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의 취향을 말해주는 영화감독 리스트 영화는 볼 때보다 보고 나서 이야기할 거리들이 더 많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 감상의 단골 소재다. 남주인공의 연기가 너무 밋밋했다든지 엑스트라의 연기가 과했다든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영화 배경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그렇게 취향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특정 감독에 대한 호감도가 비슷할 때, 영화에 대한 대화는 더욱 풍성해지기 마련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오래된 테제를 꺼내들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미국영화감독』은 르몽드 시네마 아카데미가 『영화의 장르, 장르의 영화』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한 영화 강의교재로 10명의 필자가 12명의 미국영화감독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영화의 장르, 장르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출간하는 『미국영화감독』도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위해 기획되었다. 우선,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가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를 만들고자 하였다. 다음은 르몽드 시네마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영화 강좌를 위한 교재를 만드는 것이다. 매달 한 명의 감독을 선정해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책의 구성도 12장으로 이루어졌다. 미국 영화사를 수놓은 무수한 감독 중에 12명을 고르는 일은 곤혹스러운 일차 작업이었다. 따라서 여기 고른 12명의 감독은 가장 훌륭한 영화감독이라기보다는 우선 선정된 감독이라는 것을 밝힌다.
#2. 12명의 미국영화감독과 그들의 영화세상 이 책에 다룬 12명의 미국영화감독은 다음과 같다. 스탠리 큐브릭, 스티븐 스필버그, 알프레드 히치콕, 팀 버튼, 쿠엔틴 타란티노, 리안, 알레한드로 곤잘리스 이냐리투, 크리스토퍼 놀란, 우디 앨런, 로버트 저메키스, 길예르모 델토로, 베넷 밀러. 목록을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특정 시기나 특정한 작품 성향을 기준으로 선별하지 않았다. 알프레드 히치콕처럼 1950~60년대 왕성히 활동한 감독도 있고, 크리스터퍼 놀란 등 현재 가장 주목받는 감독도 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등 상업영화의 선두주자도 있고, 알레한드로 곤잘리스 이냐리투 등 독자적인 세계를 선보이는 감독도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주제나 시각적 스타일 등 어떤 하나의 잣대로 이들 감독을 묶을 수 없다. 단지 그동안 내놓은 작품들이 흥행이든 비평이든 많은 이들의 주목을 이끌어냈으며 자기만의 영화적 세계를 구축한 감독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 책에 다룬 감독들은 거의 다수의 작품을 연출하였다.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4개의 작품만을 연출한 베넷 밀러 같은 감독도 있지만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우디 앨런처럼 50편이 넘는 극영화를 만든 감독도 있다. 이런 편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구성은 한 감독의 작품 세계와 일생을 일별한 후에 대표작 네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통일되어 있다. 대표작 선정은 각 필자가 임의로 하였고 아쉽게도 다루지 못한 무수한 작품들이 목록 너머에 존재하게 되었다. 교재로 만들다 보니 어려운 용어는 옆으로 뽑아 해설을 덧붙였다. 한편 본문에 설명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도판을 곁들였다.
#3. 영화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영화를 즐기고 이해하고 아끼는 방식에 왕도는 없다. 어디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도 무방하나 한 감독의 영화 세계 전체를 찾아보고 해석하는 방식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정석이나 아직도 유효한 길이다. 많은 영화학도, 영화감독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의 영화를 보고 또 보고 대사를 암기하고 장면 구성법을 연구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이 책이 영화에 대한 애정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통로가 되기를 희망하며 여기에 설명된 내용은 단지 지면이 허락한 그 감독 세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미국영화감독』의 공동저자 10명은 영화, 문학, 예술, 문화콘텐츠, 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신진평론가로서 한국영화의 비평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향후 르몽드 시네마 아카데미의 기획 하에 『유럽영화감독』, 『아시아영화감독』, 『한국영화감독』 등 감독 후속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르몽드코리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편집부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라는 언론관으로 유명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의 자매지이자 국제관계 전문 시사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국제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참신한 문제제기로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민주주의, 평등박애주의, 환경보전, 반전평화 등을 옹호하는 대표적인 독립 대안언론이다. 미국의 석학 노암 촘스키가 ‘세계의 창’이라고 부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데에서 더 나아가 ‘아탁(ATTAC)’과 ‘세계사회포럼(WSF, World Social Forum)’ 같은 대안세계화를 위한 NGO 활동과, 거대 미디어의 신자유주의적 논리와 횡포를 저지하는 지구적인 미디어 감시기구 활동에 역점을 두는 등 적극적으로 현실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독자들 사이에서 ‘르디플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20개 언어, 37개 국제판으로 240만 부 이상 발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08년 10월 재창간을 통해 한국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www.ilemonde.com 참조). 이 잡지에는 이냐시오 라모네, 레지스 드브레, 앙드레 고르즈, 장 셰노, 리카르도 페트렐라, 노암 촘스키, 자크 데리다, 에릭 홉스봄, 슬라보예 지젝, 알랭 바디우 등 세계 석학과 유명 필진이 글을 기고함으로써 다양한 의제를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
