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가 추구한 것은 무엇보다 인간의 내부에 공존하고 있는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 존재를 다 같이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통일과 조화로 이어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세계는 대립 현상 밑에 있다. 낮과 밤, 여자와 남자, 선과 악, 이성과 감성, 신성과 마성, 이 밖의 온갖 자연 현상은 물론이며, 인간의 내면 세계도 마찬가지다. 헤세는 두 세계를 하나로 묶는 것을 과제로서 관찰하고 그것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 책에 실린 <로스할데(1914)>, <크눌프(1915)>, <데미안(1919)> 등 세 작품은 이러한 점에서 좋은 표본이 될 수 있다. 《로스할데》는 남성과 여성, 속박과 자유, 시민성과 예술성이 전편을 통해 끝없는 대립상태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주인공 베라구드가 나름대로의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 작품이다. 《크눌프》는 한편 한편이 주옥같은 소품으로서의 값어치를 지닌 작품으로,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처자를 거느리고 안락하게 살고자 하는 정주(定住)의 본능과 인간의 본래적인 방랑의 본능 사이의 갈등이 주제를 이루고 있다. ‘이른 봄’, ‘크눌프에 대한 회상’, ‘종말’ 등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데미안》은 자신의 내부에 두 개의 상반된 세계를 가지고 그 대립 때문에 괴로워하는 에밀 싱클레어라는 청년의 수기 형식으로 시작되고 있지만, 사실은 작가 헤르만 헤세 자신의 젊은 날의 정신적 편력기(遍歷記)라 할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