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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 정훈교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B000034998 811.15 -21-2404 부산관 서고(열람신청 후 2층 주제자료실)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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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보호구역이 시인 정훈교의 두 번째 시집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을 시보시인선 002번으로 펴냈다. 시집에는 ‘나는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당신이라는 문장을 읽다', ‘문득이라는 말', ‘Nurota, 게으른 주정뱅이' 등 61편의 시가 실렸다. 출판사이기도 한 시인보호구역은 2019년 9월에 김사람 시집을 펴내며, 시보시인선을 시작했다.

□ 시인 정훈교는 2010년 종합문예지 ≪사람의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첫 시집 『또 하나의 입술』과 시에세이집 『당신의 감성일기』를 출간한 바 있다. 또한 이번 시집은 텀블벅 목표 달성은 물론, 대구문화재단 <2020 개인예술가창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는 정훈교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첫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붉은 서정’의 연장선에 있다. 문학평론가 김춘식은 첫 시집 『또 하나의 입술』에 대해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이 겉으로 보면 평이한 듯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섬세한 결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난해하거나 어려운 단어들을 의식적으로 구사하거나 언어의 실험을 행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이번 시집에서 보여준 시적 언어는 다른 어떤 시인의 그것과 전혀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 시인 정훈교에게 ‘당신’과 ‘붉음’은 그 경계의 지점에 존재하는 정서이고 대상이다. 당신이라는 호명은 이 세계의 모든 현상 이전의 ‘현상’을 암시하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붉음’이라는 정서를 통해 구체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시 속에 나타난다. 이 호명은 본질과 현상을 가로지르는 기록 혹은 관찰을 시도하는 시인의 정신적 특징을 함축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식의 흐름은 두 번째 시집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 “몇 번의 계절을 보내고 이른 아침이 와도, 당신의 이름을 지우는 일은 여전히 외로워!// 어제처럼, 후박나무의 이름을 부르면 후후후 바람이 불 것 같은,// 가난한 이름"
(정훈교 시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중)

시인은 ‘당신’을 늘 갈구하지만, 동시에 혼자이고 싶어 한다. 실은 혼밥조차도 멀찍이 두고 홀로이고 싶어 한다. 홀로의 시간을 오롯이 견디고 나서, 당신을 떠올리고 있다. 그렇게 어느새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 낼 만큼의 시간을 보냈다.

□ 정 시인의 또 다른 직업은 독립책방이자 문화예술공간인 시인보호구역의 대표이다. 2012년부터 시인보호구역을 이끌어왔으며, 문학가뿐만 아니라 음악·미술계를 포함한 예술가들을 초청해 일반 시민과 만날 수 있도록 작가초청·공연·전시 등을 꾸준히 열어왔다. 그리고 청소년독서캠프, 옛마을탐방탐방글쓰기, 영호남문학청년학교 등 문학과 예술을 주제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이런 활동 중에도 틈틈이 홀로 시를 써왔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2019년 겨울에 잠시 문을 닫고, 현재는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 중이다.

□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당신이/ 어제 문을 닫았다는,// 당신의 빈자리가 늘수록/ 골목의 그림자는 더 짙게 눕는다// 점멸등처럼 말을 더듬거리던 당신이// 오늘은 아예 문을 닫는다"
(정훈교 시 ‘당신이라는 문장을 읽다' 중)

따뜻한 봄날 시집을 내려고 했지만, 코로나19가 막아섰다. 누군들 안 그렇겠느냐마는 정 시인의 삶에도 굴곡이 있다.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도, 문학과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행복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 잘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이후 책방이자 문화예술공간인 시인보호구역을 본격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새벽잠, 부엌에서 물을 먹다가/ 문득 드는// 왜 죽음 앞에서는/ 이런저런 의식이 많은 것일까// 왜 그림자무늬를 잔뜩 닮은 전갈처럼// 마지막 의식은 저토록 환한 것일까// 그 모오든 것이 가벼워지는 때/ 늙은 기도처럼, 너무 긴// 독백// 반짝거리는, 지느러미처럼 떠오르는// 죽음"
(정훈교 시 ‘문득이라는 말' 중)

하지만 정 시인은 다시 대구 북구 산격동에 작은 공간을 다시 열었고, 독자와 시민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굴곡을 오르내리면서도 늘 그랬듯 ‘당신'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시집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를 통해 ‘당신’의 마음에 좀 더 가까이 닿고자 한다.

