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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두고 온 사람
귤이 웃는다
특급열차
우아한 오후
아이스크림 탑
전염병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멕시코시티에서 죽었다
빨간 일요일
일본 매미
봄날의 공원
아침에는 고양이 세수를 해요
고양이 선생님
지붕에 오르기
종소리
링링
밤과 아침

2부 겨울나무 읽기
겨울나무
렌트 하우스
이렇게 멋진 셔츠는 처음이야
유령의 결혼 생활
구름을 공부하면
스노볼
조각 그림 맞추기
하염없이 하루하루
한밤의 초코케이크
사라지는 것
좋은 곳
너와 나 사이에 물방울이
망각의 의도
투명한 날
먼 곳

3부 날아가는 돌멩이
구불구불한 밤
숲의 얼굴
명동슈퍼 옥수수
안녕, 티라미수
마태수난곡
마루광
태풍이 지나가고
약속
돌멩이의 노래
손톱 깎는 밤
꽃을 찍는 사람
비자림
밤 기차
겨울의 기쁨
검은 개

4부 불씨를 품은 눈사람
눈사람 나라
아키 카우리스마키
커밍 쑨
꽃과 꿈
우울이 길다
네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사원 밖의 노인
바람개비
숨은 꽃
언덕 너머 마트에 가는 길
부서진 발자국들은 어디로 갔니?
수목원
새로운 생활
오션시티호텔
사라진 열쇠

해설
비로소 보이는 겨울
-성현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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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기쁨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058078 811.15 -24-96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0003058079 811.15 -24-96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B000095150 811.15 -24-96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걷는사람 시인선 105
백숙현 시집 『겨울의 기쁨』 출간

“눈사람처럼 사라진 날들을 이해할 수 있다
눈사람처럼 사라질 나를 꿈꿀 수 있다”

비가시화된 존재들의 세계를 감싸는 겨울의 흰빛
다정함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순백의 풍경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202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숙현 시인의 첫 시집 『겨울의 기쁨』이 걷는사람 시인선 105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과 전개”(강원일보 심사평)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백숙현이 품어 온 60편의 시가 『겨울의 기쁨』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몹시도 소중한 비밀처럼 아껴 적는”(성현아, 해설) 시인의 시편이 모여 지금 이 계절과 어울리는 환한 시집으로 탄생한 것이다.
백숙현의 시는 “온통 하얀 세상”(「특급열차」)으로 가득하다. 이 세계를 이루는 것은 차갑고 상쾌한 바람, 때로는 일렁이는 겨울의 흰빛과 닮아서, 제자리를 지키다가도 “기억 저편으로”(「커밍 쑨」) 사라지고는 한다. 마치 “겨울나무와 눈사람 위로 촛농이 떨어”(「한밤의 초코케이크」)지듯이. 다만 시 속 화자들은 “눈사람은 가야 할 곳이 있”(「겨울의 기쁨」)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작은 생을 그저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듬는다. 비가시화된 이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담담히 애쓰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사려 깊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고요하고 평온한 세계에 다다른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자신만의 속도로 걸음을 옮기는 화자의 시야가 일순 뚜렷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백숙현의 화자들이 지금 이곳에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한 까닭이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눈사람 나라」) 마음으로 “돌아갈 수도/돌아올 수도 없는”(「조각 그림 맞추기」) 길을 대면하는 순간에도, 인물들은 “날마다 해가 뜬다”(「꽃과 꿈」)는 사실을 기억하며 자신의 움직임에 몰두한다. 이때 시인의 명확한 사유로부터 생동하는 언어들은 일상적이고도 달콤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이 섬세한 시선 끝에서 부풀어 오르는 감정은 “함부로 말해지지 않기에 귀히 여겨야 할 무엇이 되어 가는 생(生)의 기록”(성현아, 해설)으로 귀결된다. 백숙현이 손끝으로 가만히 더듬어 보는 포근한 정경들, 다정함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순백의 “문장 아래에는 오롯이 씻긴 풍경과 소소한 사건들이 넘실”(장석남, 추천사)거리며, 그 풍경은 과연 “조금 슬프고 많이 아늑하다”(「오션시티호텔」).
백숙현의 시를 구성하는 작은 생들이 가진 잠재력은 존재 자체로 우리를 위로한다. “그 깊고 고요한 눈 속”(「사원 밖의 노인」)에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남겨 보려는 애틋한 마음이 여기에 있다. 그러니 가장 따뜻한 겨울의 풍경이 이곳에 고스란히 마련되어 있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풍경을 읽어 내리다 보면 “내일은 자라날까 사라질까”(「숲의 얼굴」)를 골몰하다가도, “이 재난 속에 묵묵히 살아 있다”(「전염병」)라는 진실을 기억하며, 결국 “나는 빛을 향해 손을 내민다”(「언덕 너머 마트에 가는 길」)라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게 될 테니.
문학평론가 성현아가 주목하듯, “백숙현은 자신이 기른 한 나무를 지켜내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으며 “그 옆에 나란히 선 나무들에도 다정한 시선”을 나누는 시인이다. 성현아는 해설을 통해 “이 시집에 늘어놓는 이미지는 우리가 본 적 있는 흔히 아는 일상의 소재들을 경유한 것임에도, 우리가 본 적 없는 것들이다. 독자들에게도 ‘비천하고도 거룩한, 그 모순적인 생활의 양면’(「너와 나 사이에 물방울이」)을 모두 볼 수 있게 만든다”라는 점을 짚어낸다.
천천히 잊혀 가는 것들에게 가만히 숨을 불어 넣어 주고, 세계에 존재하는 작은 것들을 새하얗게 감싸는 일을 겨울의 기쁨이라 부를 수 있다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이곳이 마음에 든다”(「사라진 열쇠」)라는 충만함으로 가득 차오르는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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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에서 떨어진 사과가 굴러간다
창가에서 멈춘다

사과는 창문을 뛰어넘고 싶었을까?

사과의 그림자를 본다

사과를 먹으면
그림자도 함께 먹는 것

(중략)

구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구름을 공부하면 더 좋은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아서

구름이 모양을 바꾸며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본다
구름의 마음이 될 때까지

구름 한 점 없는 날엔 하늘을 보지 않는다
―「구름을 공부하면」 부분
이리 와, 어서 와
첫 향기를 네게 줄게

나를 부르는 앞산 아카시아 숲에 들어선다

수풀에 감기는 내 발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넣는 나뭇가지들

뻐꾸기는 멀어진다
신발이 젖는다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바위틈, 나무옹이, 나뭇잎 뒷면에 누군가 수없이 지어 놓은 작고 작은 방들

돋아난다
위험한 것들이

내일은 자라날까 사라질까
―「숲의 얼굴」 부분
겨울을 기다리는 족속이 있다
눈과 얼음을 숭배하는 족속이 있다

세상의 지붕이 온통 하얗게 될 때
강이 투명하게 얼어붙을 때
극치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그 족속은

차가운 공기를 통해 겨울의 피가 수혈된다
어지러움이 사라지고 생기가 돈다

고드름을 먹고
눈꽃 빙수를 먹고
얼음 위를 달리고

눈사람이 되어

눈사람을 만든다

눈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져도
슬프지 않아

눈사람은 가야 할 곳이 있으니까

조용히 눈사람이 있던 자리를 바라본다

눈사람처럼 사라진 날들을 이해할 수 있다
눈사람처럼 사라질 나를 꿈꿀 수 있다

다른 계절에
나는 가끔 실종된다

겨울마다 다시 태어나
신기루처럼

하얗게 휘날린다
―「겨울의 기쁨」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