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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산책』 개정판을 내며
『세계명작산책』 초판 서문
머리말

프로스페르 메리메
마테오 팔코네
사내만이 연출할 수 있는 비정의 미학

모리 오가이
사카이 사건
단호함과 일치됨의 미학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우상숭배자들
광기와 공격성이 빚어내는 처절미

헤르만 헤세
기우사
거룩함으로 승화된 비장미,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재주

S.W.스코트
두 소몰이꾼
문화의 차이가 빚어낸 비극

두광정
규염객전
천하를 양보하는 의기

러디어드 키플링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
왕다운 죽음으로 왕이 된 건달

에르난도 테예스
그냥 비누 거품
심약한 정의를 압도하는 악의 강건미

조셉 콘래드
무사의 혼
명예, 용기, 위엄, 신의

가산 카나파니
가자에서 온 편지
불타는 태양 아래서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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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들만의 미학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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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832167 808.83 -21-7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B000027819 808.83 -21-7 부산관 서고(열람신청 후 2층 주제자료실)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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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고 엄격한 사내들만이 연출하는 강건미와 비장미!
때로는 처절하고 잔혹할지라도 그 전율조차 미학적인 현대소설의 백미들!


1996년 초판 발행 후 20여 년 만에 전면 개정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의 첫 두 권 ‘사랑의 여러 빛깔’ 편과 ‘죽음의 미학’ 편에 이어, 세 번째로 ‘사내들만의 미학’ 편이 출간되었다. 고대 서사시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씩씩한 혹은 엄격한 사내들이 연출해낸 강건미와 비장미는 우리를 늘 감동시켜왔다. 고전적 영웅들의 화려한 무용담과, 영웅이기에 자주 겪게 되는 비극은 독자들에게 선망과 상찬, 분개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때로 그 용기가 처절함에 이르고, 원칙에 대한 엄격함이 잔혹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전율조차 미학적인 감동과 닿아 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사내들만의 미학』에서는 고전 영웅담에서 기원하여 현대적 변형을 입긴 하였으나 여전히 씩씩함과 엄격함을 잃지 않은 사내들의 이야기 열 편을 추려 실었다. 프로스페로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 모리 오가이의 「사카이 사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 헤르만 헤세의 「기우사」, S. W. 스코트의 「두 소몰이꾼」, 두광정의 「규염객전」, 러디어드 키플링의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 에르난도 테예스의 「그냥 비누 거품」, 조셉 콘래드의 「무사의 혼」, 가산 카나피니의 「가자에서 온 편지」는 모두 강건하고 비장한 사내들만의 미학을 품은 현대소설의 백미들이다.
소중한 아들과 사내의 원칙 사이의 선택을 다룬 첫 작품 「마리아 팔코네」에서부터 처절한 비정의 미학을 맛볼 수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카이 사건」에서는 죽음 앞에 담대한 사나이들의 피 냄새가 물씬 피어오른다. 종교적 광기에 휘말린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담은 「우상숭배자들」이 있는가 하면, 거룩함으로 승화된 비장미를 담아낸 「기우사」도 있다. 「두 소몰이꾼」에서는 단순한 문화의 차이조차도 불가항력적 비극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사내들만의 세계가 묘사되어 있고, 「규염객전」에서는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해 천하를 이야기하는 장대함이 돋보인다. 죽음 앞에서의 태도로 진정한 의미에서 왕이 된 건달의 이야기를 그린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를 읽고 난 후에, 정의를 품었음에도 심약해서 오히려 악의 강건미가 돋보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그냥 비누 거품」을 읽으면 진정한 위엄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명예와 용기와 위엄과 신의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인 「무사의 혼」과 미국적인 관점에 익숙한 우리에게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가자에서 온 편지」도 수록되어 있다.
죽음과 광기와 피와 공포와 싸움이 주요한 소재이자 주제로 활용된 작품이 많은 만큼, 상당히 강렬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오랜 세월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에 강인한 사내들이 자아낸 장엄함을 전해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더군다나 영웅들이 할리우드 영화나 만화를 통해 대중적으로만 소비되고 있고, 잘아지고 약해빠진 사내들의 낭패담이나 코미디가 진지한 문학의 대세를 이룬 요즘 시대에, 오랜 세월 문학의 묵직한 주제 중 하나였던 ‘사내다움’을 다룬 명작을 다시 읽는 것은 신선한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이번 개정신판에서는 초판에서는 없었던 「가자에서 온 편지」를 새롭게 실었다. 그간 미국과 유대인에 우호적인 시각에서만 조명되어온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팔레스타인 작가의 작품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마테오 팔코네」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우상숭배자들」는 완전히 새롭게 번역되었다. 그 외의 작품들 역시 요즘 시대에 걸맞은 문장과 편집으로 새롭게 정비해 실었다. 각 작품 말미에는 이문열 작가의 해설이 함께 실려 있다.
작가 이문열을 만든 최고의 중단편 101편을 실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개정신판은 총 10권으로 순차적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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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 시체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마테오는 아들을 땅에 묻을 때 쓸 삽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섰다. 몇 걸음 안 가서 주세파와 맞닥뜨렸다. 그녀는 총소리를 듣고 놀라서 달려오던 중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그녀가 소리쳤다. “심판.”
“아이는 어딨어요?”
“골짜기에. 내가 묻어줄 거요. 아이는 기독교인으로 죽었소. 미사곡을 부르게 했지. 사위 티오도로 비앙키한테 말해서, 우 리 집에 와서 같이 살도록 합시다.” - ‘마테오 팔코네’ 중에서
[P. 84] “프랑스 놈들은 잘 들어라! 나는 네놈들을 위해 죽는 게 아니다! 황국을 위해 죽는 것이다! 일본 사내대장부의 할복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봐두어라!”
미노우라는 웃옷을 풀어헤치더니 단도를 왼손에 들고 왼쪽 옆구리를 힘껏, 그리고 깊숙이 찔렀다. 세 치 정도 내려 긋고 나서 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오른쪽으로 칼을 당겼다. 이어 이번에는 다시 왼쪽으로 세 치가량 끌어올렸다. 칼을 깊숙이 집어넣어서인지 상처는 몹시도 크게 벌어졌다. 미노우라는 단도를 내던지고 그 상처 안으로 오른손을 쑤셔넣었다. 그리고 창자를 쥐어들고 몸 밖으로 꺼내며 프랑스 공사를 노려보았다.
기다리고 있던 바바가 칼을 뽑아 들고 목을 쳤으나 얕았다. “바바! 어찌 된 건가? 좀 더 침착하게 잘 보고 치게나!”라고 미노우라가 호령하였다.
바바의 두 번째 칼이 목덜미를 내리치자 뚝하는 소리가 났다. 미노우라는 다시 호령하였다.
“아직 안 죽었다! 다시 베어라!”
이 소리는 지금까지 외쳤던 그것보다 훨씬 커, 족히 3정은 울려 퍼지고도 남았을 정도였다.
처음부터 미노우라의 거동을 지켜보고 있던 프랑스 공사는 점차로 얼굴이 경악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렇지 않아도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었는데, 미노우라의 이 예상치 못한 외침을 듣더니만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발 둘 곳을 모른 채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 ‘사카이 사건’ 중에서
[P. 198~199] “나는 여러분의 기우사였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난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잘 감당해왔습니다. 이제 정령들이 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난 이제 더 이상 성공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나는 자신을 산 제물로 바쳤습니다. 이로써 정령들을 달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아들 투루가 새 기우사가 될 것입니다. 이제 나를 죽이시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내 아들의 지시를 정확히 준수해주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누가 나를 죽게 해주겠소?
-‘기우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