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실루엣 : 김명숙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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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거대담론으로 승화시킨 꽃의 자아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린 「새싹」과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날」의 작사자이자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를 작시한 시인이기도 한 김명숙의 두 번째 시집 『내 마음의 실루엣』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58로 출간되었다. 김명숙 시인은 “텃밭은/내 삶의 원동력이다”라고 단언할 만큼 자연친화적이지만 그의 상상력은 결코 자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김명숙은 광주민중항쟁과 통일문제, 세월호 참사와 현재 거주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고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김명숙은 문단에서 보기 드문 재능의 소유자다. 제1회 한국아동문학회 신인상을 수상해 동시를 써온 그는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새싹」의 저자이며, 한국동요음악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가곡 46곡, 동요 80곡을 발표했으며,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날」의 작사자이자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를 작시한 시인이라는 것이다. 시인은 「녹색 물감을 입히다」에서 “새들의 화음이 통통 현을 켠다”는 발랄한 표현을 보여준다. 김명숙이 표적으로 삼는 주요 제재 범주를 유형화하여 요약하면 꽃과 바다와 사회·정치적 상상력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말」 첫 문장에서 “꽃은 피고 진다.”며 인생을 포함한 모든 만물의 원리를 압축하여 제시한다. 또한 “봄날의 청보리밭은 여학교 교실 안이다”(「청보리밭」)라며 푸르고 싱싱한 식물성 묘사를 한다. 고향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시인은 고향의 서경과 어머니와 바다를 제재로 한 시들을 상당수 보여준다. 더불어 1980년 광주민중항쟁과 통일, 최근의 세월호 참사, 시인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도시와 사회문제, 그리고 정치적 상상력을 시로 구성하고 있다. 아래 시는 필자가 시집 속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시편 가운데 하나다.
보름날 저녁 달빛이 페가수스 별자리를 데리고 내려앉은 마당 가을이 깊어 가는지 풀벌레 소리 가득합니다 풀벌레들은 달빛이 버무린 별들의 말을 읽어줍니다 말갛게 피어나는 달맞이꽃을 읽어줍니다 마치 크리스털 연주음 같습니다 그리움을 노래하는 게 어디 하룻밤만의 일이겠습니까 풀벌레의 이야기가 두런거리는 마당에 서니 어머니 생각 더욱 깊어집니다 그 뙤약볕 그리움은 몇 날 며칠을 소리 내어 읽어도 다 못 읽을 대하소설입니다 책장 넘기듯 한 시각 한 시각 넘기며 뒤척이다 가슴으로 부르는 저들의 노래를 덮고 잠이 듭니다 ― 「풀벌레 소리」 전문
보름달과 달빛, 별자리, 풀벌레 소리, 달맞이꽃이 있는 서경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화적 서사가 빛나는 시다. 풀벌레들이 “달빛이 버무린 별들의 말을 읽어”주는 이 아름다운 농경적 달밤과 어머니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책장 넘기듯 보내다 마침내 풀벌레 소리를 덮고 잠에 드는 심상이 빛나는 서정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풀벌레 소리」에 달맞이꽃이 있다면, “푸르고 깊고 청량한 소리가 귓전에 들”(「갯메꽃」)리는 바닷가에는 분홍 나팔귀 모양의 갯메꽃이 있다. “한갓진 길섶에 모둠발로 서 있”(「억새」)는 억새꽃도 있다. 「꽃살문」에는 내소사 “꽃살문이 된 연꽃”이 있고, 「이상 시인의 집에서」는 “나팔꽃 줄기처럼 감고 올라가는/하늘과 지상의 이야기”가 있다. 달맞이꽃과 갯메꽃과 억새꽃은 지상에 실재하는 식물체이며, 연꽃은 연꽃의 외형을 조각한 인공물, 나팔꽃은 언어로 구성한 감각되지 않는 사유의 형상물로서 기호이다. 「꽃의 기도」에서 꽃은 상징이다.
온통 분홍이다
봄의 바다에 고기들이 노닌다
한 마리, 두 마리, 떼 지어 펄떡 펄떡 산을 오른다
겨드랑이에 지느러미가 쑥쑥 돋은 사람들 분홍 물살 가르며 쉼 없이 오른다
봄나들이 나온 물고기들의 수다가 파고(波高)로 드높다 꽃 속에 묻힌다
정상에 서서 그물을 던지면 필시 만선이겠다 ― 「봄의 바다―원미산 진달래」 전문 진달래가 핀 원미산은 분홍색의 봄 바다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물고기로 비유된다. 산길은 물살이 갈라진 곳이며 말소리는 파고로 비유된다. 화자는 이런 원미산 정상에 서서 그물을 던지면 만선이겠다는 상상을 한다. 참으로 광대한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공광규(시인)
책속에서
내 우주는 작은 연못이었다
물이랑이 심할수록 바깥을 향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땅속 깊이깊이 파고들었다
단 한 번도 곁눈질하지 않았다 그리운 마음만을 지키기 위해 비우고 또 비워냈다
비가 다녀간 오후 소란에 눈 뜨니 연못 곳곳에 내 사랑이 꽃피고 있었다 나의 노래가 연못 밖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
「연의 노래」 전문
땅덩어리가 큰 것도 아니요 남북한 반 토막으로 나뉘어져 있는 나라에서 나는 그해 5월, 광주에 없었다 학업을 위해 어린 나이에 산업체 부설학교가 있는 마산에 있었다 광주에선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그 시각에 나는 기숙사 TV에서 나오는 가요 〈못 찾겠다 꾀꼬리〉를 흥겹게 따라 불렀고 언제나처럼 밀린 숙제를 했다 광주를 제외하곤 대체로 평화로웠고 민주화운동의 폭동 소식은 깜깜이었다 계엄군에 맞선 학생들과 시민들이 금남로에 나와 피투성이와 죽음으로 자유를 맞바꿀 때 나는 못 찾겠다 꾀꼬리 언제나 술래가 되어 기숙사 방에 기대앉아 얘들아, 만 자꾸 부르고 있었다 자유는 꽁꽁 숨어버려 보이지도 찾아지지도 않아 꿈 찾아 헤매는 술래가 되어 있었다 세상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안개 속 아직도 술래인 나는 못 찾겠다 꾀꼬리만 연속 부르는 숨바꼭질만 하고 있다 —
「그해 5월, 나는 광주에 없었다」 전문
그이는 그녀의 착한 정부(情夫), 그녀가 뭐라고 하든 무조건 콜! 콜! 이다
한번 올라타면 바뀌지 않는 체위로 그가 그녀 앞에서 변강쇠가 되는 길은 아주 쉽다
마누라완 은밀한 밤을 만족 못해도 그녀와의 드라이브는 마냥 즐겁고
마누라의 잔소리엔 눈살 찌푸려져도 그녀의 재잘대는 목소리는 그저 사랑스럽다
머리끄덩이를 잡고 패대기를 치지 그래 따귀를 얼얼하게 올려붙이지 그래
온갖 추측만 난무할 뿐 실마리는 오리무중 내비게이션, 그녀! 오늘도 그이와 벌건 대낮에 통정을 나눈다 —
「내비게이션, 그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