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면 : 김희창 자전 에세이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B000038876
811.4 -21-902
부산관 서고(열람신청 후 2층 주제자료실)
이용불가
출판사 책소개
[무궁화 꽃이 피면]은 경기도 남양주 수동면 해드림펜션 김희창 대표의 자전에세이집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저자의 원고를 읽으며 내내 가졌던 생각이다. 지독한 질곡을 겪으며 아파하고 신음하는 원고 속 저자를 만나면서 자주 눈물지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자의 고통은 행간에서 미학을 그려내고 있었다. 자신은 아파 죽겠다는데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라는 감동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당장 저녁 때울 끼니도 없으면서 버려진 아이들, 병든 아이들을 데려 와 자식처럼 돌보거나 술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아가씨들을 빼내 결국 시집까지 보내는, 참 대책 없는 저자의 삶이다. 결혼 전 어린 나이로,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극도로 접촉을 꺼렸던 한센병 환우촌을 드나들며 장사도 한다. 이 책의 저자 나이는 70세 중반이다. 지금의 60세 혹은 50세 이후 세대가 가장 폭넓게 지닌 아픔이 있다면, 그것은 가난과 가정 파탄이었다. 지금 젊은이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가난이 헤아릴 수 없는 아픔들을 야기하며 이들을 괴롭혔다. 이때 가난이 얼마나 지독한지 지금까지도 형벌처럼 붙들고 사는 이도 적잖을 것이다. 가난은 때로 가족을 찢어놓기도 하였는데, 저자 역시 어릴 적 형제도 아버지도 없이 유일하였던 엄마와 이별을 하면서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표본이다.
성공한 사람보다 수없는 시행착오의 자취소리나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가 때로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때도 있습니다. 저자의 펴내는 글 전문을 출판사 서평으로 대신합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데 어떤 서평을 내놔도 펴내는 글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족하지만 이만큼 견뎌온 자신을 대견해 하는 마음으로 고백하다
저는 제 삶을 기릴만한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드러내면 쑥스럽고 부끄러울 수 있는 흔적이 대부분이지만 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족하지만 이만큼 견뎌온 자신을 대견해 하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가감 없이 이 책에서 고백하였습니다. 종심(從心)을 지난 우리 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젊은 날까지 가난으로 겪은 정신적 질곡이 켜켜이 쌓여있기도 합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저 또한 웃는 날보다 찬바람에 가슴 여미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도 기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모든 상흔을 털어내듯 나의 지난한 과거를 드러냄으로써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이제는 또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가장 기뻐해주셨던 분들이 있습니다. 먹이고 입히고 길러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셨던 분, 행복한 우리 가정을 지켜주신 위대하신 그 이름, 아버지와 어머니입니다. 하지만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항상 우리를 돌봐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잊고 사는 까닭은, 세월이 동산의 바위처럼 박혀 있는 줄로 알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가, 조금만 더 일하다가 부모를 잘 모셔야지 하지만 어느 새 부모님은 하늘로 떠나버리십니다. 결국 지나온 삶의 회한만 가슴에 저장되고 맙니다. 특히 저는 어머니를 잊지 못합니다. 이 나이에도 어머니는 여전히 어린 시절 ‘엄마’로 남았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면 돌아오겠다던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지금도 그대로 화석이 되어 있습니다.
70 중반에도 여전히 ‘엄마’
무궁화 꽃이 피면 엄마가 온다고 하였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던 저는 무궁화 꽃 봉우리를 싸고 있던 껍질을 손톱으로 쭉 찢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면 엄마가 올 거니까요. 파란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하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무궁화나무 가지가 손사래 치듯 흔들렸습니다. ‘네 엄마는 안 올 거야.’ 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래 엄마가 안 온다는 뜻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들자, 저는 무궁화나무가 거짓말을 하지 싶었지만 꼭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밥만 먹으면 무궁화나무로 가서 꽃잎을 따 버렸습니다. 내 곁을 지키던 개 메리는 그게 재미있는지 내가 따서 버리는 꽃잎을 앞발로 뒤척이며 장난을 쳤습니다. 메리가 함께 무궁화를 혼내주는 것처럼 보여 저는 기분이 좋아졌지요.
