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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역자 서문

존과 조
엘리베이터 열쇠
배회하는 쥐
괴물
속죄
잿빛 시간 또는 마지막 손님
전염병


역자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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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몽스트르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2983925 842 -23-5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2983926 842 -23-5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2989190 842 -23-5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불가
0002989191 842 -23-5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불가
B000103425 842 -23-5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전쟁의 그늘 아래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망명해 생계를 이어 나가며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지난한 삶은 비현실적인 공간과 부조리한 인물들로 대표되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현대 프랑스어권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소설 3부작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두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품은 작품들이 있다. 바로 그가 쓴 희곡들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르 몽스트르』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생전에 프랑스어로 쓴 유일한 희곡 모음집으로, 프랑스 쇠유Seuil 출판사에서 펴낸 희곡집 『Lheure grise』(1998)와 『Le Monstre』(2007)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희곡집에는 표제작이기도 한 「괴물」을 비롯해 그가 처음으로 발표한 희곡 「존과 조」, 남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여자의 이야기 「엘리베이터 열쇠」, 먼 미래의 암울한 시대를 풍자한 「길」 등 드라마와 우화, 희극과 비극 사이를 오가며 내용이나 형식에서 다양한 시도를 꾀한 총 여덟 편의 희곡이 실려 있다. 모든 작품은 지금, 여기에서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 자본주의와 문명, 개발과 환경, 여성과 인권, 인간관계의 심연 등을 날카롭게 들여다봄으로써 동시대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오랜 시간을 견디는 ‘좋은 서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가 만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결핍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결핍은 욕망을 극대화시키고 그 욕망의 조각들은 결국 거대한 디스토피아의 지형도를 완성한다.

또한 희곡이라는 글쓰기의 특성상 대부분의 서사가 등장인물들의 ‘말’을 통해 전개된다는 점에서, 쉽고 간결하지만 많은 의미를 담은 아고타 크리스토프 언어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읽기’와 ‘쓰기’에 대한 고뇌와 애정을 담은 자서전 『문맹』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낯설고 기묘한 세계로 점철된 희곡집 『르 몽스트르』는 ‘문맹’이었던 한 작가가 낯선 언어를 어떤 방식으로 끌어안고 자기 세계 안에서 ‘소유’하는지 잘 보여준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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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아, 맞아. 이제 생각났다.
존 어, 그래?
조 응. 이 세상에 돈깨나 있는 놈들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궁금했어. 많은 돈을, 늘 갖고 있잖아. 그놈들은 돈을 쓰고 써도, 또 돈이 있잖아. 언제나. 넌 그게 이해가 가?
존 하지만 조. 이해고 뭐고 할 게 뭐 있어. 그저 돈이 있는 거라고. 그게 다야.
조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왜 돈이 없는 건데?
존 아주 간단하지. 그저 돈이 없을 뿐이라고. 그게 다지.
조 하지만 있는 놈들은 그 돈이 어디서 나는 걸까? 그 돈은 어딘가에서 나오는 거잖아. 안 그래?
존 물론 그렇지. 아마도 아버지한테 물려받았겠지.
조 그럼 그 아버지들은? 그 돈이 어디서 난 거지? 그 아버지들의 아버지들이 준 건가?
존 그렇지. 그 아버지들의 아버지들이 준 거지.
조 하지만 그 아버지들의 아버지들이 그 돈을 갖기 전에, 최초의 부자 아버지는 그 돈이 어디서 난 거지?
존 그건 나도 모르지. 분명 열심히 일했을 거야.
조 넌 아무 생각이 없구나, 존. 난 온종일 일만 하는 사람들 많이 알거든. 어떻게 사람이 종일 일만 할 수 있어?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돈 없거든. 있어도 아주 조금밖에 없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밖에 없다고. 그게 다야.
존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행복하겠다.
조 하지만 나도 일했다고, 존.
존 그래? 언제?
조 가끔씩. 맞아, 내가 젊었을 때.
존 돈은 많이 못 벌었지, 조?
조 그렇지, 존. 일한다고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존 그럼 뭘 해서 돈을 벌지?
조 그게 바로 내가 궁금한 거야.
존 유식해지면 될까?
조 (매우 슬퍼하면서) 아, 존! 설마 돈 없는 사람들은 무식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예를 들면, 나나…… 너처럼?
존 물론 아니지, 아니야. 네 말이 맞아, 조. 돈은 없어도 유식한 사람들은 나도 한 무더기 알거든.

_「존과 조」에서
여인은 휠체어를 남편이 있는 쪽으로 조금 움직인다. 남편은 여인의 발밑에서 무릎을 꿇는다. 여인은 남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남편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그의 말을 읽는다.

여인 당신, 피곤하시군요?
남편 응, 조금. (의사에게 애원한다.) 어떻게 좀 해봐, 클로드.
여인 누가 또 있나요?
남편 클로드가 왔어, 여보. (의사의 팔을 당겨서 여인이 그를 만질 수 있게 한다.) 봐, 클로드야. 만져봐. 당신 클로드 알지?
여인 오, 클로드!

의사는 주사를 준비한다. 여인의 팔을 잡는다. 남편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싼다.

의사 조금만 손을 보면…… 아무 고통 없이…… 다 괜찮아질 거야.
남편 더 이상 그녀가 울부짖지 않는다는 거지?
의사 그렇지. 더 이상 울부짖지 않지.
여인 (팔과 얼굴을 빼면서) 또 클로드야? 왜? 이번에는 뭘 더 없애려고? 내 목숨? 이제 나에게 남은 건 그게 다인데.
의사 아니, 아니에요. 보세요. 당신은 아직도 행복을 누리며 살날이 많이 남았어요.
여인 자기야! 당신, 고개를 젓고 있는 거야? (사이) 오, 알겠다! 당신이 나한테 뭘 원하는지 알겠어! 내 목소리! 맞지? 그래, 그거야!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안 돼! 내 목소리만은! 내 목소리만은! 듣고 있지? 원한다면,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아. 하지만 내 목소리만은 안 돼! 안 돼!

_「엘리베이터 열쇠」에서
맹인이 지하철 통로에서 연주를 한다. 지하철이 도착하고, 수많은 발소리가 통로를 채운다. 난장판처럼 소란스럽다. 맹인의 모자에 동전 몇 개가 떨어진다.

아이 엄마, 저 장님 주게 동전 하나만 주세요.
엄마 장님? 뭘 모르는구나!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일 뿐이야! 그리고 저런 짓 하면 불법이야!

발소리가 멀어져간다.

아이 누가 아저씨 모자에서 동전을 훔쳐 갈까 봐 걱정 안 되세요?
맹인 아니.
아이 하지만 방금 제가 동전 한 개 훔쳤는데요. 가장 큰 걸로요.
맹인 안다. 다 들었어. 괜찮아. 가져. 너 줄게.
아이 아저씨 돈을 갖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여기요. (동전을 다시 모자에 던진다.) 아저씨가 정말 장님인지 알아보려고 그랬어요.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나도 아저씨 같은 장님이 될 거예요. 영원히 장님이 되는 건 아니고요. 하모니카를 불 거예요. 아니면, 강도가 더 낫겠어요. 지하철이나 통로에서 사람들을 습격하고, 은행도 역시…….

_「속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