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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하며
1장. 정체성의 보존과 뿌리를 알 권리
왜 출생등록을 말하는가? / 해외입양 아동이었던 A의 이야기 / 국내입양 아동이었던 B의 이야기 / 출생등록은 정체성의 첫 배경색
2장. 출생신고의 의미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 / 출생등록은 인권의 출발점이다 / 학대, 유기 등 범죄 피해의 방지 / 우리에겐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 교육의 기회는 만인의 것 / 나는 몇 살입니까 /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여정
3장. 출생신고와 가족을 구성할 권리
엄마한테 남편이 없다고 네게 아빠가 없어야 하는 건 아니지 / 법으로 정해지는 부모와 자식 관계 / 출생신고는 시민의 개별적인 기록이다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4장. 진실된 출생기록과 부모를 알 권리
왜 굳이 부모를 알아야 하지? / 나는 사랑받으면서 버려진 아이일 거예요 / 부모를 알 권리와 연결되는 아동의 권리들 /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는 부모의 사생활 보호와 충돌하지 않는다 / 부모가 안 하는데, 굳이 출생신고를 해야 하나요? / 출생등록에 대한 권리의 주체는 아동
5장. 베이비박스, 거짓된 출생기록
한국에서 출생신고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 어른의,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공간, 베이비박스 / 출생등록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사회가 연대하는 의식이다
6장. 출생등록은 시민을 위한 국가의 첫 번째 책무
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 / 아동보호는 국가에, 출생신고는 개인에게? / 국가의 출생등록, 그 험난한 길 / 국가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출발점 ‘출생등록’
이야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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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없는 아이들 : 뿌리를 찾는 존재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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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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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나’, 없지만 있는 ‘나’를 찾아주세요!
출생신고는 개인의 몫인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일까?
출생의 기록은 인간이면 당연히 갖는 욕구와 권리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에 나온 이들은 출생의 기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아이들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아이, 이름이나 옛 전화번호는 남겨져 있지만 더는 그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도 있다. 부모가 구금시설에 갇혔거나 한국 국적이 없어서,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출생신고를 못 했거나 하지 않은 아이도 있다. 그나마 이 책에 기록된 이들은 출생신고는 되지 않았을지언정 존재는 확인된 아이들이다. 이런 형편이니 “지금 이 사회에 살아가고 있음”이 확인조차 안 된 아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2021년 12월에야 발견된 제주 세 자매처럼 출생신고를 못 한 채 부모와 함께 살거나 혹은 베이비박스나 미신고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이런 일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생일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21세기에 가능한 일일까? 왜 적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할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공공의 역할을 너무도 미약하게 규정해놓은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에 있다.
이 책은 출생등록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당위성을 알리는 긴긴 시간의 기록이다. 출생등록에 잇따르는 아픔과 슬픔의 기록인 동시에 시설에 버려지는 이름 없는 존재들에 대한 기록이며, 베이비박스의 존재에 던지는 다양한 층위의 질문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출생등록 될 권리를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변화를 만들고자 힘을 모았다고 말한다. 뉴스에 나오는 일회적이며 예외적인 기삿거리로 소비되는 게 아니라 언제든 어디에서든 아동의 삶에 크나큰 충격으로 나타날 위기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정보를 국가기관에 통보하면, 국가가 출생신고가 누락된 아동의 출생신고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에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극히 작은 한 사람에게 행하는 상식과 선행이 보장되는 사회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사회라는 아동선언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모든 아동이 마땅히 존중받으며 자라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편적출생등록’이 당당한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이 책이 보편적출생등록이라는 제도가 개선되는 데에, 그리고 아동권리 실현에 연대하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데 좋은 씨앗이 되면 좋겠다.

우리 주위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평생 유령처럼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면?
세상에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 바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들’이다. ‘들’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한둘이 아닌 탓이다. 이 땅에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사실을 증명할 그 어떠한 서류도 갖고 있지 않기에 자신의 존재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우리 곁에도 있다. 어쩌면 우리 자신 역시 “설마, 출생신고를 안 한 사람이 있다고?” “출생신고는 저절로 되는 거 아니야?” 혹은 “출생신고 안 했다고 뭐 큰일 벌어지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일지 모른다. 여기, 타인의 삶을 살았던 P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족은 P씨의 출생신고를 따로 하지 않고, 형의 삶을 살았다. 죽은 형 대신 ‘형이 되어’ 살아왔다. 그의 정체성이란 곧 형의 정체성이었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았지만 P씨는 곧 ‘형’이었기에 엄밀히 말해 P씨의 아내는 P의 형과 혼인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P씨의 딸 역시 형의 딸로 기록되었다. P씨는 “그냥 형으로 살아가라”는 주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고된 여정을 선택했다. 그가 ‘진정한 P인 자신’을 찾는 데엔 자그마치 66년이 걸렸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를 도운 국가기관은 없었다.

