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첫사랑, 그 달콤 쌉싸래한 추억에 관하여 「첫사랑」은 투르게네프가 "이 작품은 창작이 아니라 나의 과거"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자전적인 요소가 담뿍 담겨 있다. 자전적 요소란 것이 비단 '돈 많은 연상의 여인과 결혼한 아버지'란 인물설정 따위에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이 소설을 쓴 그가 사랑을 보는 시각이 블라디미르의 그것과 얼마나 닮아 있나 하는 점이다. 실제로 그는 이십 대 중반에 만난 프랑스 여가수 비아르도를 사랑하여 죽을 때까지 그녀와 교류하며 지냈다. 그의 그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의 모습이 주인공 블라디미르에게도 보인다. 소년 블라디미르는 사랑하는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녀의 말에 복종하고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으며, 그녀의 행동에 상처받아 외면하겠다 하면서도 결국 그녀의 뜻대로 이끌린다. 첫사랑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 듯, 머리보다 가슴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이런 순수한 열정을, 첫사랑이 주는 환희와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강렬한 고통을, 투르게네프는 소년의 심리 묘사를 통해 작품 내 여기저기에 가득 흩뿌려 놓았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첫사랑의 실패……. 그렇기에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좀 더 애틋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일 테다. 이 소설에서, 소년에게 실연은 조금은 충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분히 팜므파탈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 여주인공 지나이다. 지나이다의 묘한 매력은 남성들로 하여금 기꺼이 그녀를 숭배토록 하게 하며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이들은 그녀의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한다. 처음 느끼는 사랑, 처음 하는 서툰 사랑이기에 사랑이 던져주는 다양한 감정에 면역이 되어 있지않은 그들에게 사랑은 전쟁과도 같다.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만이 앞으로 다치지 않는 사랑을 할수 있다는 뜻에서였을까, 죽기 직전에 아들에게 사랑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블라디미르의 아버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소년의 아버지도, 또 투르게네프 자신도 지독한 첫사랑의 열병을 스스로 깨뜨리지 못했기에, 그런 말을 남긴 것은 아닐까?
_투르게네프 성장 소설 「첫사랑」은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러시아의 3대 문호로 꼽히고 있는 투르게네프의 중편소설로, 그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된 일종의 성장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열여섯 살 소년 블라디미르의 처음 겪는 짜릿하고 쓰라린 사랑 이야기가 줄거리를 이루는 이 작품 속에는 첫사랑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사춘기 소년의 황홀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심리가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어 우리를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안내해준다. 작가 자신도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을 정도로 아꼈던 이 작품은 발표 당시 많은 비평가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_소년의 첫사랑 열여섯 소년 블라디미르는 이웃에 이사 온 가난한 공작 부인의 딸 지나이다를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소년보다 다섯 살 연상의 지나이다는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당찬 여성으로, 역시 그녀를 사랑하여 그녀의 집 드나들기를 제집처럼 하는 몇몇 남성을 마음대로 휘두르며, 그들도 기꺼이 그녀의 명령에 복종한다. 블라디미르 역시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소년은 그저 어린애일 뿐, 소년의 첫사랑은 날이 갈수록 실연의 고통에 허덕인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지나이다가 사랑에 빠졌음을 눈치 채게 되고, 그 대상을 향한 증오심에 칼을 품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누군지 알게 되면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히는데…….
책속에서
그녀의 얼굴은 어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너무나도 부드럽고 지적이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얀 커튼을 내린 창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햇살이 커튼을 통해 비치면서 그녀의 풍성한 금발과 순결한 목덜미, 동그스름한 어깨, 부드럽고 고요한 가슴을 온화하게 감쌌다. 그녀를 바라볼수록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마치 지난 몇 년 동안 그녀를 알았던 것처럼 생각되면서 그녀를 알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았고, 이 세상에 살아 있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