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아련히 깊어지고 가슴은 또 절절히 뜨거워진다. 이제야 사랑을 제대로 껴안을 자격을 얻었나 보다.
가족밖에 모르는 여자, 종을 뛰어 넘는 짝사랑에 고뇌하는 무 대리, 인간 자웅 동체 커플 등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사랑하는 대상들이 사라져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슬픔을 저자만의 섬세하고 이색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랑을 잃고 남겨진 자들의 삶은 어떨까. 한 번쯤 사랑에 아파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세상 속으로 쉽게 빠져들 것이다.
궁상맞고, 어이없고, 기괴한 판타지 소설 『아작』 이별을 마주한 세 인물의 이야기
소설의 제목 『아작』은 말 그대로 조금 단단한 물건을 깨물어 바스러뜨릴 때 나는 소리를 뜻한다. 소설의 제목과 주제는 부서진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이 소설은 이별 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생의 과정 속에는 필연적인 이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별을 하는 일은 언제나 아프다. 여러 번 겪는 이별이라고 해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누군가와 이미 헤어지고도 사그라지지 않는 복잡한 감정을 두고 ‘아직도 이별하는 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총 3개의 단편 소설 ‘흑석동 생존자’, ‘무 대리의 비밀’, ‘음식남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주인공인 가족밖에 모르는 여자와 종을 뛰어 넘는 짝사랑에 고뇌하는 무 대리와 인간 자웅 동체 커플은 소설 속에서 자신의 이별과 그 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버림받고 남겨진 자의 세상은 무너진다. 떠난 사람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버려졌다는 상실감에 자신을 송두리째 망가트리거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해코지를 마음먹기도 하면서. 과연 사랑하다가 남겨진 자들은 모두 피해자이기만 한 걸까. 그렇지 않다. 남겨질 수밖에 없는 구구절절 피치 못할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도 모르지 않는다. 나를 두고 떠났다고 무턱대고 미워하기에는 마음속에 숨겨 둔 내 잘못이 고개를 쳐들고. 결국은 떠난 이의 마음도 온전히 좋지만은 않다는 것도 짐작할 수가 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진한 여운이 남는 이상한 소설이다. 궁상맞고, 어이없고, 기괴한 이 소설을 통해 독자는 이별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말하는 이별은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