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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기억
불화수소
몰락
거묵골

소방 학교
작은 생명
그림
수어(手語)
고백
장애인
어쩔 수 없는 일
참전 군인
알아차린 시간
비상 정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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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묵골 구조대 사람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143356 811.33 -24-1383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143357 811.33 -24-1383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B000118813 811.33 -24-1383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발목에 굵은 쇠고랑을 찬 듯
마음속 깊이 박힌 세 개의 죽음

말 못 하는 누나와 연탄장수 아버지 밑에서 풍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란 것도 없이 자랐다. 술에 취하면 늘 입에 달고 사는 ‘애미 죽이고 나온 놈’이라는 아버지의 술주정만 빼면 말이다. 누나는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다. 그런 누나는 자기 몸보다 동생 태우를 더 살뜰히 챙겼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추수가 끝나고 높게 쌓아 둔 볏짚단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동네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다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가 볏짚단을 태운 건 순식간이었다. 누나가 아직 볏짚단 속에 있었지만 태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활활 불타는 볏짚단을 바라볼 뿐.

누나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버지의 원망 섞인 곡소리는 태우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마저 죽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태우의 시간은 여전히 누나가 불에 타 죽었던 그해에 머물러 있다. 발목에 굵은 쇠고랑을 찬 듯 마음속에 깊이 박혀 따라오던 세 개의 죽음은 태우를 더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쫓겨나듯 도착한 거묵골,
그때 그해에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흐를 수 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군 특수 부대에 들어갔고, 전역 후에는 119 구조대원이 되었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렸고, 더 강해져야만 누나의 죽음이 생각나지 않았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동안 태우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낸 것처럼 주변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고 만다. 그러다 결국 후배들의 투서로 인사이동이라는 징계를 받게 되고, 모두가 기피하는 시골 중의 시골 거묵골로 쫓겨나듯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거묵골에서 오래 머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낡아 빠진 거묵골에서의 구조 활동은 자신이 도시에서 하던 구조 활동에 비할 게 못 된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자꾸 태우의 마음이 이상하다. 영 탐탁지 않은 거묵골이었지만, 거묵골 구조대원들과 함께 지내며 태우의 마음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태우의 시간이 거묵골 구조대에 도착한 후로 조금씩 흐르기 시작한다. 태우의 어릴 적 트라우마는 치유될 수 있을까?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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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어, 어, 어.” 순간이었다. 도랑 옆 논두렁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볏짚단에서 허연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태우는 눈을 크게 뜨고 입만 벌린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심장이 벌렁거리며 미친 듯이 뛴다는 것을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볏짚단에 숨어 있을 누나를 구해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허연 연기는 곧 벌건 화염이 되어 이미 짚단 전체를 무섭게 삼키고 있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화염은 맹렬하게 솟아올랐다. 어느새 나타난 영찬이와 정수까지 아이들은 놀란 눈만 커다랗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고, 항식이는 꽥꽥 소리를 지르며 불난 볏짚 주위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P. 37]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원해서 들어온 해군 특수 부대는 태우에게 가혹한 팔자를 한 번에 뒤바뀌게 할 수 있는 수도(修道)와도 같은 일이었다. 더 고통스럽고 더 괴로워야 누나를 죽인 자신의 죄가 씻겨 나갈 수 있다고 여겼다. 학대하던 아비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물러서지 않았다. 훈련을 할 때면 가장 앞에서 뛰었고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물속에서 숨 참기 훈련 때는 혼자서 4분이 넘는 시간을 버텼다. 이때부터 교관들과 동기들이 그를 독종으로 여기게 되었다. 까맣고 비쩍 마른 몸이었지만 독기 어린 눈이 태우의 성정을 보여 줬다.
[P. 44] 미리 한국의 언질을 받았음에도 태우는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눌러야 했다. 발령 공문을 보자마자 아침 조회에서 대장은 태우의 인사이동 소식을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전했고 짧게는 2년, 길게는 7~8년을 함께 근무했던 특수 구조대원들은 대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먼 산만 바라봤다. 그때 태우는 솟아오르는 모욕감을 겨우겨우 참고 있었다. 이곳에서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며 일했다. 목숨 바쳐 일했고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지난 10년이 이렇게 끝난다는 생각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간단한 인사라도 하라는 대장의 말에 태우는 말없이 일어서 사무실을 나왔다. 곧 중택이가 뒤따라 나오며 혼자서 태우를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