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여 명의 살인자가 사회에 복귀한다. 특히 올해 12월에는 조두순이 출소한다. 청와대에는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 올라와 61만 명이 동의했고, 시민단체들은 ‘조두순 접근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흉악범죄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묻지마 범죄와 같은 분노범죄와 동기를 알 수 없는 범죄 역시 늘었다. 의붓아들과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고유정 살인사건, 33년 만에 범인이 밝혀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야만적인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르고 영상으로 만들어 유포한 n번방 사건, 아홉 살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아동학대 사건 등 안타깝게도 악의 연대기는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그들은 대체 왜,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
프로파일러, 범인의 심리를 읽다
끔찍한 범죄 현장을 다니며 마음속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범죄 현장에 남긴 흔적을 분석해 범행 동기와 수법을 파악하고, 용의자를 특정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며, 그 심리를 분석해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는 사람, 바로 프로파일러다. 이 책 《범죄 심리의 재구성》은 프로파일러인 저자가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의 심리를 분석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들려주며 범죄 수사 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프로파일러로 일하며 겪은 수많은 실제 사례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과 우리나라를 뒤흔든 끔찍한 연쇄 범죄들을 통해 프로파일링과 범죄심리학을 설명한다. 범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심리학 지식으로 무장한 프로파일러는 때로는 피해자의 시선으로 범행 장소를 배회하고, 때로는 범죄자의 마음이 되어 심리를 분석한다. 세상을 놀래키는 끔찍한 범죄는 과거에도 일어났고,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범죄는 끊이지 않고, 피해자는 늘 생겨난다. 누군가 그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다시는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범죄 현장의 최전선에 선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간의 어둠을 파고드는 범죄 수사의 모든 것
전통적으로 프로파일링은 범인의 행동 특징을 파악하여 용의자를 선별하는 수사기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통계적 검증과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각종 데이터를 해석하고,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여 실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방향으로 그 역할이 넓어졌다. 프로파일러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피해자 조사다. 피해자를 파악해야 범행 동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80% 정도 사건이 해결된다. 그 외에도 목격자 진술을 분석하고, 지리적프로파일링시스템을 이용해 범행 장소의 특성을 파악한다. 용의자를 지목했다면 치열한 심리 싸움을 펼친다.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범죄자의 심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자백을 이끌어낸다. 미세한 표정의 변화를 관찰하기도 하고 과학적 원칙에 따라 진술을 분석하기도 한다.
생생하게 재구성한 실제 사건과 범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호순 사건과 여중생 실종 사건은 어떤 식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되었을까? 《범죄 심리의 재구성》은 범죄 심리를 다룬 다른 책들과 달리 마치 실제 사건일지를 훔쳐보듯 생생하게 범죄 현장과 프로파일링 과정을 재구성했다. 때로는 견제하기도 하지만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프로파일러와 형사의 관계, 목격자 진술의 문제점과 보완책, 피해자 조사의 중요성 등 심리학 위주로 구성된 기존의 범죄심리학 서적과는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이 책은 또한 프로파일러뿐 아니라 과학수사요원, 피해자케어요원, 형사, 최면수사관, 진술분석가, 위기협상요원 등 범죄자를 검거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해당 분야로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과 청소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범죄심리학의 최종 목적은 범죄를 예방하는 것
프로파일러의 임무는 범죄자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범죄자의 심리 특성을 분석해 범행 동기와 조건을 파악하고, 다시는 그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일까지 한다. 사건이 없을 때 프로파일러는 수감되어 있는 범죄자를 만나 성장 환경에 대한 면담과 심리검사를 한다. 이를 통해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범죄가 일어나는지를 분석한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고, 기존 범죄자의 재범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면 다시 범죄에 손을 뻗칠 가능성이 더 크다. 지금까지의 법 체계가 ‘범죄=처벌’이라는 등식의 응보적 정의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회복과 화해’에 중점을 둔 회복적 정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자를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돌려놓는 것이야말로 범죄심리학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다.
책속에서
[P.30~31]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후 6·25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였기 때문에 신고되어 드러난 범죄가 없거나, 도시화가 늦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윤리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유교 문화도 연쇄살인 같은 잔인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_ ‘우리나라의 강력 범죄’
[P. 58] 우리나라 경찰에서 현재 프로파일링은 수사 방향 제시, 용의자 신문 전략 수립,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신빙성 평가, 용의자 거주 지역 범위 설정 및 동일 수법 전과자 추출, 피의자 심리 면담 등 수사 실무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프로파일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과 심리학적 원리 등을 활용하여 수사관들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수사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_ ‘범인의 윤곽을 그리는 프로파일링’
[P. 75] 문제는 프로파일링 분석 결과를 수사본부 회의에 제시했을 때 발생했다. 수사본부에 편성된 형사들은 우리의 분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수사 경험도 없는 젊은 프로파일러의 말을 듣고 연쇄 실종 사건으로 수사한다면 화성이라는 지역적 특성 탓에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수사력을 낭비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다행히 수사본부장은 지리적 프로파일링 결과를 받아들였고, 수사본부의 한 개 팀에게 연쇄성 범죄에 대비해 39번 도로상의 휴대전화 기지국 자료 등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확보하도록 지시했다. _ ‘범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