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양 전문 PD가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쓴 책 다큐멘터리는 사적인 감정이나 선입관을 빼고 철저한 사실을 근거로 객관적 시각을 전달하는 것이 생명이다. 저자 왕현철은 KBS PD로 입사해 , <역사추리> 등을 만들면서 그런 훈련을 받았고, 그를 바탕으로 역사 프로그램 을 만들었다. KBS를 퇴직한 후 8년째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하며 책을 펴내고 있다. 새롭게 알게 된 역사적 사실이 수두룩했고, TV 드라마 등에서 잘못 알려진 내용도 발견했다. 무엇보다 조선의 왕, 수많은 신하들과 시공간을 초월해 대화를 나누는 것에 희열을 느꼈고, 역사의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 즐거웠다. 『왕PD의 토크멘터리 조선왕조실록』3권은 우리가 역사를 좀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조선왕조실록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충실하게 들여다보고 깊이 있게 해석한다. 마치 TV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종, 짧은 재위기간, 펼쳐보지 못한 꿈 『왕PD의 토크멘터리 조선왕조실록』3권은 인종, 명종, 선조, 광해군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종은 조선 27명의 왕 중에서 재위기간이 8개월로 최단기간이다. 그는 부왕의 상제에 대한 지나친 효로 목숨을 앞당겼고 업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24년 동안 세자 자리에 있었다. 인종을 통해 조선시대의 왕에게 효란 무엇이었는지, 조선의 세자는 어떻게 길러지고 미래를 준비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명종, 수렴청정과 간신・도적이 들끓던 시대 명종은 22년 동안 재위했다. 12세에 왕위에 올라 모후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으로 어머니의 눈치를 봤다. 문정왕후는 아들을 왕위에 올렸음에도, 이에 그치지 않고 을사사화와 양재역 벽서 사건으로 수많은 선비를 정적으로 몰아 죽였고,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불교를 중흥했다. 명종은 어머니와 그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려고 자신의 세력을 키워 맞서고자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이 시기 백성의 삶은 너무나 고단해서 임꺽정 같은 도적(백성에게는 의적)이 날뛰었다.
선조, 풍전등화의 나라, 이순신과 민초들 선조 때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7년간의 전쟁으로 국토가 침탈되었다. 선조는 제 목숨 살겠다고 궁궐을 몰래 빠져나갔고,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나라를 지켜낸 것은 여러 지역에서 스스로 일어난 의병장과 민초, 용기와 지혜를 겸비한 이순신 장군 등이었다. 『조선왕조실록』뿐만 아니라 『이충무공전서』와 여러 개인 기록물을 참고해 선조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순신의 승리 방정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므로 다시 강조할 점을 소개했고, 그 외에도 의병장과 백성의 힘, 외교의 중요성도 다뤘다. 나라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백성, 군사와 외교, 다양한 전략들이 씨줄과 날줄의 연결고리로 짜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선조와 이순신, 그 외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얘기는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묵직한 울림이 있다.
광해군, 공포정치와 중립외교의 두 얼굴 광해군은 세자 시절 백성의 환호를 받았으나, 임금이 되자 완전히 바뀌었다. 재위 초기부터 형 임해군과 동생 영창대군을 죽이는 잔인함을 보였다. 제도적 어머니인 인목대비도 유폐했다. 상궁 김개시 같은 궁녀들에게 둘러싸여 정사를 등한시했다. 그러나 외교는 달랐다. 명나라에 파병해서 청나라와 싸우기도 하고, 싸우는 척도 했다.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쳤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외교의 힘으로 약한 군사력을 보완하고 우리 국토를 보전했다. 광해군의 새로운 면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역사를 뒤흔든 사건, 인물, 그리고 놀라운 숨은 이야기 이순신을 원균보다 낮게 평가하고 죽이려 한 선조의 심리는? 또한,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16차례 소동을 일으킨 선조의 속내는? 무관 출신의 평범한 관리로 끝날 수 있었으나 민족의 영웅이 된 이순신의 삶과 승리 방정식은? 의금부 형틀에서 생명의 불꽃이 사라져가는 이순신을 구한 정탁의 상소문은? 이순신을 발탁했으나, 후일 그를 원균보다 낮게 평가한 영의정 유성룡은? 반대로 이순신을 낮게 평가한 것을 반성한 좌의정 이덕형은? 육지 전투의 최초 승리자였으나 참수당하는 부원수 신각은? 내시보다 낮게 평가받은 의병장은? 인간은 전쟁의 위기에서 그 본모습이 드러난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과 『이충무공전서』 외에도 많은 사료를 검토해 선조와 이순신 등 임진·정유재란 전쟁 참여자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는 사건과 인물을 만들고, 사건과 인물은 역사를 쌓아간다. 그 속에는 치열한 시대정신과 삶의 철학이 있다. 조선의 500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왕PD의 토크멘터리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실록의 콘텐츠를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맛깔나게 버무렸다. 역사적 지식과 안목을 키워줄 뿐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넘긴 사건과 인물을 포착해 역사 읽기의 재미에 빠지게 한다.
책속에서
[P. 37~38] “심맥, 폐맥, 신맥뿐만 아니라 이제는 간맥, 비맥, 위맥까지 약해지고 있습니다.” 의원과 신하들은 음식과 약으로 조리해야 한다고 강권하다시피 했고, 고깃국을 먹도록 여러 차례 청을 올렸다. 그런데도 인종은 고깃국을 비롯한 수라를 제대로 들지 않았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겨우 약을 지어 올리라고 명했다. 그러나 이미 때를 놓쳤다. 인종은 헛소리까지 했다. 말도 알아듣기 어려웠다. 결국 인종은 약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관복 차림을 고수했다. 신하들이 문병으로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_<1장 인종, 짧은 재위기간, 펼쳐보지 못한 꿈>
[P. 86,99] 명종 20년 4월, 문정왕후는 명종을 강하게 휘어잡았다. “내가 아니면 네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겠는가?” 문정왕후는 명종이 마음에 맞지 않는 구석이 있으면, 마치 민가의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했다. 명종은 제도적으로는 독립했으나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_<2장 명종, 수렴청정과 간신ㆍ도적이 들끓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