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따뜻하게, 때론 재치 있게, 때론 담담한 시선으로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주는 50여 편의 시”
흔히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놓고 가는 파렴치한 새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뻐꾸기가 숨어서 운다고? 이 시집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재, 이를테면 길거리나 자연에서의 소재들을 때론 따뜻하게, 때론 재치 있게, 때론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뻐꾸기 또한 재치 있는 시선으로 보며 따뜻하게 풀어낸다. 내 자식을 남의 품에 넘겨야만 하는 업보로, 무거운 침묵 속에서 숨어서 우는 뻐꾸기. 이제껏 보아 오지 못한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노래한 것이다. 시인은 지나간 추억들을 돌이켜 보며 담담한 시선에 따뜻함을 한 스푼 얹는다. 그래서 마치 눈앞에 지난날의 마을과 지난날과 자연이 아스라이 펼쳐지는 듯하다. 힘든 인생의 여정에 지쳐 있다면, 고향과 시골의 정취가 흐르는 이 시집은 마음에 여유를 안겨 줄 것이다. 바람과 자연이 내 마음속에서 숨 쉬고,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가슴에 알알이 따스하게 박히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P.15] 경로석에 앉아 눈을 감자 /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모호한 시선 잠깐 실눈을 하고 / 주위를 둘러보는데 알 듯 모를 듯한 가냘픈 여인 / 묘한 미소가 가슴을 두드린다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 후다닥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 남방셔츠 단추와 단추 사이 / 비집고 나온 두툼한 뱃살이 뻔뻔하다 아차! /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리니 나를 설레게 한 그녀의 엷은 웃음 / 모호함이 아닌 헛헛한 냉소였음을 _「착각의 끝」 중에서
[P. 45] 책가방 어깨 메고 재잘재잘 앳된 소녀들 / 화장기 얼굴 옷맵시는 어른 흉내 짝지어 걸어가며 종알종알 / 손바닥 마주치며 깔깔깔 … 폐지 줍던 백발노인 / 한가득 짐 싣고 삐거덕삐거덕 젖은 솜처럼 몸은 무거워도 / 함박웃음 싱글벙글 … 유모차 탄 한 살배기 / 바깥세상 눈 굴리며 두리번두리번 / 옹알옹알 … 오늘도 붐비는 길거리 /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_ 「길 위의 사람들」 중에서
[P. 67] 생전에 쌓은 허물 / 스스로 허물지도 못한 채 얼음장 같은 가슴을 / 업보로 되돌려받고 남의 품에 / 내 분신(分身)을 넘겨야 하는 숙명의 / 탁란(托卵) … 고해(苦海)의 숲속에선 /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이 봄 / 오늘도 뻐꾸기는 / 숨어서 운다 _「뻐꾸기는 숨어서 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