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어 주는 상상의 날개, 그리고 믿음 갑작스레 엄마, 아빠와 헤어져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진 안이는 마음이 아팠을 겁니다. 부모님의 별거,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곳에 던져진 느낌은 어린 안이에게 버거운 변화였을 테지요. 새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그러다 자기에게 주어진 관심에 화답하는 방법이 ‘거짓말’이었는지 모릅니다. 친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서울의 100층짜리 아파트에 살았다는 둥, 같은 동네에 유명 연예인이 살았다는 둥 아리송하게 허풍을 떨어 댑니다. 이른바 귀여운 ‘뻥’이지요. 물론 안이의 이런 행동이 당연하거나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그럴 수 있다’는 시선으로 안이를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행히 안이는 느티나무 늪에서 ‘용’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엄마, 아빠와 떨어져 인고의 시간을 보낸 용을요. 얼마 안 있으면, 누군가의 도움이 있으면 하늘로 올라가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다는 용의 말을 들으면서 안이는 마음 한구석에서 자기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요? 안이는 선뜻 용에게 마음을 내어 줍니다. 용의 존재를 믿어 주고, 친구들에게 용의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지요. 어쩌면 용을 도와주는 것이 자기의 현실에 희망을 불어넣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짐작됩니다. 우리가 용의 존재를 사실로 받아들이든 상상 속 무엇으로 받아들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안이가 용의 존재 믿었고, 안이의 말을 믿어 준 친구가 있었고, 언젠가 부모님이 자기를 데리러 올 것이라는 사실을 믿은 안이가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가슴이 따끈하게 데워지고 뻐근해 옵니다.
나는 용이라네. 느티나무 늪에 사는 작고 깜찍한 용!
나를 만나고 싶다면, 소원을 이루고 싶다면, 부디 나의 존재를 믿어 주기를!
부모님이 별거를 하는 바람에 시골 할머니 댁에 맡겨진 안이는 무심코 허풍을 떨었다가 친구들이 곧잘 믿어 주자 자꾸 거짓말을 합니다. 어느 날 안이는 느티나무 근처 늪에서 손톱만큼 작은 용을 만나고, 꼬마 용은 아이들이 자기 존재를 믿게 도와주면 안이의 소원 한 가지를 들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용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있으면 몸집이 커져 하늘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선생님과 친구들은 용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안이를 이상한 아이로 취급합니다. 안이는 몹시 실망했지만 안이 말고 누군가 믿는 사람이 있었는지 용은 조금씩 자라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뒤 학교에서 놀이동산으로 소풍을 갔을 때 드디어 용이 존재를 드러냈고, 수많은 아이들이 감탄을 터뜨리자 용은 엄청난 속도로 커지며 하늘로 올라갑니다. 꿈같은 일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안이는 진심을 믿어 준 친구에게 그동안 거짓말한 것을 뉘우칩니다. 집으로 가는 길, 안이가 용이 알려 준 대로 소원을 열 번 되뇌는 순간, 뒤에서 자동차 경적이 울립니다. 엄마가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채 안이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지요. 운전석 유리창으로 미소 짓는 아빠 얼굴이 보입니다.
• 진심 어린 믿음으로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서 따뜻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 상상하는 재미와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상상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속에서
[P. 4~8] “그런 게 어딨어?” 수정이가 입을 삐죽였어. “흥, 못 믿겠으면 말고.” 안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어. “아냐, 난 믿어. 더 얘기해 줘.” 지유가 안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어. “그럼 옆집에는 전진현이, 아랫집에는 김수헌이 살았단 말야? 그리고 또 있어? 또 누가 살았어?” “윗집에는 가수 골드보이가…….” “꺅! 골드보이! 나, 골드보이 진짜 좋아하는데. 완전 팬이야!” 지유는 손뼉을 치면서 발을 굴렀어. “말도 안 돼. 거긴 무슨 연예인들만 사냐.” 수정이가 팔짱을 낀 채 또 입을 삐죽거렸어. 어느새 마을에서 가장 큰 느티나무 근처까지 왔어. 바람이 휭 불자 느티나무 잎사귀들이 출렁 흔들렸어. 그때 수정이가 목소리를 낮추며 안이에게 말했어. “너, 혹시 우리 마을에 지하 100층만큼 깊은 늪이 있는 거 알아?” “말도 안 돼.” 안이의 눈이 동그래졌어. 그러자 수정이가 대뜸 따지고 들었어. “왜 말이 안 돼? 도시에 있는 너희 집도 100층이었다면서?” 지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저…… 저어기, 느……티나무…… 늪 말하는 거지?” “조심해. 늪 가까이에는 절대 가지 마. 늪 안에 빠져 죽은 시체가 한가득 쌓여 있을지도 몰라.” 수정이가 손가락으로 느티나무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어. 느티나무 뒤로는 구불구불하게 나 있는 길이 보였어. “저기, 저 길로 가다가 길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거기에 늪이…….” 그때였어.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휘익 지나갔어. 아이들은 “꺅!”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갔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편 까마귀 한 마리가 아이들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아갔어. 두 아이 뒤를 따라가던 안이는 갑자기 숨이 턱 막혔어. 안이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쳤어. “같이 가!” 두 아이는 안이가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뛰어갔어. 뒷모습이 점점 작아지더니 곧 사라졌지. 혼자 남은 안이는 중얼거렸어. “뭐야, 지하 100층만큼 깊은 늪? 말도 안 돼. 지상 100층 건물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흥!” 안이는 콧방귀를 뀌면서 길을 걸었어. 안이의 반짝이는 까만 구두 위에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