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물고기, 자연, 그리고 나 14 Ⅱ 내가 만난 생명체들 34 〈가나다순〉 Ⅲ 물고기가 내게 준 선물 452 1. 사부님, 사부님, 울 사부님? 452 2. 내일 배 사무장 좀 할텨? 479 3. 퇴계 선생 도산십이곡에 응답한 대방어 490 참고문헌 526 찾아보기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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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자연, 그리고 나 : 물고기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의사가 알려주는 생활어보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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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 저자서문 ]
의학은 인체의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자연현상을 관찰해서 어떤 특정한 과학적인 법칙을 추출하는 것에서 출발하지요. 마찬가지로, 모든 공부는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물고기들을 만나면서, 물고기들이 소개해주는 자연을 만나고, 나아가 나 자신을 만나보게 되더군요. <외부 대상에 대한 공부>와 <나의 내면 삶에 대한 공부>가 만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바다나 강가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을 마실 때는, 자연과 내가 일체가 되고, 나도 대자연의 일부인 것을 깨닫게 되지요. 마치 내가 자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인간, 지렁이, 쑥, 돌미나리, 이름 없는 풀, 모기, 개미… 모든 존재가 자 연의 주인공인 거지요. 크기를 알 수 없는 무한(無限)의 커다란 자연 앞에, 유한(有限)의 시공(視空)에 갇혀있는 한없이 작은 나의 생활을 비추어보며, 자연과 대화합니다. 언어를 통해서만 대화하는 것은 아니지요. 물 위에 던져진 찌를 바라보며 자연과 대화하고, 나 자신과 대화하고, 나의 과거와 대화하고, 나의 미래와 대화하고, 가족과 대화하고, 돌아가신 분과 대화하고, 그리운 사람과 대화합니다. 공자(BC 551~479)께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智者樂水/지자요수 仁者樂山/인자요산] 라고 하셨는데, 지자(智者)이든 인자(仁者)이든 자연을 배우고 사랑함에는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물고기와의 만남, 자연과 만남을 통해 순수한 동심(童心)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더 착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소리, 새소리, 고라니 울음소리,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나무, 돌, 바위, 냉이, 풀, 꽃, 하늘, 구름, 물안개, 먼동, 석양…. 말하자면 자연을 통해 제 일상이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Fishingpsychotherapy(낚시 정신치료)>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일찍이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BC 460~370)도 같은 생각을 했었나 봅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자연은 그 자체로 가장 훌륭한 의사이다.” [Nature itself is the best physician.] 라고 했더군요. 물고기 또한 자연이니, “물고기는 그 자체로 가장 훌륭한 의사이다.” [Fish itself is the best physician.] 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자연과의 대화는, 물욕과 경쟁으로 둘러싸여 허둥대는 나의 삶을 치료합니다. 자연과의 대화를, 삶을 치료한다는 의미에서, ‘절대자와의 대화’ 또는 ‘진리와의 대화’라고 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음의 치료적 대화라는 소중한 선물 외에도, 자연은 붕어, 빠가사리, 학공치, 감성돔, 참돔, 벵에돔, 자리돔, 용치놀래기, 우럭, 노래미, 백조기, 갑오징어, 볼락, 전어, 숭어, 망둥어, 열기 등 사시사철 다양한 수산물들을 늘 보너스로 제공해주었습니다. 제가 자주 만나는 주꾸미, 고등어, 갈치는 우리 집 가계에 보탬이 되는 주요 어종이기도 합니다. 저는 낚시의 기법은 문외한입니다. 장비도 제대로 없습니다. 제가 낚시하러 자주 가는 이유는 그냥 자연이 좋아서입니다. 바다는 바다대로, 민물은 민물대로 물고기들과 함께 자연 속에 파묻히는 것이 너무 좋더군요. 500여 년 전, 대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 본관 진성, 1501~1570) 선생께서는 “고인를 몯 봐도 녀던 길 알ᄑᆡ 잇ᄂᆡ 녀던 길 알ᄑᆡ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라고, 노래하시면서 공부하셨지요. 3년 전부터 매일 새벽 제가 연구실에서 조용히 듣기도 하고, 따라부르기도 하는 노래의 한 구절 이기도 한데요. 퇴계 선생께서 지으신 도산십이곡 중 제9곡의 한 부 분입니다. 요즈음 말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옛사람 뵙지 못해도 가시던 길 앞에 있네. 가시던 길 앞에 있으니 아니 가고 어쩌겠나.” “Though we never met ever before, what lies ahead is their way. As the way lies ahead, with a favor I will follow them.” 같은 것에 대해, 옛사람이 탐구했던 것을 살펴보고, 또 나의 관점에서 새롭게 관찰하고 묵상하여 보완해나가는 것이 학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분들이 가신 길>과 <나의 길>이 합쳐진다고나 할까요? 그것이 창조적인 공부로 나아가는 길이겠지요. 이 책을 쓰면서, 200여 년 전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 본관 나주, 1758~1816) 선생께서 가셨던 길, 즉 『자산어보』 원문을 꼭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요. 현대 의학에만 평생 몸을 담은 제가 한문 고전 원문을 접하는 작업이 어렵더군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평소 한문에 대해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아주 시원하게 가르쳐주시곤 하는, 고려대 계헌(契軒) 김언종 교수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한문학의 대가이신 김언종 교수님께서는 열정적으로, <한잘알>이라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쉽고 유머러스하게 한문을 가르치고 계시기도 하지요. 김언종 교수님께서 『자산어보』 원문을 볼 수 있도록 자상하게 지도해주셨습니다. 김언종 교수님께 큰절을 올립니다. 저에게 낚시 사부님이 되어주신 박형식 선생님 생전에, 사부님과 같이 물고기들을 만나면서 즐겁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보여드렸으면 참으로 기뻐하셨을 텐데요. 제가 너무나 게으른 탓에, 사부님께서 고인(故人)이 되시고야 영전(靈殿)에 바칩니다. 사부님, 정말 죄송합니다…. 인간의 노화 과정은 의사인 저도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점차 눈이 나빠지더니, 작년부터 물체와 글씨가 두 개로 겹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우리 병원의 안과에 가서 여러 가지 복잡한 검사를 통해 정밀 진단을 받아보니, <중심와 이동 증후군(Dragged Fovea syndrome)>이라는 아주 희귀한 망막 질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치료 방법이 없다는군요. 그냥 적응해서 살아야 할 모양입니다. 모든 물체가 둘로 보여서 많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더군요. 물고기 한 마리를 잡으면, 제 눈에는 두 마리로 보이니까요.
책속에서
크기를 알 수 없는 무한(無限)의 커다란 자연 앞에, 유한(有限)의 시공(視空)에 갇혀있는 한없이 작은 나의 생활을 비추어보며, 자연과 대화합니다. 언어를 통해서만 대화하는 것은 아니지요. 물 위에 던져진 찌를 바라보며 자연과 대화하고, 나 자신과 대화하고, 나의 과거와 대화하고, 나의 미래와 대화하고, 가족과 대화하고, 돌아가신 분과 대화하고, 그리운 사람과 대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