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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용서하면 물이 된다·13
검은 숲·14
우울한 침대·16
거울에 비친 생각·18
내가 읽은 나무·20
노숙의 날들·22
숲속의 풍경·24
소리의 방향·26
오늘의 표정·28
나무는 나무끼리 슬픔은 슬픔끼리·30
시끄러운 책·32
어둠에 스민 물처럼·34
터널·36
지느러미를 벗은 물고기·38

[2부]
도하(渡河)·43
직박구리는 날고 나는 바라본다·46
스테노카라·48
황태·50
핼러윈데이·52
물의 밧줄·54
처제가 사라졌다·56
오래된 규칙·58
통과의례·60
모래비·62
향나무에 갇힌 새처럼·64
파도에 밑줄을 긋고·66
아직도 낯선·68
맹그로브·70
지나가는 나무·72
빙하·74

[3부]
새벽의 고백·79
나무의 내막·82
어둠의 행간·84
그림자의 채널·86
혼자 비를 만났습니다·88
물끄러미·89
새를 열다·90
침향처럼·92
데린쿠유에서 온 여자·94
리모델링·96
멸치의 꿈·98
독백·100
환승·102
가면무도회·104

[4부]
인큐버스·109
팬데믹·112
비의 둥지·114
오늘은 없다·116
엔드그레인 도마·118
유배지에서·120
어머니의 출입증·122
물의 방향·124
고장 난 피아노·126
적출(摘出)·128
참회·130
팽이의 방정식·132



[해설] 전소영(문학평론가)
“비가 내리고 나무가 자라는 쪽으로 돌아누우면, 보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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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라 불러도 괜찮습니다 : 남상진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150194 811.15 -24-1798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150195 811.15 -24-1798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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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숲길로의 초대

2014년 《애지》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현관문은 블랙홀이다』, 『철의 시대 이야기』를 발간한 남상진 시인이, 독자들을 호젓한 숲갈로 초대했다. 바로 『나무라 불러도괜찮습니다』라는, 특이한 제목의 시집을 통해서다.

시인은 인터뷰에서, "이미 숲이란 이름으로 지어진 한 채의 집 안에서 또 다른 어설픈 집을 짓고 있는 나의 시는 아둔하기 짝이 없다."며 수줍게 고백하는데 "살아가는 일이 미완의 집 한 채 짓다 돌아가는 일이라면 시는 그 집의 서까래거나 대문이거나 식탁 위에 나뒹구는 건강보조식품쯤 될까?"라는 겸손에서 출발한다.

이 시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그가 초대한 숲길의 냄새와 색깔, 온도와 간절한 충만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농도 짙은 바람은 이 어디쯤일까, 그 바람의 결을 어루만지며 상상해본다.

시인은 제11회 <리얼리스트 민들레문학상>, 제7회 <애지작품상>을 수상한바 있다.

★★
◨ 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시인과 나눈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Q]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A] 풀잎에, 풀잎에 맺힌 이슬에, 이슬방울에 갇힌 나뭇잎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갈색 대벌레의 눈동자에 그 눈동자에 반사되어 존재하는 무수한 세계를 나는 다 알지 못한다. 숲을 걸어가는 동안 만나는 풀, 나비,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 귓등을 타고 내리는 개울물이 흐르며 만나는 일련의 아픔을 쓰고 싶었다, 안개에 묶였다 풀려난 여명의 햇살 한 자락을 따라가는 아침 그림자처럼 나는 수시로 있다가 없다가 숲을 걸어가기도 한다. 바닥에서 공중에서 으슥한 나무둥치 뒤에서 능소화 담장 너머로 목을 빼문 골목에서 시시각각 존재하는, 감촉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살아있어서 같이 공유하는 공기와 별빛과 온갖 향기를 생각하면 나는 점점 작아지거나 낮아진다. 아주 작거나 혹은 아주 낮은 곳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아직 말주변이 모자라는 것은 좀 더 바닥에 엎드려야 할 여지가 있는 것 같아 외롭고도 즐겁다.

