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파도와 모래성 -- 허수아비 -- 세모의 살인 -- 백마 탄 기사님 -- 반납하겠습니다 -- 천사의 총구 -- 그가 사귄 사람들 -- 가방을 바꿔요 -- 젖꼭지 실종사건 -- 개미의 노래 -- 꼬리를 먹는 뱀 -- 저기요, 길 좀 물을게요 -- 안 아프게 죽여줘 -- 고개 숙인 소녀 -- 잘못 탄 열차 -- 아, 씨발 알아서 할게요 -- 웃음 주사 -- 산타의 퇴사 -- 미아 -- 횡단보도 살인사건 -- 이리의 꼬리 -- 해적 룰렛 -- 횡단보도로 건너야 돼 -- 토끼의 고백 -- 달팽이 가족 -- 부부의 침묵 -- 경호 씨, 미안해요 -- 있잖아, 민정아 -- 눈 마주치면 죽는 부부 -- 개와 노파 그리고 순덕이 -- 향수를 좋아하시나봐요 -- 썸 -- 눈사람을 만들어주세요 -- 거울이 하는 사랑 -- 플라시보 러브 -- 도둑의 아내 -- 첫사랑은 은행강도 -- 비밀이에요 -- 3인칭 관찰자 섹스 -- 자각몽 데이트 -- 모기를 잡는 법 -- 면도하는 여자 -- 초코바 -- 선인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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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모래성 허수아비 세모의 살인 백마 탄 기사님 반납하겠습니다 천사의 총구 그가 사귄 사람들 가방을 바꿔요 젖꼭지 실종사건 개미의 노래 꼬리를 먹는 뱀 저기요, 길 좀 물을게요 안 아프게 죽여줘
고개 숙인 소녀 잘못 탄 열차 아 씨발 알아서 할게요 웃음 주사 산타의 퇴사 미아 횡단보도 살인사건 이리의 꼬리 해적 룰렛 횡단보도로 건너야 돼 토끼의 고백 달팽이 가족 부부의 침묵
경호 씨, 미안해요 있잫아, 민정아 눈 마주치면 죽는 부부 개와 노파 그리고 순덕이 향수를 좋아하시나봐요 썸 눈사람을 만들어주세요 거울이 하는 사랑 플라시보 러브 도둑의 아내 첫사랑은 은행강도 비밀이에요 3인칭 관찰자 섹스 자각몽 데이트 모기를 잡는 법 면도하는 여자 초코바 선인장 키스 콜택시 로망스
초단편소설? 생소한 단어다. 그러나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장르로, 초단편소설이라는 틀로 저작 활동을 하는 작가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엽편소설이라고 불렸던,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단편소설이 이제는 초단편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박시울 작가의 글이 유독 눈에 띈다. 따뜻함과 위로를 주는 이야기와 함께 애써 외면하려 했던 우리의 내면을 여과 없이 이야기로 풀어낸다. 『선인장 키스』(이든하우스, 2023)는 인스타그램에 연재되었던 글을 엮은 것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글과는 결을 달리한다. 수록작인 ‘세모의 살인’은 타인을 부러워하다 못해 못난 질투로 자신을 망친 세모의 이야기를 그려냈고, ‘허수아비’는 남의 눈에 들고 인정받으려다 스스로 자유를 잃은 주인공의 모습이 드러난다. ‘개미의 노래’는 그럴 듯해 보이는 허상을 쫓다 겨우내 자기의 내면을 마주하고 자기 확신을 얻어가는 개미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고지 열몇 매 정도의 분량에 이야기로서의 구성, 신선한 소재와 전개, 우리를 생각게 하는 날카로운 주제의식이 모두 담겨 있다. 또한 마음을 포근하게 하는 따듯한 면모도 잃지 않는다. 표제작인 ‘선인장 키스’는 아직 받지 않은 상처에 대한 두려움에 한 걸음 물러서 상대를 밀어내는 선인장의 이야기와, 그를 위해 끊임없이 다가가려는 선인장의 이야기가 담긴다. ‘면도하는 여자’를 통해서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누군가를 찾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과 위안을 선사한다. 『선인장 키스』는 박시울 작가의 첫 출간작인 만큼 작가에게 의미 있고,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작품들로 엄선해 구성되었다. 때로는 예리하게, 때로는 우화처럼, 때로는 아늑하게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작가의 세계를 이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못난 자기 자신을 어쩌지 못하는 이들에게
『선인장 키스』 속에는 작가의 창의력과 인간에 대한 폭넓은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에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하는 되돌아봄도 곁들여진다. ‘천사의 총구’를 보면 천사는 주인공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밀며 묻는다. 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주인공은 없다고 답하지만, 궁지에 몰려 열심히 생각하다 이윽고 말을 내뱉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에게도 깨닫는 바가 생긴다. 원하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고. 너무 많아서, 많지만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외면했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마지막에 주인공은 다짐한다. 이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자 열심히 살겠노라고. 그 와중에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하고 말이다. 동기부여 영상이나 문구를 읽고 결연히 다짐하지만, 얼마가 채 지나지 않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버리는 모습이 마치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 같아 괜스레 숙연해지는 이야기다. ‘토끼의 고백’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사실 토끼는 못된 녀석이 아니었다고. 자신감 없고 위축되어 있는 거북이를 위해 토끼가 악역을 자처해 거북이를 북돋아준 것이라고.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은 물론이고, 나 스스로에 대한, 또 사랑에 대한 영감과 주제의식이 분명히 드러나는 43개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나의 내면을 똑바로 마주하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