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든, 지하철의 스크린도어에서든, 어느 골목 담벼락에서든, 우리는 꽤 자주 시를 접합니다. 하지만 시는 유독 어렵게 느껴집니다. 시는 비유나 상징, 또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숨기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독자는 시에 숨어 있는 맥락을 찾고 또 상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억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기억과 경험, 배경지식을 시에 투영하기. 맥락을 상상하기. 그 과정을 거쳐 화자의 감정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느린학습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피치마켓은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시에 내포된 맥락과 감정을 느린학습자에게 전할 수 있다면?’ ‘느린학습자가 시를 읽고 감상을 나눌 수 있다면?’
『그림으로 보는 진달래꽃』은 이러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피치마켓은 쉬운 글과 그림으로 전하는 첫 번째 시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선정했습니다. 「진달래꽃」을 그림문학도서로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고민이 있었습니다. 시를 쉬운 단어로 풀어쓰기만 한다고 쉬운 시가 될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의 반어적 표현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데까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진달래꽃』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맥락을 드러내는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진달래꽃」에는 이별과 그 순간의 감정만이 담겨 있습니다. 독자는 화자가 어떤 사랑을 거쳐 이별에 이르게 되었는지 상상해야 합니다. 그것을 단번에 상상하기 어려울 독자에게 시에는 없는 사랑의 순간을 이야기로 전하고자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 만난 순간.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순간. 서로 손을 잡고 걸었던 때. 이 시간을 안다면, 「진달래꽃」의 이별이 독자에게도 슬픈 사건이 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진달래꽃」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나를 버리고 떠나는 임에 대한 슬픔’으로 해석됩니다. 피치마켓은 그 슬픔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진달래꽃」에 대한 독자들의 해석은 다양할 수밖에 없기에, 『그림으로 보는 진달래꽃』이 하나의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그저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가 「진달래꽃」에 가닿는 하나의 단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과 이별과 슬픔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경험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기쁘겠습니다.
<출판사 서평> 피치마켓은 2014년 민간최초로 느린학습자와 발달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발간한 이후 지속적으로 문학의 즐거움을 느끼고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책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교육과, 문학, 정보는 대부분이 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글과 정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와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느린학습자와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글과 컨텐츠, 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써 꼭 필요한 정보와, 지식, 문화적 소양을 갖춘다면 사회참여와 자립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도서는 발달,지적장애인과 느린학습자들의 문학활동과 정보습득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책입니다. 문장 구조를 단순화 시키고, 딱딱한 문어체는 이야기 하듯 풀어 썼습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내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였습니다. 문단 및 문장의 형태, 글자의 크기 및 자간과 윤디자인연구소와 함께 가독성 높은 폰트까지 사소한 모든 부분에서 발달장애인의 인지능력과 집중력을 고려하였습니다. 디자인, 삽화, 요약만화 등 흥미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고 개발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느린학습자와 발달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동용 도서와 단순한 쉬운 단어 책이었습니다. 이러한 책은 발달장애인의 이해와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피치마켓의 책은 특수교육 선생님뿐만 아니라 발달, 지적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독서교육을 하며 실질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인지능력과 함께 생활연령에 따른 관심사, 자존감까지 고려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