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시아인 최초 국제철학연맹(FISP) 회장 이화여대 철학과 김혜숙 명예교수의 『순수이성비판』의 가장 명쾌하고 우아한 해설
칸트 이전의 모든 철학은 칸트로 흘러 들어가고 이후의 모든 철학은 칸트로부터 흘러나온다!
물음을 통해 스스로와 마주하는 인간에게 250년 전 칸트가 남긴 위대한 질문들
격동하는 지식의 전환점 18세기 칸트가 이룩한 철학의 완전한 탈바꿈
‘역사의 시그니처’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인식의 대전환』은 칸트 인식론을 해설하고 그것이 철학에 미친 영향을 살핀다. 칸트 인식론은 칸트 철학의 핵심이거니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분야이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기란 쉽지 않음에도, 이화여대 김혜숙 명예교수는 국내 『순수이성비판』의 대중적 입문서, 개론서가 마땅치 않은 점에 아쉬움을 느껴 이 책을 집필했다. 1987년부터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로 칸트 철학을 강의한 저자는 한국철학회 회장, 국제여성철학회(IAPh) 이사,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2024년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철학연맹(FISP) 회장에 당선됐다. 또한 2024년 칸트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며 전 세계 칸트 학회 및 연구 집단이 참여한 비대면칸트회의(Virtual Kant Congress)의 한국 대표로 2회차 연사로 참여하는 등 국내 칸트 연구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촉발한 과학 혁명의 영향으로 유럽의 지적 지형은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은 믿지 않는다’는 과학 혁명의 테제는 이성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전통 형이상학의 설 자리를 빼앗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칸트는 방법적 대전환을 꾀했다. 대상의 가능성과 한계를 밝히는 ‘비판’을 통해 이성을 심판대에 올리는 누구도 감히 하지 못했던 일을 수행했다. 그 결과 ‘인식’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옴으로써 사유의 새로운 지대를 발견했고 철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칸트 이전의 모든 철학은 칸트로 흘러 들어가고, 이후의 모든 철학은 칸트로부터 흘러나온다”라는 말처럼, 그의 이름은 서양철학사뿐만이 아니라 인류사 전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칸트의 위대한 업적을 칭송하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칸트가) 과도한 지적 위용을 가장했던 전통 형이상학의 무게를 과감하게 덜어냈던 것처럼, (…) 200여 년의 역사 안에서 칸트에게 붙여진 무거운 훈장을 떼어내고 칸트를 우리의 지적 향연으로 불러낼 때”라는 저자의 말처럼, 칸트의 가능성과 한계를 밝히는 비판 작업을 진행한다. 그의 철학이 놓인 시대적 맥락의 분석부터 시작하여, 『순수이성비판』에서 드러난 칸트의 인식론을 해설하고, 칸트가 종국에 바랐던 『순수이성비판』이 결국 던지고자 했던 질문까지 도착한다. 이 과정을 통해 칸트를 한 번도 읽지 않았던 독자라면 현대인의 사유 곳곳에 숨어 있던 칸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미 칸트를 읽었던 독자라면 300년 전 태어난 칸트가 던지는 질문이 전혀 무뎌지지 않고 여전히 예리하다는 점에 다시금 놀라게 될 것이다.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가르친 위대한 스승 AI시대에 칸트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칸트 이후 서양철학은 그의 의식철학과 주관주의를 극단으로 강화하거나, 이를 비판적으로 지양하고 언어나 사회, 역사, 문화로 나아간 방향으로 나뉜다. 이 과정에서 칸트를 계승하거나, 곡해하거나, 부정하는 등 다양한 사조가 등장했지만 모두 칸트의 그늘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심지어 철학자뿐만이 아닌 심리학, 의학, 신경생리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 전공자들도 칸트를 탐구했고, 대표적으로 양자역학계의 큰 거목인 닐스 보어가 약 2년간 칸트를 읽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뻗친 칸트의 영향력이기에, 칸트를 읽는 것은 비단 철학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닌 학문 전반의 기틀을 닦는 일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칸트의 영향력은 AI시대가 도래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더욱 절실할 정도이다. 가상세계와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진리와 진실의 문제는 더욱 첨예해졌다. 또한 생각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판단이란 무엇이고 ‘느낀다’는 것은 무엇인지 등은 철학의 오래된 물음이기도 하지만, 칸트가 몰두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때 칸트는 질문을 바꾸어 물었다. ‘진리가 무엇인지’ 묻지 않고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지 않고 ‘도덕적으로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런 칸트의 질문법을 익히고 칸트의 대답을 곱씹는 일은 오늘날 AI시대 논의의 배경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칸트와는 다른 자신만의 대답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대가 직면한 문제에 자신만의 윤리적 가치관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 시리즈 소개
시대정신으로 읽는 지성사, ‘역사의 시그니처’ 국내 최고 연구자들의 입체적 해설로 만나는 인문 앤솔러지
‘역사의 시그니처’는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각 세기의 대표적 시대정신을 소개하는 인문 교양 시리즈입니다. 한 시대를 이끈 상징적인 인물들을 엄선해 그들이 남긴 말과 글을 소개하고 인류의 사상이 어떤 갈래로 이어져 왔는지 살펴봅니다.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시대별로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되어 오늘의 21세기를 만들었는지 ‘역사의 시그니처’ 시리즈를 통해 만나보세요.
01 《혁명과 배신의 시대》(정태헌 지음) - 격동의 20세기, 한 · 중 · 일의 빛과 그림자 02 《사유의 충돌과 융합》(최광식 지음) - 동아시아를 만든 세 가지 생각 03 《신 앞에 선 인간》(박승찬 지음) - 중세의 위대한 유산, 철학과 종교의 첫 만남
책속에서
[P. 14] 물음은 인간의 존재 양식이고, 물음을 통해 나는 비로소 나와 마주 서게 된다. 【들어가며_250년 전 칸트가 남긴 질문】
[P. 27] 칸트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은 형이상학적 지식이 조롱당하는 와중에 인간의 자유와 그 자유에 기초한 도덕마저도 가변적인 것으로 부정되고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엄밀학으로서의 철학을 구하고 도덕, 즉 자유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칸트는 자기 시대의 문제에 자기의 전 생애를 걸게 되었다. 【PART 01_01 칸트와 형이상학】