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매우 큰 격차가 존재하고,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계속 비슷한 수준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해야 한다는 건 이제는 증명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당장 일할 수 있는 ‘그저 그런 회사의 비정규직’이 되기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좋은 회사의 정규직’이 되는 길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생활비, 학원비 등 적지 않은 취업 준비 비용이 발생한다. 청춘을 투자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은 더욱 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도 아닌 특정 비정규직 집단만,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니 정규직만 바라보며 취업에 매진하던 청년들로서는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공정, 경쟁, 그리고 능력주의’ 중에서
MZ세대 중 많은 이들이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 중심으로 변화한 교육체제가 출생 배경에 따른 교육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들은 자신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잘난 부모를 둔 덕분에 자기보다 못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대학에 가게 된 친구를 보며 불공정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창시절 경험했던 교육제도의 불공정함은 사회 전반의 공정을 요구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정시확대나 사법고시 존치를 주장했던 것의 이면에는 그런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것이 기성세대의 눈에는 능력주의를 추종하는 것처럼 비추어졌다. 그러나 결코 이들이 능력주의를 추종하거나 주입식 암기교육으로의 회귀를 바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년들이 그런 주장을 했던 건, 그나마 그게 ‘흙수저’들에게도 ‘비빌 수 있는’ 기회나마 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과도기 :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