울밤 벌들이 잘 못 움직일 때를 틈타 큰 부엌칼을 들고 아버지가 꿀을 뜨면, 우린 옹기종기 모여 천연벌꿀을 시식할 수 있었다. 과자도, 음료도, 케이크도, 빵도 귀했던 시절 1년에 한 번 맛보는 천연 꿀은 가히 겨울을 보내는 백미였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었던 온갖 꽃들이 맺은 꿀이 모여 창조해내는 맛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을 그려내는 용의 눈 같은 맛이었다. 어머니가 결혼할 때 가져왔다는 이 벌통은 60년 지난 지금도 우리 집에 있다. 달콤하고 근사한 혼수품이다. - 본문 '혼수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