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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제국이 덧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제국에 장벽을 둘러치려 했고, 책이 성스럽다는 것을 알았기에, 즉 책이 우주 또는 개개인의 의식이 가르쳐 주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없애려 했을 것이다. 장서를 불태우는 것과 만리장성을 축조하는 것은 비밀리에 서로를 무효화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4권 23쪽)

우주의 역사는 어쩌면 몇 가지 은유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역사의 한 부분을 그려 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4권 24쪽)

꽤 오랫동안 나는 거의 무한한 문학이 한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믿어 왔다. 그 한 사람은 칼라일이기도 했고, 요하네스 베커이기도 했으며, 휘트먼이기도 했고, 라파엘 칸시노스아센스인가 하면 드퀸시이기도 했다. (4권 36쪽)

말하자면 과거를 지워 버리려는 시도는 이미 과거에도 있었던 일로, 역설적이지만 이런 시도야말로 과거는 절대 지워질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과거는 결코 소멸될 수 없다. 모든 세상사는 언젠가 반복되기 마련인 바, 과거를 지워 버리려는 시도 역시 그 반복되는 세상사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4권 115쪽)

나치즘은 에리우게나의 지옥처럼 비현실적이다. 사람이 존재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그것을 위해 죽거나, 그것을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그것을 위해 남을 죽이거나, 그것을 위해 피 흘릴 수 있을 뿐이다. 자기 자신이라는 철저한 고독 한가운데서 승리를 열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법이다. 이제 한마디만 덧붙이고자 한다. “히틀러는 파멸당하고 싶어 했다.” (4권 220쪽)

달타냥이 수많은 공적을 세운 데 비해 돈키호테는 날마다 두들겨 맞고 조소당하지만, 돈키호테의 용맹이 더욱 빛난다. 이는 우리를 지금껏 생각지 않았던 미학적 문제로 이끈다. 작가는 자신보다 뛰어난 인물을 창조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나의 부정 속에는 지적인 면과 윤리적인 면이 모두 포함된다. (4권 262쪽)

『모렐의 발명』은 그 제목만으로도 또 다른 섬 출신 발명가 모로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작품은 우리의 영토와 우리의 언어에 새로운 장르를 이식시켰다. (4권 352쪽)

그는 19세기의 한가운데서 이미 민주주의라는 것은 투표함이 가져올 예견된 혼돈이라고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쓴 바 있으며, 모든 동상들을 모아들여 요긴하게 쓸 동제 욕조로 만들어 버리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의상철학』보다 더 열이 치솟고 격한 감정으로 쓴 책도, 비탄으로 인해 미친 듯이 써 내려간 책도 읽어 보지 못했다. (4권 371쪽)

이 책의 운명은 매우 모순적이다. 세르반테스가 이 책을 쓴 이유는 허구의 이야기들을 통해 스스로 느끼는 초로의 우울한 심정을 달래 보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의 이야기들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노쇠한 세르반테스의 흔적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 책을 찾으니 말이다.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주인공은 마하무트도, 집시 여인도 아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자는 그런 주인공들을 상상하고 있는 세르반테스다. (4권 395쪽)

가우초는 죽었어도 사람들의 혈관 속에, 어두컴컴하거나 과도하게 대중에 노출된 일종의 향수 속에, 그리고 도시 속 남자들을 그려 낸 문학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프롤로그를 쓰는 중에도 나는 몇 권의 책을 열거했다. 또한 팜파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상실한 것들을 좀 더 잘 느끼기 위해 스스로 유배의 삶을 추구했던 허드슨가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다. (4권 4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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