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은 격투기이다(La sociologie est un sport de combat)”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가 남긴 이 말은 그를 다룬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부르디외는 왜 “사회학은 격투기”라고 말한 것일까? 그것은 그의 연구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설 수 있도록 이론적 무기를 제공하고자 했다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사회학을 연구하면서, 단지 종이 위에 드러나는 것들만 밝히려 하지 않고, 사회불평등이라는 사회적 사실과 격렬한 격투를 벌이고자 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격투는 단지 이론적 장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현실 참여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친정부적·친기업적 성향의 미디어에 의해 일반 시민들과 분리되어 소외된 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파업 현장에 직접 참석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보를 꾸준히 이어 간 것이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서 그가 프랑스 사회에서 지녔던 위상을 생각한다면, 그의 참여는 연대하는 사람들에게 실천적 무기를 준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에게 사회학이란 단순히 비유적 의미에서 격투기였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사회불평등과 싸우기 위한 무술이었으며,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그가 가르치고자 한 호신술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실천적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삶의 궤적과 학문적 도정을 살펴보고,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철학적·사회학적 이론들을 소개하며, 그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아비투스, 장, 자본, 생활양식, 계급 등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개념들과 그러한 이론적 개념들 및 사회학에서 드러나는 사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부르디외 사상과 사회학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P.19~20] 부르디외는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 하는 성향'으로 아비투스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는 그 자신의 삶의 경험 속에서 착상되었다. 어려서부터 길러진 부르디외의 예민한 사회적 감수성과 특권에 대한 거부감은 그를 잘 싸우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그의 이러한 아비투스는 훗날 세계적인 석학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 가면서도 결코 권력에 영합하거나 명성을 좇아 허망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 주었다.
[P. 53] 부르디외는 자신의 학문적 여정을 철학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오히려 철학과의 대결 및 단절을 통해 사회학자로서 자신의 학문적 삶을 새롭게 직조하였다. 부르디외는 존재의 문제를 살피느라 개별 존재자들에게는 무심했던 철학의 관행을 깨고, 무방비 상태로 삶의 현장에 던져진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일상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
[P. 103] 사회는 우리의 실천에 의해서 계속 재생되는 것이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비투스는 구조화된 것이지만 구조화하는 것이다. 구조는 개인의 실천적 성향을 형성시키고, 성향은 일상적 활동을 통해서 구조를 재생산한다. 그런 점에서 아비투스 이론은 행위의 원리를 행위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합리적 결정에서 찾는 자원적 행위이론과는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