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회도서관 홈으로 정보검색 소장정보 검색

목차보기

서문
1. 얼굴 없는 표면
2. 얼굴들의 연대기
3. 사진적 인물과 영화적 인물
4. 식물성의 유혹
5. 사진 없는 유토피아
6. 영화 없는 유토피아
나가며, 들어가며

이용현황보기

식물성의 유혹 : 사진 들린 영화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051945 791.43015 -23-9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051946 791.43015 -23-9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B000095140 791.43015 -23-9 부산관 로비(1층 로비) 북큐레이션
(관내이용)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귀신 들리듯 사진 들린 영화를
찾아다니는 산책자의 움직임


사진이란 과거의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 있었던 무언가의 흔적인 ‘동시에’ 그것의 생김새를 닮은 형상이고, 증거인 ‘동시에’ 유사-현존이며, 물질인 ‘동시에’ 이미지라는 것을, 종종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반성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비유하자면, 주형과 모형이 한데 붙은 것이 사진이라고 보는 셈이다. 그런데 디지털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하기 이미 한참 전부터 모형 없는 주형, 혹은 모형에서 떨어져 나온 재료 일부만 달라붙어 있는 주형으로서의 사진은 항상 존재해 왔고, 따라서 ‘동시에’가 함의하는 결합은 줄곧 의문에 부쳐져 왔다. 그런데도 정작 이러한 사진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기이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형상 없는 흔적, 유사-현존이 수반되지 않은 증거, 미처 이미지화되지 못한 물질로서의 사진에 대한 적절한 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 이 책은 이에 대해 숙고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사진으로 포착된 인간의 형상은 종종 존재론적 양극성을 띠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영화적 이미지는 인물과 관련해서 허구와 사실의 동시적・모순적 공존을 배제하곤 한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극영화의 경우 허구적으로, 다큐멘터리의 경우 사실적으로 인물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영화의 스틸 사진은 영화적 이미지에서 억압되어 있던 존재론적 극을 다시 활성화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원본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아무런 정보가 없는 관람자에게 스틸 사진 속의 인물은 철저하게 존재론적 양극성을 띤 대상으로 비칠 것이다. 사진작가인 로버트 프랭크와 영화작가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사진과 영화 작업을 넘나들면서 이러한 양극성을 활성화하는 일에 골몰하곤 했다. 책에서는 이들 이외에도 장 외스타슈, 크리스 마커, 레이몽 드파르동등 여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사진적인 것이 영화로 이식되는 다양한 양상들을 검토한다.

이 책이 사진과 영화의 관계를 탐색하는 방식은 두 매체 각각의 존재론으로부터 출발해 둘 사이의 연관성을 따지기보다는 마치 귀신 들리듯 ‘사진 들린 영화’들을 찾아다니는 산책에 가깝다. 여기서 저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산책자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에세이, 즉 분석적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대상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에세이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P.7~8] 사진과 영화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믿던 야만적 즐거움의 시대가 있었다. 영화는 초당 24장의 사진을 스크린에 영사하는 매체로 간주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 물질적·기술적 기반에 대한 고찰만으로 사진과 영화의 관계를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그런 고찰에서 나오는 것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시시한 결론들밖에는 없을 터다. 영화가 초당 24장의 사진으로 구성되건, 사진이나 영화가 모두 픽셀과 비트의 조합물이건, 이는 우리가 사진과 영화를 실제로 지각하는 경험적 차원과는 거의 상관이 없다.
[P. 9] 나는 사진과 영화 각각의 존재론으로부터 출발해 그 둘의 연관을 따져보기보다는 마치 귀신 들리듯 사진 들린 영화들을 찾아다니며 산책하고 싶었다. 에세이란 이러한 산책자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이 책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분석적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대상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에세이다.
[P. 18] 사진이란 과거의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 있었던 무언가의 흔적인 동시에 그것의 생김새를 닮은 형상이고, 증거인 동시에 유사-현존이며, 물질인 동시에 이미지라는 것을 종종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반성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비유하자면, 주형과 모형이 한데 붙은 것이 사진이라고 보는 셈이다. (…) 하지만 사진에서 주형과 모형의 결합은 결코 필연적이지 않다. 그저 텅 빈 주형으로서의 사진, 즉 모형을 떼어 내다 남은 재료 일부가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주형으로서의 사진이 있을 수 있는가 하면, 주형을 통해 만든 모형과 매우 흡사해 보이지만 실은 주형 없이 만들어진 모형으로서의 사진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교묘하게 합성된 사진에서부터 전적으로 CG에 힘입어 제작된 사진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주형 없는 모형으로서의 사진이 넘쳐나게 되었고 그에 따라 흔적·증거·물질로서의 특성과 형상·유사-현존·이미지로서의 특성을 한데 묶는 ‘동시에’라는 표현은 매우 미심쩍은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