갓 태어난 시민의 출생등록은 국가의 책무다
출생등록에 대한 아동권리의 궁극적 의무이행자는 “국가”이다. 한국은 아동권리협약 등 7개의 주요 국제 인권조약을 비준한 당사국으로, 국제사회에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거듭 약속하였다. 하지만 각종 국제 인권조약의 최종견해와 보편적 정례검토 권고사항에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이 빠짐없이 언급된 지난 10여 년의 긴 시간, 법과 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여러 명을 접촉해보았지만, 다들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였을 뿐 더는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관할권 영토 내에 권리를 갖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서 왜 아동은 제외되는 것일까? 출생의 등록은 존재의 증명에 필수적이다.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아동의 온전한 시민성을 지지하는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며, 이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출생등록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태어난 순간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생(生)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라. 더는 생일 없는 아이를 만들지 말라. 누구나 축하받는 그 기쁨이 일상에서 지켜졌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기획하고 쓴 사람들
이 책은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가 기획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연대단체 구성원들이 역할을 나누어 집필하였다. 그간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 법률지원, 입법운동, 인식개선 활동 등을 펼쳐 왔다. 출생통보제 뿐만 아니라 국적과 관계없이 국내외 모든 아동이 현재의 가족관계등록 제도 안에서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하고, 가족관계등록법으로 아우르기 어렵다면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 제정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특별히 정부 단위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21년에는 전국 아동양육시설의 출생미등록 아동 실태조사에 이어 출생등록 법률지원, 실태를 보고하는 기획기사,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대응 활동 등에 집중하였고, 지난 활동을 기반으로 책장을 채웠다. 2장은 이진혜(이주민센터 친구), 3장은 마한얼(사단법인 두루), 4장은 이제호(전 이주민센터 친구), 6장은 강정은(사단법인 두루)이 담당하였고, 1장과 5장, 그리고 나머지 장을 김희진(전 국제아동인권센터)이 함께 작성하였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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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언어는 아닌데, 입양인 중에 한 분이 그림을 그린 게 있었어요. 나무를 그렸는데, 나무 밑동에 뿌리가 있어야 되는데, 뿌리가 없어요, 나무가. 그렇게 표현해 줬더라고요. 저는 그게 입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과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뿌리가 없는 나무가 존재할 수 있어? 그럼 쟤는 어떻게 자라지? 영양분을 어딘가에서 흡수해야 할 텐데 뿌리가 없다는 얘기는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매개도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대개 그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 존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가는 곳마다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런 삶. 제가 만났던 입양인들도 그 강도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그런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누군가와 인연을 맺으면 그 인연을 맺은 자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또는 이렇게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많이 희생하려고 하고, 양보하려고 하고, 성격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게 보였어요._<우리는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노력한다> 중에서
아이 입장에서 입양은 트라우마예요. 제 경우에는 그때 옛날에 북한, 러시아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하고 덴마크에 도착할 때까지 서른여섯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그렇게 긴 이동, 어린아이들한테 하면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입양은 처음부터 아이를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없어요. 모르는 사람한테 맡겨서 서른여섯 시간, 그다음에 또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죠. 이렇게 입양을 트라우마로 생각하면, 그냥 모르는 사람한테 편하게 물어볼 수 없어요. 이건 물어보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로 생각하면 물어보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좀 더 조심스럽게. 이 뿌리찾기 개념은 너무너무 어려워서 상상할 수 없는 아픔도 생기니까요. 입양기관이나 아동보호시설에서 새로운 identity(신분)를 만들면서, 한순간에 identity가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누군가가 마음대로 한 사람의 신분을 다 지우는 거예요. 어떤 권한도 없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identity를 붙이는 거죠. 영국의 법학교수인 Alice Diver가 “the right to avoid origin deprivation(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하면서, 모든 identity는 중요하다고 했어요. 입양된 아이들도 다른 사람처럼 태어날 때의 이름, 부모님, 역사 다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identity를 보호해주는 법 조항도, 기구도 거의 없대요._<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권리> 중에서
출생정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사회에 대한 신뢰와 연결되는 것 같아요. 나의 존재가 왜 이렇게 쉽게 취급된 거지, 왜 이렇게 소중하게 취급되지 않은 거지. 이 사회의 공적인 영역에서 왜 이걸 이렇게밖에 못 한 것인지, 나의 정보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가 국가 내지는 사회로 향하는 화살이 된 거죠. 도대체 이 나라는, 이 사회는 어떻게 사람의 존재를 이렇게 허투루 다룰 수 있을까,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런 분노가 되게 컸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열일곱 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런 부조리한 것들, 강압적인 문화, 이런 것들을 좀 일찍부터 겪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건 뭐가 잘못돼도 많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분노의 화살이 개인적인 몇몇한테 간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이게 결국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공동체 내지는 사회, 국가 시스템의 문제이지 나만의, 혹은 나의 부모님들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 생각하면서 화살의 방향이 바뀐 거죠._<나의 존재가 왜 이렇게 소중하게 취급되지 않은 거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