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성숙해 가고?늙어간다고 할까?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죽음에 다가간다. 그런데 한 존재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하나의 꿈처럼, 의미는 결여되고 결국 환상으로조차 끝나버리지 못하는 어떤 환상처럼 땅을 거쳐 가다가 무덤에 버려진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순응하기 힘든 일일 게다. 침몰되지 않으리라는 희망 속에서 그는 절망적으로 투쟁한다. 번민 속에서 그는 이렇듯 최후의 가능성들을 묻는다. 즉, 황홀함, 운, 웃음. 그는 아찔한 비탈을 탈진 상태가 되도록 힘들게 기어오른다. 정상에 오르고 보니 그는 이러한 가능성들이란 단지 그 자체로서 끝나버리는 것임을 인지하게 된다. 이에 그는 자신의 모습이 반영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자신을 그들이 보낸 사자使者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파견한 이들을 향해 돌아서지만, 자신이 그들과 격리되어 있음을 보고 어이없어한다. 그들은 정상에 오른 사실 자체를 과오로 간주하기에 그는 그 과오를 범한 죄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죄인이 되지 않고서 오른 정상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어떠한 사면의 여지도 없이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휴식과 평온함을 잃고 말았다. 1954년 출간된 《내적 체험》을 제1권으로 하는 ‘신 없는 신학 총서’의 이 제2권은 제목의 기이함에 부응하는 내용으로 각각 1944년과 1947년에 출간된 두 책을 부분 수정 후 합본하여 재출판한 것이다. 〈죄인〉은 1939년 9월부터 1943년 여름까지 쓰여진 일기를 토대로 작성된 역설적 “신비” 체험의 이야기이다. 이 체험은 뭇 사건들에 따른 혼란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는다. 이 체험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황홀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까닭에 에로티시즘과도 조금도 대립되지 않는다. 또한 비도덕적인 이 체험은 운 이외의 또 다른 가능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는 일종의 피신처 없는 놀이이며, 방황이며, 애초부터 번민이며, 본질적으로는 억제된 폭력이다. 〈죄인〉에 뒤이어 오는 〈할렐루야〉는 연인들 간의 뜨거운 에로티시즘에로의 초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