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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박방희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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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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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민주주의라는 거대담론이 중심이 되어 직조된 박방희 시인의 이번 시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는 우리 겨레의 주체성과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시인의 열망이 잘 나타나 있다. 암울했던 억압의 시대에도 시인은 건강한 리얼리즘 정신을 발휘하여 민족과 현실의 문제를 시로써 적극 언표하고자 했다. 젊은 한때 사회변혁운동에 참여한 바 있는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서 흑갈빛으로 인화印畵된 지난날의 풍경과 고뇌, 그리고 우울한 시대에 남몰래 흘리던 눈물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이런 행위는 세상의 참된 변화를 도모하려는 양심의 발로로, 그리고 어둠의 시대에 빛을 향해 기록된 비망록으로 읽혀진다.
-이 진 엽, 시인, 문학평론가

박방희 시인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80년대에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평소 과묵한 성격으로 잘 알려진 그에겐 학창시절부터 “세계의 중심에다가 확고히 저를 두는 자존감, 그런 중량감”(문인수 시인의 회고)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성향 때문인지 그는 억압과 부조리로 점철된 현실에 그냥 침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시집에는 시국의 불안함, 민주화 운동 탄압, 권력의 횡포와 그 위선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먼저 암울했던 군부독재 시절의 ‘불안한 시국’에 관한 시를 보기로 하자.

사이렌 울리고/ 호각소리 찢어지고/ 발소리 어지러운데/ 어둠 속에서 완장 찬 사내/ 하얀 이 드러내고/ 외마디 조준하여, 탕!/ 401호 불 꺼!/ …(중략)…/ 우리나라 희망의 불빛도 끄고/ 우리 모두 떨어야 해/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가상 적기 앞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가상의 적에 부들부들 떨어야 해/ 우리 지금부터 죽어야 해
-「야간 민방공 훈련」 부분

‘야간 민방공 훈련’이라는 제목에서처럼 이 시는 1970·80년대 남북의 극한 대치 상황과 관련된 전쟁의 불안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사이렌 울리고 / 호각소리 찢어지고 / …(중략)… / 외마디 조준하여, 탕! / 401호 불 꺼!”에서 감지되듯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면 누구나 야간 등화관제 훈련과 그에 따른 전쟁의 공포를 경험한 바 있다. 적의 침략에 유비무환의 자세로 철저히 대비함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시인에게 이 훈련이 “우리나라 희망의 불빛도 끄”게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희망이란 진실을 의미한다. 야간 민방방공 훈련은 나라 전체에 극심한 공포심을 조성하여 국민들을 마음대로 통제하고자 하는 당시 위정자들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인은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이 훈련은 그 진실이 의심 받는 것이다. 마치 마을의 질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리 떼가 습격해온다고 거짓말을 하여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연출을 하는 장면(이강백의 희곡, ??파수꾼??)과 흡사하다. 그래서 시인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 가상의 적에 부들부들 떨어야” 하는 현실에 냉소적으로 반응한다.
이 불안한 시국에 국민들은,

“503호는 어디로 가고?”/ “503호는 이민 갔답니다.”/ “언제?”/ “벌써요! 그동안 비어 있었대요.”/ 가슴이 뻥 뚫린다/ 머리가 훤히 빈다/ 맑은 하늘 너머로 KAL기가 날아가며/

손을 흔든다/ 안면 있는 얼굴들이 구름 속에 동동 떠 있다가 사라진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남은 내가 무궁화 꽃으로 피었다
-「이민」 부분

에서와 같이 희망을 잃어버린 채 조국을 등지고 이민을 감행하기도 한다. 역사를 거슬러보건대 시국이 불안정하고 억압이 심화될수록 이향離鄕을 하는 유이민들이 많았다. 이 시의 ‘503호’ 주민도 “맑은 하늘 너머로 KAL기”를 타고 타국으로의 이출移出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고국을 버리고 디아스포라Diaspora의 삶을 선택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시인의 생각이 주목된다. 그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에 이채롭게 등장하고 있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는 어린아이들의 숨바꼭질 놀이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술래가 된 어린아이가 ‘무궁화 꽃…’이라고 외치는 그 소리는 이 시에서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이 놀이에서는 술래가 된 아이가 벽을 보고 돌아서서 그 소리를 외치는 동안, 다른 아이들이 자유롭게 발을 옮기며 행동할 수 있다. 이 사실에서 유추해본다면 시인이 지금 술래가 되어 ‘무궁화꽃…’이라고 외치면, 그 사이 타인들은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궁화꽃…’이라는 후렴구의 반복은 결국 시국의 불안과 억압을 피해 타국으로 떠나는 동포들에 대해 시인이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이러한 시대적 문제는 ‘민주화운동 탄압’이라는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는 이미 체포되었다/ 한 개의 수갑/ 한 발의 오랏줄도 없이/ 굴비두름으로 엮이어/
구분된 동그라미/ 칸 쳐진 네모 안에/ 죽은 자의 얼굴로 갇혀/ 이 나라 어디엘 가도/
붙잡혀 있고/ 핀 하나로 꽂히거나/ 더러 풀질되어/ 바람벽에 도배되었다// …(중략)…/ 가벼운 종이 한 장에 갇혀/ 내리지도 벗어나지도 못하고/적의에 찬 활자로 매도되어/
그의 자유/ 그의 사상/ 그의 애국은/ 재판도 없이 단죄되고/ 벽이란 벽/ 기둥이란 기둥/
신문과 전단과 텔레비전 면면마다/ 구분된 동그라미로 효수되고/ 칸 쳐진 네모로 처형된 채/ 산 자 가운데서 죽은 자 되고/ 죽은 자 가운데서 산 자 되었네
-「수배자」 부분

시인의 젊은 시절은 군사정부의 억압 정치가 매우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사회 전체가 동토凍土처럼 얼어붙어 언론과 집회의 자유는 물론,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마저 크게 위협받는 시대였다. 이 어둠의 시대에 시인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재야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문화연구회’의 대표와 대구·경북지역의 대표적인 재야인사로 활동”(황수대의 글,『아동문학평론』2008, 가을호 참조)하다가 1990년대 현실 정치 참여로까지 이어진다.
이 시에서도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의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체포·수갑·오랏줄·효수’ 등의 시어에 나타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그것을 입증한다. 이런 공포감은 “아득한 어둠, 그 끝없는 나락으로 / 떨어져 사라지는 저 밤의 불빛”(「밤 불빛」), “최루가스 자욱하고 / 돌멩이 나르는 세상에 / 꽃은 지고 어둠뿐인데”(「요즈음의 빗소리」)에서처럼 두렵게만 느껴진다. 민주화를 외치다가 체포된 자들은 “굴비두름으로 엮이어 / 구분된 동그라미 / 칸 쳐진 네모 안에 / 죽은 자의 얼굴로 갇혀”버린다. ‘그’는 이제 인간이 아니라 “핀 하나로 꽂”힌 곤충처럼 채집되어 타인과 격리된 삶을 이뤄가야 한다. 시인은 박제된 미물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는 모습을 유추하면서 영혼을 옥죄는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특히 ‘그’가 주장하는 ‘자유·사상·애국’이 “재판도 없이 단죄되”는 상황과, “신문과 전단과 텔레비전 면면마다 / 구분된 동그라미로 효수되고 / 칸 쳐진 네모로 처형”되는 현실 앞에 시인은 마치 ‘동물농장’(조지 오웰의 소설) 같은 디스토피아dystopia의 참혹상을 온몸으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