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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볼 : 노수승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084601 811.15 -24-573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084602 811.15 -24-573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P.20] 스노우볼

여름에 눈이 내립니다
지도 위에 적어 놓은 것들이 각각의 향방으로 유영합니다 물고기의 목적 없는 행보를 보고 길치인 척하는 친구를 생각합니다
길은 조금씩 돌아눕고,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기울어집니다

밤 짐승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 들립니다
귀 기울이면 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걸까요 눈이 길을 점점 먹어치웁니다 어떤 일은 소리 내지 않고 쌓입니다

우리는 달의 심장에서 잠들고 또 다른 우리는 목적지를 향합니다 어둠이 낮의 껍질인가 생각하다 고소하고 아삭한 밤에 대해 생각합니다 밤을 구우면 아침이 터질까요

얽힌 나뭇가지들이 깃을 텁니다 어떤 자세가 새에게 제격일까 고민합니다 새를 날개라고 읽어도 새의 발자국엔 가끔 깃털만 떨어져 있을 뿐 목적지가 없습니다
누군간 발자국을 남기려고 허공을 딛습니다
[P. 66~67] 강물이 흐르는 건 녹을 일이 많다는 생각입니다만,

혹시 녹아보셨나요?

끈적일까 봐 얼른 입속에 넣었는데
눈치 없이 너무 빨리 녹네요
우주의 체온으로 빙하가 녹듯
주머니 속 사탕 하나가 강을 이룹니다
나는 비로소 흐르게 됩니다
강물이 흐르는 건
녹을 일이 많다는 생각입니다만,

가으내 지구의 맛은 변신하죠
파란하늘이 신맛이면
바람이 단맛을 불어옵니다
먹구름은 곧 걷힐 테니
쓴맛은 단맛 뒤에 숨습니다

우는 아이 입에 사탕 하나 넣어 줍니다
단맛의 기분이 표정이 됩니다
사탕이 되려는 악당도 있을 법해요
누구나 맛이 기분이 되고 기분은
태도가 되기도 하니까요

내 맘 따라 하늘빛이 바뀌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언제나 하늘은 강물처럼 흐릅니다
나는 터무니없는 말을 종종 실려 보내죠

점점 딱딱하고 뭉뚝해지는 세상엔
녹으며 작아지는 사탕이 약입니다
녹는 건 거짓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