[Q] 이번 시집의 특징은?
[A] 이미 숲이란 이름으로 지어진 한 채의 집 안에서 또 다른 어설픈 집을 짓고 있는 나의 시는 아둔하기 짝이 없다. 살아가는 일이 미완의 집 한 채 짓다 돌아가는 일이라면 시는 그 집의 서까래거나 대문이거나 식탁 위에 나뒹구는 건강보조식품쯤 될까? 손잡이가 없는 문처럼,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써 내려간 좌우명이거나 뭇시선들 피해 고개 돌려 몰래 만져 보았던 욕심나던 세속의 물건 같은, 이 숲의 무수한 만남과 이별, 그 어느 것 하나 간절하고 특별하지 않을까 부지불식간에 지나친 무심도 죄라면 지은 죄 훌훌 벗어 수북한 빨랫감처럼 세탁기에 넣고 세제 섞어 돌리면 말끔하게 씻겨질까? 간절히 속죄하는 마음으로 숲 속을 걸어가는 새벽의 나무가 되고 싶었다.

[Q] 나는 어떤 시인인가?
[A] 시를 쓰려고 사주에도 없는 사업을 해서 여섯 번을 실패했다. 3년을 목표로 한 생업이 20년 넘게 걸렸다. 지금도 완성하지 못한 채 생업과 시업 결국 두 개의 채널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이름 없는 나무, 그늘이 작아도, 눈에 띄는 꽃을 피우지 못해도, 약간의 향기와 그저 먹을 만한 열매 몇 개 달고 몇 마리의 새들이 깃들 수 있다면, 머리를 조아리며 숲을 걸어가고 있을 것 같은 한 그루 나무, 수 없이 많은 풀들과 구름과 쉼 없이 움직이는 숲의 모든 세계들에게 다투지 않고 제 자리에 존재하는 방법과 나와 다른 종들이 군락을 이루는 비탈진 산자락에서 연신 미끄러지면서도 숲의 일부가 되는 감사함이나 살아있음의 기쁨을 어설픈 말주변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손때 묻은 노트 몇 권으로 나이테를 대신하는 나무, 어설픈 한 줄 문장으로도 가슴으로 설레며 잠에 들 수 있는 순진하고 특별하지 않은, 차가운 계절에 꽃 피우는 키 작은 한 그루 은목서를 꿈꾸는 사람이고 싶다.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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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잘라서
죄를 덮을 수 있다면
오랫동안 살피지 못한 나를
만날 수 있겠다

용서받지 못한 채
거울을 보면
울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먼저 떠난 사람은
여러 번 읽어도 기억나지 않는 문장

쏟아지는 빗방울은
참회록 같아서
바닥에 닿으면 용서가 된다

용서받은 이들은
바다에 도착한 물에게
지난 일을 묻지 않는다
- 「용서하면 물이 된다」전문
발목에 잠을 묶은 나무가 걸어간다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면
쉽게 새벽에 도착한다

새벽은
잠 속에서 자주 만났던 방향

손가락이 가늘어서 쉬운 나는
빙하에 갇힌 무늬처럼
층층이 쌓인 전생

빗물에 젖은 종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좌절감

물속에서 손목을 그으면
뿌리를 목에 감고
그네 타는 사람이 된다

나무로 보이지만
사람이라 불러도 괜찮다
- 「내가 읽은 나무」 전문
창을 가로질러 새들이 날고
나는 턱을 괴고 앉아
살아있어 멀어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숨 쉬는 것으로 하루를 위로받고
파도의 허리춤을 붙들고 견디는 난파선처럼
오늘을 안도한다

바다에 동화된 문양이 물비늘로 흐른다

살아있는 동안 해독할 수 있을까
발길에 차이는 돌멩이를,
길가의 풀들이 건너가는 방향을,

쥐며느리 한 마리 분주히 적막을 끌고 가는 모서리
버려질 것 같아서 스스로 그림자를 키우는 땅

창 너머엔 아직도 겨울
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꽁꽁 온기를 묶는다

추운 날에도 새들은 날고
나는 바라보아야 한다

살아서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처럼
- 「직박구리는 날고 나는 바라본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