엄마 없이 자라면서 지난 세월 동안 걷잡을 수 없는 실패와 슬픔을 겪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제 삶의 자취소리에서 어머니를 향한 속죄와 그리움과 이해를 담았습니다. 당시에는 실패와 슬픔이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결국 내 삶을 한층 성숙시켜주었습니다. 슬퍼서 주저앉고 가난하다고 포기하여 삶을 잃었다면, 무궁화 꽃은 기다림이나 희망도 없이, 그리고 내일도 없이 시들어 떨어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돌이켜보면 세상사람 모두가 내 삶의 길잡이가 되었거나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부자였다면 나는 지금 깊은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련이 나를 연단시켰고, 나보다 주변을 먼저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웠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 과감하게 지를 줄 아는 사람, 실패도 과감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운 것은 숙명처럼 따라붙은 질긴 시련들이었습니다. 슬픔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슬픔을 승화시킬 수는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살아가는 동안 슬픔으로 인하여 삶이 황패 해져서는 안 됩니다.
책속에서
무궁화나무가 봉우리가 봉긋이 벌어지면서 꽃 필 준비를 하였다. 그때도 난 여전히 무궁화나무 아래 앉아 엄마가 간 길을 내다보고 있었다. 대개 그러하듯 시골 길은 흙길로 서리서리 구부러져 있어서 한 모퉁이만 지나면 사람들이 안 보였다. 엄마가 집을 나서던 날, 분홍색 물항라 저고리와 남색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채 까만 고무신을 신은 엄마의 전기선 가방엔 무엇인가로 꽉 차 보였었다. 시장에 가서 엿을 사려고 무엇을 팔려는지 가방이 무끈해 보였던 것이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가 밟고 간 흙마저 훈훈하였다. 엄마 냄새를 기억하였기 때문이다. ‘언제 올까? 무궁화 꽃이 피면 온다고 한 엄마’, 그해에는 무궁화 꽃이 늦게 피는가 보았다. 또 하룻밤을 뜬 눈으로 새우다 새벽녘 잠이 들었다. . 파란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하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무궁화나무 가지가 손사래 치듯 흔들렸다. 마치 ‘네 엄마는 안 올 거야.’ 하는 거 같았다. ‘그래 엄마가 안 온다는 뜻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들자, 무궁화나무가 거짓말을 하지 싶었지만, 꼭 배신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밥만 먹으면 무궁화나무로 가서 꽃잎을 따 버렸다. 내 곁을 지키던 메리는 그게 재미있는지 내가 따서 버리는 꽃잎을 앞발로 뒤척이며 장난을 쳤다. 그런데 그 모습이 메리가 함께 무궁화를 혼내주는 것처럼 보여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 틈엔가 무궁화 꽃잎을 따서 버리는 내 곁으로 다가온 외할머니는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너 왜 꽃을 따 버리니? 미운 년이 미운 짓만 하는구나.” “할머니, 미워요. 무궁화 꽃이 피면 엄마가 온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무궁화 꽃이 피었는데도 엄마가 안 오잖아요.” 따지듯이 내가 울어대자 외할머니는 다시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야단을 쳤다. “무궁화 꽃한테 물어보라고 했잖아 이년아! 이년이 벌써부터 말대꾸를 하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이년을 두고 하는 말일세. 너 이년 밥을 주나 봐라. 호랑이 있는 뒷동산에 보내버릴 거야.” 밥도 굶어야 하고 호랑이한테 물려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더는 떼를 쓸 수가 없었다. 엄마 없는 밤이 수없이 지나 몇 개월이 흘렀다. 무궁화나무 꽃은 질기고 질기도록 떨어지다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다시 피려면 여름이 와야 하는데 또 언제가 여름일지 알 수 없어 엄마가 미워졌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기억 속 모든 것은 슬픔이었다. 세상을 눈치로 살아 그런지 삶의 희로애락을 너무 이른 나이에 알아버렸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외할머니는 들은 척도 않은 채 말을 가로막았다. 계집애가 왜 그렇게 우는지 재수가 없다고도 하였고, 내가 하는 모든 일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나는 항시 두려움에 사로잡힌 공황상태로 지냈다. 내일은 매를 얼마나 맞을까, 동네 어른들은 내게 무슨 트집을 잡아 구박을 할까, 밥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까, 엄마는 과연 오기는 하는 것일까……. 나는 길모퉁이에서 매일 슬픔과 두려움으로 떨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해맑게 웃으며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부러워서 봇물 터지듯 눈물이 흘렀다. 아무리 울어도 눈물은 멈출 줄 모른 채 내 작은 눈에서 한여름 장맛비처럼 쏟아졌다. -‘무궁화꽃이 피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