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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117768 843 -24-84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117769 843 -24-84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B000104927 843 -24-84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나탈리 레제의 『전시(exposition)』는 제2제정기, 사진 역사 초기의 매우 중요한 모델이자 당대 최고의 미녀로 일컬어진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의 생애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전시』는 주요 특질이 에크프라시스(ekpharasis)에 있다 해도 될 만큼 ‘묘사’에 치중하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고른 환유의 말들이 맨 마지막, 보이지 않으며 보일 수도 없는 세 소녀의 뒷모습에 건네어진다(137-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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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성찰, 역사적․예술적 사실들에 대한 환기, 그리고 제2제정기 최고의 미녀로 일컬어지는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행하는 ‘나’, 그리고 불행한 삶을 살았던 ‘내 어머니’의 이야기가 단상 형식으로 교차하는 매우 섬세하고 우아한 소설. ‘옮긴이의 말’ 또한 작품 못잖게 품위 있고 유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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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의 『전시』는 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전시라는 결과물 못지않게 전시 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기록하고 되묻는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충돌 역시 쓰이고 전시되어, 전시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시 주제인 ’폐허’를 둘러싼 논쟁에서 드러나듯,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여주지 않을 것인가), 무엇이 전시될 가치가 있는가(없는가) 등 근본적인 차이를 공공연하게, 은밀하게 게시한다. 전시를 기록하는 과정은 또한 나탈리 레제의 어머니의 신산한 삶에 대한 반추의 과정이자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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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상 사진 예술가 카스틸리오네 백작 부인, 단 한 편의 자기 영화 <완다>를 제작하고 사라진 감독 겸 배우 바버라 로든, 퍼포먼스 중 무참히 살해당한 페미니스트 행위예술가 피파 바카의 생을 다룬 그의 3부작은 패배하고 이해받지 못하고 거부당한 여성예술가들을 재조명하려는 시도이자, 그 과정에서 자기 가족사의 비극을 돌아보고 상처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정제 과정을 거쳐, 지워진 어머니를 빛 앞으로 노출하고자 하는 염원의 표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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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표를 위해 소설 『전시』는 지난 시대 한 여성예술가의 면면을 파헤치는 약전(略傳)에서 예술과 전시에 대한 단상적 에세이이자 에세이 형태의 전시로, 다시 제 어머니의 본연의 분위기를 온전히 되찾으려는 딸의 자전적 기록으로, 부단히 저 자신을 돌이키고 번복한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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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뭘 원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카스틸리오네 부인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녀가 뭘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다. 그녀는 춤춘다. 그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비가시적이니까, 그렇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이 타인의 시선 아래 놓이는 순간부터, 그녀는 춤춘다. 그 춤에 관해서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오로지 사진만이 그녀 속 유령들의 그 끊임없는 움직임을, 상대방을 향한 오고 감을, 반복과 도약 들을 가시화하고 그럼으로써 판타스마타(fantasmata)라 부르는 것이 나타나도록 한다.
몸은 판타스마타에 의거해 춤을 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뭔가? 동작이 일단락될 때 춤추는 이가 마치 메두사의 머리를 본 듯 그 사위를 멎게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동작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일순간 몸의 정수가 멎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것의 방식과 절도, 기억을 고정시켜야 한다, 우리는 그 순간에 전적으로 돌과 같아야 한다. 춤의 정수는 바로 이 같은 형상의 부동화에, 유일하게 움직임의 감각을 주는 그 정지 화상 속에 있다. 사진은 상대방의 시선 밑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여인의 춤을 포착하게끔, 어떤 비밀의 즉각성(instantane)을 드러내는 이 돌의 상태를 붙잡게끔 해준다. 그녀는 바로 그 사실을 전시하고 싶었으리라.
댓츠 미 …… 댓츠 미 …… 댓츠 미 …… 그래, 이건 나야, 포즈를 취하고 상대방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찾는 이 여자는, 댓츠 미, 이 강퍅한 시선의 유혹녀는, 제가 지닌 신체적 특질들로 능란하게 유희한다고 믿는 이 여자는, 댓츠 미, 자기 자신의 등장이라는 작은 연극을 광적으로 조직하고 그 열광을 숨긴다고 믿는 이 여자는, 댓츠 미, 동정을 살피고 상상의 이야기를 꾸며내며, 댓츠 미, 차용과 모방과 분노와 거짓말로 이루어진 이 여자는, 댓츠 미, 시체 같은 술병 더미 사이로 무너지는 이 여자는, 댓츠 미, 손에 칼을 쥐고 나타나는 이 여자는, 댓츠 미, 탁자 위에 놓인 그림틀 너머에서 우는 이 여자는, 댓츠 미, 불가해한 공물을 바치기 위해 설치된 제단인 양 악취 풍기는 몸뚱이로 바구니 안에 널린 죽은 개들, 그 사랑하는 것들의 몸 앞에서 절하며 우는 이 여자는, 그건 나, 분칠한 채 꼼짝 않는 이 가면 같은 얼굴, 나, 폐허가 된 물질 앞에서의 이 우울, 이 혼란, 이 비통한 애도는, 댓츠 미-. 그렇기에 그녀는 사진들 전부를 보여주어야 했으리라. 전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