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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가을 선언 9

9월 1일 시 대화 15
9월 2일 에세이 가방 19
9월 3일 시 대화 25
9월 4일 에세이 선에 대하여 31
9월 5일 에세이 좋음과 싫음 37
9월 6일 에세이 우산 45
9월 7일 에세이 오기 이야기 53
9월 8일 에세이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 63
9월 9일 에세이 야구장과 롤러코스터 73
9월 10일 에세이 한밤중에 찬물 마시기 81
9월 11일 에세이 위통과 커피 89
9월 12일 인터뷰 오기와의 인터뷰 1 95
9월 13일 시 대화 105
9월 14일 에세이 오뚜기 삼분카레! 109
9월 15일 편지 지난겨울, 오기에게 보낸 편지 117
9월 16일 에세이 오기와 사진 125
9월 17일 희곡 오기의 희곡 137
9월 18일 시 대화 153
9월 19일 에세이 오기와 시 161
9월 20일 인터뷰 오기와의 인터뷰 2 169
9월 21일 편지 오기의 답장 177
9월 22일 에세이 오기와 밤에 걷기 185
9월 23일 시 대화 195
9월 24일 에세이 텔레비전 이야기 199
9월 25일 에세이 오기만 아는 이야기 207
9월 26일 에세이 오기의 혼자 217
9월 27일 시 오기의 시 227
9월 28일 에세이 오기에게만 하는 이야기 235
9월 29일 에세이 오기의 좋아함 241
9월 30일 시 대화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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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오기 : 유희경의 9월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133120 811.081 -24-65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0003133121 811.081 -24-65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B000112584 811.081 -24-65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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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의 시의적절, 그 아홉번째 이야기!
시인 유희경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9월의, 9월에 의한, 9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하루 한 편의 글이 모여 1년 365일의 읽을거리가 되는 ‘시의적절’ 시리즈 9월 주자는 유희경 시인이다. 시를 쓰고 시집을 알리며 언제나 시의 곁에서 보내는 하루하루, 시인의 일상을 담았다. 『나와 오기』는 그렇게 시처럼, 어쩌면 삶처럼 이따금 가까이, 더러는 멀찍이 ‘함께하는’ 나와 ‘오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9월 한 달의 시간을 따라 흘러가는 에피소드 있으니 꼭 한 편의 소설처럼도 읽히건대, 에세이와 시뿐만 아니라 편지, 인터뷰, 희곡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이 계절의 일상을 불러낸다. 그 어디에나 오기가 있고 그 어디에도 오기는 머물지 않음에, 그의 흔적을 따라가는 우리로서도 ‘오기’는 누구일까, 어떤 아스라함과 그리움, 그리하여 반가움으로 오기를 생각하게 한다. 9월 한 달 따라 읽다보면 가을이 성큼일 테다. 가을을, 가을의 오기를,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며. 저마다의 오기, 누구나의 오기, 세상 모든 오기를 기다리며.

어느덧 9월이다. 나는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기가 오지 않는다 해서 가을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오기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나의 가을은 달라진다. 오기를 만나기 전의 9월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전에도 있었겠지. 오기와 같은 오기가. 그리고 누구에게나 오기가, 일상을 기꺼이 가을로 바꾸어내는 존재가, 언어가, 감각이 있는 것이다. 없다면 부디 이 책이, 이 책의 나와 오기가 당신에게 그러하기를 바란다. 감히.
─본문 중에서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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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 나는 젖은 커피잔을 엎어두고
젖은 손을 닦으려 하는데
엎어둔 건 커피잔이 아니었고
곤란하게도
젖은 내 손이었다
커피잔 대신 손을 엎어두었다고
곤란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젖은 내 손은 옛일과 무관하고
네가 꺼내 읽을 것도 아니다
성립하지 않는 변명처럼
오늘은 볕이 좋다 아직
네가 여기 있는 기분
너는 책에 푹 빠져 있고
손은 금방 마를 것이며
네가 두고 간 커피잔은
어디 있을까 나는
체념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_9월 1일 「대화」
[P. 58~59] 오기는 천천히 계단을 밟아 서점으로 올라온다. 무척 독특한 리듬이라, 나는 그가 첫 계단을 밟는 즉시 그가 왔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반가움을 애써 감추며 무심한 척 표정을 가장하는 동안 그는 올라온다.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예열하는 엔진처럼 잠시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오기가 있는 동안, 서점의 빈 책상 하나는 오로지 오기의 것이다. 오기는 그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쓴다. 오기는 컴퓨터나 키보드로 글을 쓰지 않는다. 아무 펜, 아무 종이나 잡고 쓴다. 쓴 것을 아무렇게나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다시는 꺼내보지 않을 사람처럼. 어쩌면 정말 오기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쓴 글과 작별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쓰는 것은 여전히 희곡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희곡을 그는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이윽고 그는 일어나 내게로 온다. 와서 말을 건다. 그렇게 또 한번의 대화가 시작된다.
_9월 7일 「오기 이야기」
[P. 93~94] 하긴 커피. 그러면 얼마나 많은 기억이 넘실대는가. 커피한 잔 혹은 두 잔을 놓고 쌓아왔던 모든 사연, 기다렸고 만났고 웃고 떠들었으며 이따금 엎드려 울었던, 너무나 진부하지만 그만큼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마치 성냥개비로 만든 탑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차근차근 다시 쌓여올라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언젠가의 자판기 앞 쌀쌀맞은 그애처럼 느닷없이 떠오르며 아픈 것도 쓰린 것도 아니고 하여간 설명하기 어렵게 아슬아슬한 감각을, 차마 통증이라 이를 수 없는 감각을 불러올 것이다. 오기, 커피를 끊는 건 그리쉬운 일이 아니란다. 그러면서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 인터넷 창을 띄워 ‘위통에도 마실 수 있는 커피’라든가 ‘위통에 어울리는 커피’ 따위의 문장을 검색해보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 그런 커피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며칠 커피를 단절한 채 보내야겠지. 그로부터 며칠 뒤 명치의 통증이 가시고 나면 나는 오랜만에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볼 생각이다. 마침 근처에 구닥다리 자판기가 한 대 있다. 내가 커피를 뽑으려 할 적에 혹시 누가 동전을 넣어준다면, 나는 반환 레버를 돌리지 않고 한껏 그이를 사랑해줄 마음이다.
_9월 11일 「위통과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