□ 시인보호구역은 시인 정훈교와 함께 칠월부터 전국의 독립책방에서 독자와 만나는 ‘작은 북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초청이나 문의는 070-8862-4530으로 하면 된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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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염고래의 찬가

그쪽은 여전히 붉은 겨울일 테지요 삼월의 철길 위에 서서 가만가만 떨구는 나는 백일홍이 됩니다 나무전신주를 타고 당신의 소프라노가 출렁입니다 파 음계에 가깝고 시 음계와는 머언 먼, 이국의 땅 땅고와 신극이 갑판에서 나지막하게 미끄러집니다 새벽바다의 미열이 당신 귀에 닿을 때마다 늙은 플라타너스, 바람에 나부낍니다

당신은 살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하였소 당신은 죽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하였소 당신은 슬프지 않기 위해 흰수염고래의 노래를 듣는다 하였지요 비가 오는 가옥에 앉아 점점 백일홍을 닮아가는 당신의 오후를 기억해내고 있소 처음 마조하였던 어느 항구의 물결을 기억하는 중이오 푸르지도 뜨겁지도 않던 돌길을 돌아 나오며 대숲을 지나는 바람에게 당신의 안부를 물어보는 중이오 이미 오래 전에 흩어진,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오

수평선에 뜬 긴 별빛은 누구의 이름이오 갑판에 부서지는 저 햇살은 또한 누구의 죽음이오 급사가 달려와 주섬주섬 당신의 자리를 단정히 매만질 때 당신의 이름은 어디로 흘러가는 중이었나요 검은 정장과 흰수염을 한 늙은 고래는 지금, 어느 항구에 정박 중인가요 낡고 닳은 신여성의 옷깃만 깃발처럼 펄럭이오, 오늘밤 내내

뜻 모를 해변가
뜻 모를 플라타너스에

나와 당신의 이름을 깊이 새겨주오
붉은 날의 가계도

핏물처럼, 낙하하는
신음을 본다

(당신은 그것을 노을이라 했고, 절정이라고도 했다)

쓸 수 없는 것들과 이미 쓴 것들과 써질 입술이 포개어져 침대를 뒹굴었다

이 새벽에도 지지 않는
당신의 분홍 입술은

자작나무를 닮았다,

베어 물면, 물컹, 터지는
붉은 신음, 그 어디에도 없을

하얀 무덤 하얀 무덤

긴 통로를 지나,
웜홀과 두 개의 무덤은
행성 K098로 이어지는, 또 다른 流星

무너지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당신의 갈비뼈는, 밤새
지문에도 닿지 않던 붉은 사막을 추억한다.

가르강튀아를 겨우 빠져나와, 제 홀로
별이 된, 나와 당신의

그, 붉은 가계도
어떤 이름은 너무 아프다

당신의 방에선 늘 화약 냄새가 나곤 했다 202호 강의실에서 맡았던 화약 냄새가 지난가을 동인동 시영아파트 古木에서 맡았던 냄새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한철 내내 수액 봉지를 달고 있던 당신의 냄새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한 세기를 누군가의 뿌리로 살다가 어느 계절에 이르러 꽃, 또는 벼락 맞은 나무로 살다가 모월 모처에서 이름 하나 남기지 않고 쓸려 가던 당신을

흰 눈길에 검은 발자국을 그리며 당신의 어깨보다도 더 높이 쌓인 고독史를 리어카에 실어가던 당신을,

태초에 뼈도 없이 태어나 푸른 수맥으로만 살을 입혀 안으로 안으로 다져져 오히려 더 말랑말랑한 당신을,

엷은 잎맥을 타고 미처 당신을 짚어볼 겨를도 없이 (새벽은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바람이 되고만, 당신을

고목의 씨앗이 곧 발아될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