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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밤의 꿈(第一夜) - 나쓰메 소세키 / 최재철
눈 오는 날(雪の日) - 히구치 이치요 / 이부용
귀거래(?去?) - 구니키다 돗포 / 권정희
오세이 이야기(お?女のはなし) - 고이즈미 야쿠모 / 이정희
할아버지 할머니(ぢいさんばあさん) - 모리 오가이 / 유진우
호색(好色)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김태영
소녀(少女) - 와타나베 온 / 이남금
어설픈 천사(不器用な天使) - 호리 다쓰오 / 장유리
불타는 뺨(燃ゆる頰) - 호리 다쓰오 / 허호
사랑하러 간다(?をしに行く) - 사카구치 안고 / 김정희
비용의 아내(ヴィヨンの妻) - 다자이 오사무 / 배가혜
예언(予言) - 히사오 주란 / 전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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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명단편선 : 큰글씨책. 6, 남녀가 사랑하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2796211 813.3 -18-2 v.6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2796212 813.3 -18-2 v.6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국내 최초로 일본 명작 단편을 인생, 재난, 근대, 동물, 광기, 남녀, 일상, 허무, 구원 등 10개의 주제로 출판했다. 이처럼 일본 문학을 주제별로 10권 발행한 것은 국내 출판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작품 127편, 작가 42명, 역자 63명이 참여했다.
≪일본 명단편선≫을 기획한 의도는 무엇보다도 국내의 일본 문학 소개가 몇몇 현대 인기 작가의 대중적 작품이나 추리 소설류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수한 일본 근현대 단편 명작들을 찾아, 전문가에 의한 질 높은 번역과 적절한 작품 해설 및 작가 소개, 풍부한 주석 등을 독자에게 제공해 가벼운 일본 문학을 소비하는 독서 풍조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번 기획의 목표는 이처럼 국내 독자들의 일본 문학에 대한 편식을 일깨우고자 함이 그 첫 번째다. 그리고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의 작품부터 다이쇼 시대와 쇼와 시대 전기, 그리고 전후의 작품까지를 망라함으로써 일본 근현대 문학의 기본 흐름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체계적 읽기를 지향하는 것이 두 번째다. 저작권 관계로 1960년대 중반까지 생존한 작가를 대상으로 작품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주요 작가들은 다 포함되어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시마자키 도손 등 한국에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 외에 가지이 모토지로, 니이미 난키치, 도쿠다 슈세이, 우메자키 하루오, 하야마 요시키, 히사오 주란 등 다소 생소한 작가들의 명작들도 포함되었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작품을 발표했던 한국 작가 김사량의 작품도 들어 있다.
특히 일본 근현대 문학사에서 위상에 비해 이제까지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초역 작품들이 여러 편 포함되었다는 것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초역 작품들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한 줌의 흙> · <의혹>, 사카구치 안고의 <죽음과 콧노래> · <진주> · <전쟁과 한 명의 여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증념> 등을 비롯해 이즈미 교카의 <그림책의 봄>,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두 줄기의 피> 등 20여 편이다.

‘완성도 높은 명단편선’이 되도록 번역은 원문에 충실하되 한국어로 읽히는 가독성을 고려하고, 각주는 간명하며 알기 쉽되 직간접 일본 체험을 반영한다는 ‘문화 번역’을 따랐다. 요즘 일본 문학 작품 번역에 오류가 많고, 쉽게 생략하거나 원문에 없는 어휘를 집어넣어 가독성만을 노리는 세태와는 선을 긋고자 한 것이다.
번역에 참여한 역자들은 대학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한 전문가들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김현준(일본 무사시노대학), 이남금(일본 도쿄세이토쿠대학교) 등 해외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전공자들과 공동 작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1.
여자는 조용한 어조를 한층 높여,
“백 년 기다려 주세요”라고 각오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 년, 내 묘지 옆에 앉아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 꼭 만나러 올 테니까요.”
나는 그저 ‘기다리고 있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까만 눈동자 속에 선명하게 보였던 내 모습이 희미하게 무너져 내렸다. 고요한 물이 움직여 비치는 그림자를 흩트리면서 흘러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의 눈이 딱 닫혔다. 긴 속눈썹 사이에서 눈물이 볼로 떨어졌다. -이미 죽어 있었다.
나는 뜰에 내려가 진주조개 껍데기로 구덩이를 팠다. 커다란 진주조개는 매끄러운 가장자리가 예리했다. 흙을 파낼 때마다 조개 뒷면에 달빛이 비쳐 반짝반짝 빛났다. 눅눅한 땅 냄새도 났다. 구덩이는 얼마 안 되어 팔 수 있었다. 여자를 그 안에 넣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흙을 살짝 덮었다. 덮을 때마다 진주조개 뒷면에 달빛이 비쳤다.
-나쓰메 소세키, <첫째 날 밤의 꿈>
2.
그러자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는 돌연 얼굴을 들어 올려 이부카 군을 보았다. 마치 이부카 군이 거기 구경꾼들 사이의 뒤쪽에서 엿보고 있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방 안은 밝고 밖은 어두워서 이부카 군이 봤다고 생각하더라도 상대 쪽에선 안 보였을 수도 있다. 더욱이 이부카 군이 그곳에 같이 있다는 걸 신경 써야 할 이유 같은 건 없지만 어쨌건 너무도 갑자기 두 사람의 눈이 딱 마주친 것이다.) 창백한 얼굴에다 눈 끝으로 길게 뻗은 속눈썹까지 눈물에 반짝이며 귀여운 윤곽을 지닌 얼굴이다. 이부카 군은 그때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만큼 놀랐다. 갑자기 자기를 쳐다봐서만이 아니다. 이부카 군은 거기서 그야말로 자신이 연모하는 소녀에 다름 아닌 소녀를 발견했던 것이다.
-와타나베 온, <소녀>
3.
저는 가게에 들어선 작업복 차림의 일행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면서 주인아주머니에게 속삭였습니다.
“아주머니, 죄송한데 앞치마 좀 빌려주세요.”
“이야, 미인을 데려다 놓으셨네. 이거 보통이 아닌데?”
손님 중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유혹하지 마십쇼. 돈이 걸려 있는 몸이니 말입니다.”
주인 남자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백만 불짜리 명마(名馬)다, 이 소린가?”
또 다른 손님이 저급한 농담을 던졌습니다.
“명마도 암컷은 반값이라면서요.”
사케를 데우면서 저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비용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