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수 시인은 1940년에 충청남도 보령시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분입니다. 주산중고와 충남대학교를 졸업, 중등학교 교사, 교감, 교장을 역임하며 평생 교육입국에 봉직한 분입니다. 정년퇴임을 한 후 문학창작의 길에 나서, 지인들에게 문안편지와 같은 생활시를 지어 카톡과 문자로 나눈 분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인으로 등단한 후, 2권의 시집을 발간한 분입니다.
책속에서
스미는 냉이 향기에 버들강아지 미소를 머금어 시냇물 따라 들리는 교향악이 열두 줄을 울린다 ―「봄을 부르는 소리」 일부
장흥수 시인의 이 작품은 여성성(女性性)의 이미지를 살려내고 있습니다. 특정 사물에 남성성과 여성성의 특징을 구분하는 것이 전근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에도 정서적으로 구분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봄에 ‘냉이’를 뜯는다든지, 냉이 향기에서 봄을 느낀다는 것은 여성성에 가깝습니다. ‘버들 강아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부는 양태는 남성성과 연계되겠지만, 버들강아지에서 미소를 발견하는 것은 여성성으로 보입니다.
커피 한 잔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너이기에 좋은 하루가 되라는 인사가 유난히 반갑다 ―「비오는 날」 일부
장흥수 시인은 매일 시로 안부를 전하며 행복을 느끼는 분입니다. 그러면서도 가끔 답장을 보내주시는 분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시인에게 도착한 메시지가 <좋은 하루가 되십시오.>라는 문구였나 봅니다. 평소에 커피 한 잔 나누고 싶은 분이어서 더 반갑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장흥수 시인의 삶이고 일상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어린 시절에 남달리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었고, 그토록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였기 때문에 형성된 것 같습니다.
곱다운 계절 허리춤에 매달고 살렸더니 어느새 붉은 해는 서산에 와있네 ―「11월의 한」 일부
장흥수 시인의 이 작품은 1년 중에서 11월에 떠오르는 시상을 전개한 것입니다. <하늘까지 붉어질 듯/ 곱게 물든 가을 뒷자락/ 막달 보고 겨울로 가자>에서 말하는 것처럼, 11월을 지나 막달(12월)을 만나 겨울에 이를 것이라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11월은 낙엽을 따라가야 하는 늦가을이라며, 겨울에 가깝기 때문에 ‘찬바람 부는 언덕’을 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인용한 3연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