책속에서
제1부 흥행불패의 귀재들 “사실 미학적 순수주의자들만 스필버그에게 따가운 눈총과 비하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건 또 아니다. 현실참여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부르짖는 이들에게 역시도 스필버그는 언제나 물어뜯기 손쉬운 먹이다. 특히 이들은 자본력이 담보하는 현란한 특수효과들이 동시대판 ‘민중의 아편’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즐거운 눈과 귀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관심을 잊게 하며, 나아가 주류사회의 지배소적 가치체계를 은연중 내면화하게 만든다는 주장일 터이다. 그러나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실제로 스필버그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동안 살필 수 있었던 것처럼, 그에게 가해지는 비판 중 많은 부분이 텍스트의 실증성에 근거하지 않은 탓에 다분히 빈약한 논리에 기댄 경우가 많다.” - 남병수 영화평론가 ‘스티븐 스필버그-대중을 향해서 내민 영화적 위무의 손길’ ““<킬빌>은 ‘영화의 영화’였어요. 브라이드는 단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과 싸운 게 아니라, 엑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전반의 역사와 맞서 싸운 거예요. (데스) 리스트에 적힌 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장르를 대표해요.” 타란티노가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플롯의 구조,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깨트리는 아이디어에 집중한다. 플롯을 장으로 나누는 방식은 소설의 구성방식과 <비브르 사 비>(My Life To Live, 1962) 같은 장 뤽 고다르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관객은 처음 10분 정도만 보면 대강 어떤 영화인지 짐작하게 되고 다음 장면을 유추하기 마련이다. 타란티노는 이야기의 순서를 뒤틀거나 관객에게 구축된 정보를 역이용하기를 좋아한다.” - 김경욱 영화평론가, ‘쿠엔틴 타란티노-헤모글로빈의 시인’
제2부 기술과 판타지의 개척자들 “나는 여덟 편의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 모든 영화로 구성된 단 한편의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내게 그 한 편의 영화는 블리크 하우스와도 같아요. 나는 하나씩 하나씩 방을 만들어나가고 있으니, 관객은 그 집을 한눈에 전체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델 토로 표 공포영화는 동화와 신화에 바탕 한 판타지가 관객에게 인간의 무의식 속의 욕망과 갈등에 대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의 판타지는 현실 도피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소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판타지가 아니라, 관객이 사는 세계를 해석하되 특유의 공포가 가미된 판타지를 창조한다. 그에게 “판타지는 현실을 해석하는 위대한 방법”이다. 그는 우리가 눈을 뜨고 세계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방식으로 판타지와 호러라는 도구를 활용한다.” - 서성희 영화평론가, ‘기예르모 델 토로-창의적이고 숙련된 판타지의 거장’ “모든 문화 속에 자리 잡은 기술의 발전은 항상 문화적 변혁에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 마찬가지로 영화가 이룩해 온 문화 속에서 모션캡처 기술을 상기해야 하는 이유 역시 그것이 결국 영화라는 문화의 변혁에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멕키스의 여러 시도에서 주목해볼 만한 명분은 초창기 모션 캡처 기술에 대한 실패사례이거나, 기술적 결함이 가져온 영화흥행 참패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아니라, 모션 캡처 기술이 영화와 영화가 이끄는 문화 현상을 어떻게 변혁시켰으며 그로 인해 우리의 시각 문화가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통찰하는 것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지승학 영화평론가, ‘로버트 저멕키스-혁신을 주도한 영상기술의 실패와 성공의 변증법’
제3부 아이러니의 거장들 “리안 영화 <아이스 스톰>의 주인공 폴은 만화잡지 ‘판타스틱 포’ 1973년 11월 호를 보면서 세 가지를 깨닫는다. 첫째, 가족은 공허의 시작이자 죽으면 돌아가는 곳이다. 우습게도 가까워질수록 공허감은 커진다. 둘째, 모든 사람에겐 부정 차원이 존재한다. 부정 차원의 세계는 정체성이 전도되고 일상사들이 반전되는 곳이다. 우리는 모두 이 차원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순 없다. 셋째, 삶이란 안전한 길만 고집할 수 없으며, 미지의 세계로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그러나 잘못 통과하면 죽을 수도 있다. 리안 영화에서 가정은 늘 모순된 공간이고 가족은 원자화된 존재들이다. 가족 혹은 가정이란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사랑과 정, 책임과 의무 같은 것들은 소중한 가치지만 아무런 반성적 성찰 없이 단지 기표 위를 흐르는 범박한 이데올로기로 주어질 때는 의미가 없다. 리안은 욕망과 금기라는 주제를 가족이나 가정 같은 가장 익숙하고 오래된 문제 틀 안에서 섬세한 층위로 다루고 있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리안-경계를 가로지르는 아이러니스트’ “팀 버튼 영화의 악당들은 가면의 맹목적 강요(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표정)에 순종하도록 운명 지워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가면에 종속된 가면의 노예들인 셈이다. 가면의 노예들은 세상을 공격한다. 그리고 가면의 노예들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영웅이라는 가면을 쓴 배트맨이다. 팀 버튼은 신화에서 시작하여 <스타워즈> 시리즈를 통해 끝없이 이어져 온 원형적 가부장제의 인물들을 교묘히 비틀고, 조롱하고, 희화화하면서 가면을 통해 환생할 수밖에 없는 약자로서의 악당,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약자들의 슬픔까지 깊이 들여다본다.” - 최재훈 영화평론가, ‘팀 버튼-크리스마스의 고아들, 자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